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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CIO 공백 사태 '일파만파'…靑 불공정 개입 의혹

등록 2018.07.05 11: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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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CIO 공백 사태 '일파만파'…靑 불공정 개입 의혹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국민 5000만의 노후자금 635조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 CIO의 가장 유력 후보로 꼽혔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청와대의 응모 권유를 받았지만 불명확한 이유로 탈락했다"며 선임 절차가 불투명·불공정하게 진행됐고, 청와대의 불공정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11개월째 공석인 CIO 자리를 채우기 위해 최근 공모에 착수, 지난 4월에서야 최종 후보 3명을 추렸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는 약 두 달이 지난 지난달 27일 제대로 된 이유도 밝히지 않고 돌연 3명의 후보를 탈락시키고 재공모를 한다고 밝혔다. 명확한 탈락 이유가 공개되지 않아 이같은 의혹은 커지는 상황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서류·면접 심사를 통해 곽 전 대표를 포함해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자문역(부사장),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중 곽 대표는 서류 및 면접 심사에서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취득, 90점을 밑돈 다른 공모 신청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그의 점수는 역대 CIO 후보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알려졌다.

당시 시장에서도 곽 대표의 내정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달 27일 3명의 후보를 '적격자 없음'으로 탈락시키고 재공모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유력 CIO 후보자를 낙마시키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곽 전 대표가 "청와대가 공모 전부터 선임 절차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곽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CIO에 지원하기 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서 CIO 공모 시작 전인 1월 말 지원 권유를 받았고, 장 실장으로부터 학연·지연이 없다는 점이 좋게 보인다는 말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또 "청와대 인사수석실로부터도 지원서 작성에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도 전했다.

그는 이번 탈락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아무런 이해관계에 대한 빚도 없이 들어온 사람이라면 유연성이 없을 것이라고 위(청와대)에서 판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CIO 선임 절차는 겉으로는 공정한 척하지만 보이지 않게 간섭하는 식으로 공모절차를 진행할 바에에 차라리 대통령·국무총리가 CIO 후보자 면접을 보는 것이 낫겠다"라고 일갈했다.

여기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CIO 최종 후보 3인에 오른 후인 지난 4월 하순에 직접 곽 전 대표에게 연락을 취해 내정됐다는 뉘앙스를 흘리는 등 선임 절차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곽 전 대표는 "김 이사장이 CIO에 취임하면 바빠지실 테니 미리 알고 싶어 연락했다"라며, 이를 CIO에 내정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또 김 이사장과 전주에서 기금운용본부의 운영방향에 대해 논의했으며, 6월 중순에 예정된 해외 출장도 같이 가자는 뜻을 곽 전 대표에게 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곽 전 대표 주장대로라면 청와대가 '코드'에 맞는 인물을 앉히기 위해 공모의 절차의 공정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곽 전 대표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정책 기조와 맞지 않다고 판단, 입김이 통할 수 있는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공모·검증 잣대를 흔들었다는 의혹이다.

CIO는 국민연금이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3~5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청와대 검증을 거쳐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은 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한다. 임기는 2년이고 1년 연임할 수 있다.

국민연금 CIO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잘 굴릴 수 있는 '전문성'과 외부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을 '독립성'이 생명인데 이번 사태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국민연금 CIO는 업계 수준과 책임에 비해 낮은 3억원가량의 연봉, 3년 재취업 제한, 정치 및 외압에 시달릴 수 있는 위치 등으로 위상에 걸맞은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수장의 부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조직의 인력 이탈까지 가속화되며 국민들 노후자금 관리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조인식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해외증권실장)가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주요 운용부서장 6자리 중 4곳이 공석이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또 지난달 말 현재 정원 274명중 32명이 부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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