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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도시재생, 세계 각국 비법은?…美中日 등 각양각색

등록 2018.09.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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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 열려…세계 도시재생 전문가들 한자리에

전문가들 각국 사례 소개…박원순 "사람과 공간 잃어버린 도시는 결국 와해"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 참석자들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 참석자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2018 서울 도시재생 엑스포가 열린 13일과 14일 세계 각국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서울시청에 모였다. 이들은 낡은 도시를 고쳐서 새롭게 만드는 이른바 도시재생의 고수들이었다.

 서울시 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는 이틀 동안 '도시, 사람을 묻다-인문도시를 향하여(Exploring urban regeneration for all)'란 주제로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가 열렸고, 도시재생 전문가들의 탁견을 들어보려는 이들로 붐볐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시민과 학자의 발걸음이 이어져 행사 내내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웠다.

 토론회의 막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올렸다. 박 시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서울 도시재생 정책의 핵심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우리는 효율성과 경제성의 논리에만 치우쳐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소외시키기고 대규모 도시개발을 진행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사람과 공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의 공동체는 와해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 기억이 없는 도시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기 전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서울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급격한 산업화와 전면 철거를 통한 개발로 오래된 골목과 옛길이 사라졌고 현대적 고층 건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옛 공간에 대한 기억도 잊혀졌다"며 "도시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이 쫓겨나고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서 기조연설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서 기조연설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그러면서 "서울형 도시재생은 과거 일방적으로 하던 대규모 개발이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역사적 랜드마크를 재발견하고 기존 주민과 주변의 연계를 통해 공동체를 강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도시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서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했다. 도시의 특성이 반영된 개성 있는 정책이 대형화면에 소개될 때마다 방청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누엘라 가리시아 힐 '메데진 사회주택 연구소' 소장은 2016년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은 콜롬비아 메데진의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했다. 메데진은 유명 마약밀매조직의 근거지로 악명을 떨쳤지만 이후 도시재생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한 도시다.

 마누엘라 가리시아 힐 소장은 "메데진은 폭력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는 희망을 갖고 노력해왔다"며 "제도와 기관에 대한 신뢰도 중요했다. 이런 신뢰가 있어서 시민이 서로를 믿고 시정을 믿었으며 시 공무원들이 변화 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 시정을 믿고 소속감을 갖고 참여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메데진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이주하게 된 시민을 위해 주거지를 마련해주고 이주비용을 제공했다. 마누엘라 가리시아 힐 소장은 "주거지를 옮기게 된 가족에게 임시 거주를 제공했다. 이주비용과 전학비용,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도 해줬다. 주택을 세워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시재생 컨퍼런스서 발표하는 더글라스 후커 미국 애틀랜타 지역위원회 총괄국장

서울 도시재생 컨퍼런스서 발표하는 더글라스 후커 미국 애틀랜타 지역위원회 총괄국장

싱가포르 도시재개발 국장을 지낸 마이클 코 '싱가포르 살만한 도시센터' 전문위원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재생정책을 소개했다.

 마이클 코 전문위원은 "항구 지역에 물이 더러웠다. 심지어 보트 피플도 있었다"며 "그래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상점 위치를 옮기고 하수도 시설을 갖췄다. 싱가포르강도 정화했다. 이후 물이 다시 깨끗해졌고 수자원 관리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도시재생지역에는 다양한 목적의 공간이 조성됐다. 대중교통 시설도 완비됐다. 마이클 코 전문위원은 "현재는 이 지역에 주거와 사업, 여가를 위한 시설이 다 어우러졌다. 녹지도 많다"며 "이 지역에서는 자동차를 몰 필요가 없다. 대중교통이 잘 깔려있다. 도시 정부가 많이 투자한 결과"라고 말했다.

 황 지에치엉 중국 항저우시 도시계획국 총괄기획과장은 대운하 인근 도시재생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이전에 대운하는 물길을 통한 운송의 허브였고 섬유와 조선 산업이 활발했지만 1990년대 말 산업들이 쇠퇴했고 인프라는 노후화되고 환경은 파괴됐다"며 "2000년 전에는 철거방식으로 재개발이 이뤄졌지만 이 과정에서 역사와 문화를 담은 많은 건물이 철거되고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역사를 보존하는 다른 접근법을 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항저우시는 2002년 '항저우 대운하 집단'이란 국영기업을 설립해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황 과장은 "대운하 옆에 역사지구가 조성된다. 재생정책을 통해 전통 골목과 집을 보존했다"며 "건물을 박물관으로도 쓰게 됐다. 옛 건물은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박물관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서 발표하는 사무엘 로메로 '마드리드 카예 30' 대표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서 발표하는 사무엘 로메로 '마드리드 카예 30' 대표

항저우시의 도시재생 과정에서 기존 주민 이주작업 역시 원활했다고 황 과장은 강조했다. 그는 "재생사업의 핵심은 유연한 이주 정책이다. 이주할지, 금전으로 보상 받을지 선택하게 했다"며 "또 재정착 할 때는 한 가구당 48㎡ 이상에서 살아야한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말했다.

 더글라스 후커 미국 애틀랜타 지역위원회 총괄국장은 수십년간 방치되었던 순환 철로를 산책로로 재생한 '애틀랜타 벨트라인' 재생 사례를 소개했다.

 후커 국장은 "벨트라인의 중요한 요소는 문화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벨트라인 아트 축제에서는 등불을 들고 벌이는 행진을 한다"며 "1년차에 2000명이 왔고 지금은 5만명이 모인다. 새롭게 들어선 대형 공원에선 아이들 수백명이 물장난을 하고 스케이트보더들도 이곳을 애용한다"고 설명했다.

 벨트라인 사업은 소득불평등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기여했다. 후커 국장은 "벨트라인에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했다. 철도선로와 인접한 지역에 5600채 임대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며 "벨트라인 덕에 1만1000개 일자리가 창출됐다. 벨트라인 덕분에 도시 전체가 활력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무엘 로메로 '마드리드 카예 30' 대표는 스페인 마드리드 내부순환로 재생 사례를 설명했다. 마드리드시는 내부순환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수변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친화적인 도심 풍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로메로 대표는 "수변공원에는 매일 수천명이 찾고 있다. 하천 수질이 개선되고 물고기도 많아졌다"며 "재생정책으로 인한 변화가 도시에 아주 큰 이득을 가져다 줬다. 많은 사람들이 수변공간에서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서 발표하는 야기 켄타로 히로시마대 교수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서 발표하는 야기 켄타로 히로시마대 교수

다만 로메로 대표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때 재정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03년 당선된 시장이 2007년에 치르는 선거 전까지 공사를 끝내려 했다. 그래서 여러 문제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전체 공사를 3년 안에 하려다보니 37억 유로가 들었다. 환기장치, 화재방지장치 등 고려할 게 많아 유지보수비용도 많이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사업 후 마드리드시 부채가 급증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로메로 대표는 "이 사업을 하면서 시 부채가 많이 늘었다. 유지보수 비용이 늘어서다. 금융비용 등을 따지면 100억 유로까지 들 수 있다"며 "선거와 인프라 개발 계획을 무조건 일치시키면 안 된다. 건설을 할 때는 속도를 높이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기 켄타로 히로시마 대학 교수는 일본의 이누지마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는 동제련소가 폐쇄된 후 낙후된 이누지마섬에 박물관 등을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은 사업이다.

 야기 교수는 "일본은 산업유산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오염된 곳이라며 주민들도 산업유산이 남아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제련소 박물관 프로젝트 전에도 주민들은 제련소를 밀어버리고 관광객 좋아하는 건물을 짓고 싶다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산업유산을 보존하면서 운영 목적을 바꾸면 관광객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 점이 전국으로 퍼져 이제 각지에서 산업유산을 보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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