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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노동시간 단축 시행 코앞…'기준 모호한 근로시간' 혼란 불씨

등록 2018.06.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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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노동시간 단축 시행 코앞…'기준 모호한 근로시간' 혼란 불씨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시행된다.

 지난 2월 국회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는 일주일에 전체 근로시간이 52시간(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으면 불법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3시간에 비해 306시간을 더 일한다. 가장 적은 독일(1363시간)보다는 무려 700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독일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이미 주당 노동시간이 30~40시간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도 노동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야근이 일상이었던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도  '저녁 있는 삶'이 실제로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모든 사업장이 다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가 다르다. 300인 이상 기업은 다음달부터 시행해야 하고,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시행하면 된다.

 아예 주 52시간을 적용받지 않는 곳도 있다. 간호사와 간병인을 비롯해 택시 기사, 화물차 운전자 등 5개 업종(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은 공익적 요소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특례업종으로 남아 있어 사실상 무제한적인 노동을 계속해야 한다. 

 대부분의 300인 이상 사업장은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 됨에 따라 대기업들은 준비에 분주한 상황이다. 오후 6시가 되면 직원들 PC가 저절로 꺼지게 하는 등 이미 적응에 나선 대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일부 중견기업들의 경우 인력 충원에 걸리는 시간, 설비 증설에 걸리는 시간 등 52시간제를 도입하기에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8일 "기업 신규 채용이 연말·연초에 집중돼 있고 능력 있는 인재 선발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며 6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에 정부도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법 시행은 예정대로 다음달부터 하되 6개월 동안 단속과 처벌을 유예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위반하더라도 6개월 가량의 시정기간을 부여키로 한 것이다. 위반 사실 적발 시 우선 3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고, 필요에 따라 추가로 3개월을 부여하는 식이다.

 계도기간이 올해 말까지임을 감안하면 사업주 처벌은 최장 내년 6월까지 유예되는 셈이다. 

 하지만 처벌 유예 만으로 현장의 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저녁 미팅 활동을 노동 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등 사업주나 노동자 모두 혼란스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최근 부서 간 회식은 노동시간에 해당하지 않고, 접대는 회사 측의 지시나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판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회식, 접대, 출장의 형태나 성격이 워낙 다양해 노동 시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해당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외부 인사를 접대할 때마다 일일이 회사 측의 승인을 받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개별 사업장 환경에 맞게 노사 합의를 통해 해결하고 구체적 판단이 필요하면 지방노동 관서에 문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당분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노동자들의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일주일에 12시간 이상의 연장 근로는 제한됨에 따라 12시간 이상의 근로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휴일이나 야간 근무가 많은 직종의 노동자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다음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4만 9000명의 임금이 평균 7.9%(41만 7000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임금 감소분을 보전하는 지원 대책을 시행중이지만 지원 범위 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300인 이상 기업 가운데 600개 기업이 이미 인력 채용 계획을 밝히는 등 실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은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 중 3700곳을 조사한 결과 150개 기업이 8000여명을 채용했으며, 600여개 기업에서 1만9000여명이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 부담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신규 채용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실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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