•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금강산 갈 날 다시 올까' 현대아산,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

등록 2018.04.27 16:18:43수정 2018.04.27 19:26:0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정주영 명예회장 유지…현대그룹 모태 현대건설도 기대감

【서울=뉴시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발자취가 20년만인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 상징으로 재현된다. 정주영 회장은 1998년 6월 16일 1차 소 500마리, 10월 27일 소 2차 501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어 고향인 북한을 방문했다. 소떼 방북은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진=뉴시스 자료사진) 2018.04.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발자취가 20년만인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 상징으로 재현된다. 정주영 회장은 1998년 6월 16일 1차 소 500마리, 10월 27일 소 2차 501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어 고향인 북한을 방문했다. 소떼 방북은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진=뉴시스 자료사진) 2018.04.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북한의 비핵화를 의제로 한 3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예의 주시하는 대표적 기업이 현대아산이다.  이 회사는 진보정부가 집권한 1997년~2007년 남북화해협력의 기류를 타고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경협의 중심에 섰지만, 보수정부 출범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 경협을 이끌던 현대아산에 시련의 그늘이 드리운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다. '북한 붕괴론'에 기울어 있던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대북정책 기조인 ‘비핵개방·3000’원칙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핵을 폐기하면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먹고 살만 하게 해주겠다는 남측의 제안은 북측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에 나선 박왕자씨 피격사건은 남북관계 단절의 전조였다.  북한 군인이 남한 관광객을 정조준사격해 사망에 이르게 하자 여론은 들끓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은 남북 화해협력에 쐬기를 박았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북측도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에 맞서 금강산에 있는 현대아산 측 자산을 압류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남북 관계는 이후 빠른 속도로 냉각됐다. 북측은 이명박 정부와 결별한 뒤 중국의 영향권으로 빠르게 편입된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8년 미국에서 발발한 세계금융위기의 소방수로 떠오른 후진타오 중국 정부에 급속히 다가선다. 후진타오 정부는 무려 4조위안에 달하는 투자를 하며 중국은 물론 ‘유효수요'가 부족하던 '세계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현대아산의 직원 수는 현재 150여명에 불과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경협을 이끌며 욱일승천하던 기업의 위상으로는 초라하다. 보수정부 시절  보릿고개를 지나며 직원들을 잘라 근근이 버텼다. 인프라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은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되면서 이제는 건설 부문이 이 회사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04.27. amin2@newsis.com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04.27.  [email protected]

진보정부와 영욕을 같이해온 현대아산측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김정은 양국 정상이 비핵화의 첫 단추를 잘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희 홍보 담당 부장은 “남북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첫 단추를 잘 꿰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구체적인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가 잘 정리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측은 보수정부 10년을 거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책 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거론하자 변화의 급물살을 탈 가능성에 한때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개성공단 폐쇄 등 강공책을 펼치며 이러한 기대에 쐬기를 밖았다.

  이 회사가 지난 10년간 금강산 관광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데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가 있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소떼를 몰고 방북해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 출범의 반석을 닦은 주인공이다. 그가 소떼를 몰고 북한을 찾았을 때 나이가 84세였다. 개성공단도 정 명예회장이 대북역점사업으로 구상한 ‘서해안공단개발계획’이 그 출발점이었다.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도 정상 회담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사업은 북한이 고향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남긴 유훈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다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아직까지는 그런 것(남북경협 등)에 대해서 얘기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소때 방북 등을 잘아는) 건우회에 물어보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앞서 2000년 평양의 '류경정주영체육관' 시공을 맡았고, 앞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 경수로 사업 등 대북사업을 수행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