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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2018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 기조연설

등록 2018.10.03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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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리/김태규 기자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2018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 기조연설>

 여러분, 반갑습니다. 통일부장관 조명균입니다. 2018 세계한인회장대회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민족의 하늘이 열린 오늘, 여러분과 함께 대회의 문을 열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합니다.

 임도재, 백승국 공동의장님과 세계 각국의 동포 분들께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재외동포와 언제나 함께해 주시는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님, 박병석·심재권 의원님, 그리고 내외 귀빈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회를 준비해 주신 재외동포재단 한우성 이사장님과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오늘 함께하신 분들께서는 740만 재외동포의 권익 신장에 앞장서고 계신 분들입니다. 모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포 여러분,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각자 다른 나라에 자리 잡고 살아가지만 마음 한 자락은 늘 이곳 한반도에 두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 만큼 지난해 모국의 엄중한 긴장 상황에 우리 한인회장님들과 동포 분들께서 누구보다 걱정하시고 또 안타까워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 한민족이 하나된 마음으로 정부의 노력을 성원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모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과 같이 남과 북은 올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더 큰 하나가 되어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담대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지난 9월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올해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동포 분들께 보고드리고, 앞으로의 한반도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제가 직접 보고 느낀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올해 4월 정상회담에 모두 참여했고 북한에도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특별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북녘 동포들은 모든 순간, 모든 곳에서 우리를 뜨겁게 환영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준비와 배려도 세심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대통령님과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에 대한 북녘 동포들의 기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과 눈을 맞추고 스스럼없이 손을 맞잡으면서 정중하게 인사하시는 대통령님의 모습도 북한 동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님의 '능라도 연설'이 뜻깊었습니다. 5·1경기장을 가득 메운 15만 평양 시민들은 대통령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면서 호응했습니다. 특히 대통령님께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씀하시는 순간 가장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뿐 아니라 함께했던 수행원 모두가 남북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실감했습니다. 우리 국민들과 북한 동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도 확인했다고 생각합니다.

 귀빈 여러분,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이번 정상회담의 감동적인 장면들에 못지않게 뜻깊은 합의들이 담겨 있습니다. '판문점선언' 이행 과정에서 남북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번영 프로세스를 본궤도에 올려놓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우리 힘으로 평화를 이끌어 나가는 과정도 확고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군사 분야에서 폭넓고 진전된 합의를 도출한 점을 '9월 평양공동선언'의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도 남북 간에 군사 분야의 합의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서 이번 합의가 특별한 첫 번째 이유는 남북의 국방장관이 양 정상 앞에서 합의서에 서명하고 이를 정상 간 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합의의 두 번째 특징은 매우 구체적이라는 것입니다. 지상·해상·공중의 특성을 모두 감안해서 적대행위를 중단할 완충지역을 세부적으로 설정했습니다. 이행 시한과 방식도 구체적으로 정했습니다.

 세 번째로 이번 합의는 남북 군사당국 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성사됐습니다. 이견이 남은 쟁점들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계속 협의하고, 합의 이행 상황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와 같은 특징들이 이번 합의의 이행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 특히 접경지역 주민들은 더는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고 안전한 일상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신중하고 구체적인 검토와 협의를 거친 만큼 우리의 안보 태세는 굳건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또한 그대로 지켜지고 존중될 것입니다.

 이번 합의는 남북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튼튼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도 촉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과를 바탕으로 새롭고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 8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3년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만 5만여 분이 상봉을 기다리고 있고 이산가족의 고령화도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 년에 서너 차례, 한 번에 200여 가족만 만날 수 있는 지금의 방식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에 남북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조속히 정상화하여 상시적이고 정례적인 상봉을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등 상봉 방식도 다각화해 나갈 것입니다.

 남북은 다양한 분야의 교류와 협력도 더욱 확대·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내일부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가 평양에서 열립니다. 저도 당국대표로 참석합니다. 민족에게 의의 있는 날들을 함께 기념하기로 한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남북이 10·4선언을 함께 기념하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입니다. 남북은 내년 3·1운동 100주년도 함께 기념할 것입니다. 애국의 역사, 화합의 역사는 함께 열어갈 미래의 든든한 토대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평화에 크게 기여한 평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이후 올해만 다섯 차례 다양한 종목에서 남북단일팀이 결성되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국제종합대회 사상 첫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고, 탁구와 유도 선수권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어, 남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에도 함께 진출할 것입니다. 올림픽 본 무대는 물론, 예선 과정에서부터 남북단일팀의 활약을 보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가 성사된다면 냉전 해체의 서막이 된 88올림픽의 정신을 가장 값있게 살려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역사·교류도 활성화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당면해서는 10월에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11월 서울에서 열릴 '대고려전' 북측 유물 전시도 추진할 것입니다. 국회와 민간, 지방자치단체의 교류도 본격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남북은 공동 번영을 위한 실질적 대책도 함께 마련할 것입니다. 환경과 보건 등 한반도 모든 구성원을 위한 협력에 합의했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도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정상화하고 동·서해 특구 조성도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판문점선언'으로 시작된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금년 내에 착공식을 가질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여러 차례 밝히신 바와 같이 우리 정부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마중물 삼아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를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안보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중장기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넓은 세계에 살고 계신 동포 분들께서는 교통망 연결의 효과와 역내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공감해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북과 동북아의 경제협력은 저성장에 처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입니다. 향후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시작되면 우리 경제가 얻게 될 소득 효과는 투자 비용을 훨씬 상회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업들을 당장은 추진할 수 없지만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북한이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남북경협의 준비는 비핵화도 촉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도 남북은 실천적인 합의를 이루어 냈습니다. 4월27일과 5월26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의지를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동창리 미사일발사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남북 간에 합의를 이뤘습니다.

 특히, 합의서에 명시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과 '영구적 폐기'가 비핵화의 중요한 요소인 '검증', '불가역성'과 같은 뜻이라는 점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북한 주민들과 전 세계를 향해 비핵화를 직접 확약한 점도 대결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합의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지난주 유엔총회 기간에 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과 2차 북미정상회담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미대화의 재개에 기여한 것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입니다.

 지난 9월 북한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되어 남북 간 상시 소통이 시작됐습니다.올해만 세 차례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 정상의 만남도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도 합의했습니다.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한의 지도자가 서울에 방문하게 된다면 평화는 더욱 일상화되고, 신뢰는 한층 굳건해질 것입니다. 남북 정상의 백두산 방문을 보며 많은 분들께서 가슴 뭉클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반도의 남녘 끝 한라산에서 남북이 화합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귀빈 여러분,

 지금까지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를 길게 설명드렸습니다만,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지난주에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가 출범하여 분야별 후속조치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내일 저와 당국 대표단의 평양 방문 계기에도 북한 당국과 '평양공동선언' 이행 방안을 협의할 계획입니다.

 군사 분야는 이미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진 만큼, 계획된 일정에 따라서 착실하게 준비하고 이행해 나갈 것입니다. 이틀 전인 10월1일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공동유해발굴 시범 지역인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와 폭발물 제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다음번에 여러분께서 한국에 오셔서 판문점에 방문하시게 되면, 공동경비구역 남북측 지역을 자유롭게 오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달 1일부터는 군사분계선 일대 상호 적대행위가 중지됩니다.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 시범 철수 등 다른 합의들도 금년 내에 하나하나 이행될 것입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도 조속하게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판문점선언'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합의들은 속도감 있게 이행하여 성과를 도출해 나가고, 새로운 합의들은 남북 협의를 통해 추진 계획을 구체화할 것입니다. 여건 조성이 필요한 사안들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차분하게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북미 협상의 진전도 매우 중요합니다. 남북관계와 북미 비핵화 대화의 선순환 구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자신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한인회장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고 70년 분단의 폐해를 극복하며 이 땅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이기에, 우리 후손의 미래이기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과 이번에는 반드시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 그리고 우리가 주도해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정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사에 유례 없는 경제적 번영과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라는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국민의 힘이 역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국민의 의지를 바탕으로, 모든 어려움을 넘어설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평화를 만들어내기까지 국민들과 동포들의 하나된 역량, 그리고 국제사회의 일관된 지지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탄탄하게 뿌리 내리고 번영의 열매를 거두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지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회장님들께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여러분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동포들의 마음을 모아 주시고, 대한민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정부 또한, 평화와 번영의 당당한 주체인 동포 분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제12회 세계 한인의 날과 2018 세계한인회장대회를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한반도의 가을과 같이 풍성한 결실을 거두시기를 기원합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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