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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유튜브, 뮤지컬까지 품는다

등록 2018.10.29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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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감동정산'

'스테이지 감동정산'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대중문화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는 플랫폼 유튜브가 공연계까지 영향권에 뒀다. 특히 뮤지컬에서 효율적인 소통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

뮤지컬 전문 월간지 '더뮤지컬'은 21세기 청년독립단과 함께 뮤지컬 비평쇼 '스테이지 감동정산'을 론칭했다. 주기적으로 유튜브에 업데이트될 예정인 이 영상물은 뮤지컬 한 편을 선정해 리뷰는 물론 관련한 인문학적 수다를 선보인다. 뮤지컬 관객 사이에서 '정산'은 자신이 본 뮤지컬 작품을 정리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스테이지 감동정산'은 '브로드웨이 42번가' 관련 영상물을 파일럿으로 올렸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를 상·하편으로 나눠 12일과 17일 각각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공연 칼럼니스트이자 더뮤지컬 편집장을 지낸 더뮤지컬 박병성 국장,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윤여경 SF작가 겸 한국 SF협회 부회장, '록키호러쇼' 배우 송용진 등이 작품 중심 요소인 '글램록' '관객참여형' 등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공연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SF 관점으로 진화하는 공연 형태를 짚었다. '록키호러쇼'가 B급 뮤지컬 대표주자인 만큼 '컬트'를 키워드로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기도 했다. 뮤지컬 팬들은 '뮤지컬계 알쓸신잡'이 나왔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 국장은 "뮤지컬은 영화나 하다못해 드라마보다도 다양한 담론 형성이 잘 안 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감상평도 '재미있다, 재미없다'로 단순화하거나 배우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한다"면서 "뮤지컬의 다양한 함의를 지금의 감각에 맞는 방식으로 전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능능' 박선영

'능능' 박선영

활자보다 영상 시대에 익숙한 최근 관객들을 위해 유튜브 툴을 이용해 작품에 좀 더 깊게 접근해보겠다는 의지다. 박 국장은 "뮤지컬 내적인 요소에 대한 유익한 논의뿐만 아니라 작품에서 한 발짝 건너 인접 분야로 논의를 확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SNS는 바이럴 마케팅의 파급력에 힘입어 전통 미디어를 제치고, 최고의 마케팅 툴로 이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튜브는 페이스북, 아프리카TV,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 경쟁 채널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가 이용하는 SNS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세 이상 성인 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8%가 유튜브 사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 이용자, 비이용자나 유튜브 영상을 다른 경로를 통해 이용하는 사람들을 합치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94.2%가 유튜브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유튜버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뮤지컬계에서도 점차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뮤지컬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능능'이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있는 박선영씨다.

유튜브 구독자 6500명을 보유 중이다. 정직한 뮤지컬 리뷰를 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영향력을 인정받아 최근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룬 뮤지컬 '1446' 제작사 HJ컬처는 그녀를 제작발표회에 초청하기도 했다.

약 1년 전부터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다는 박씨는 "뮤지컬을 좋아하다 보니 리뷰를 시작했는데 마냥 좋은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비판할 것은 분명히 비판하는데 덕분에(구독자들이) '솔직한 리뷰를 한다'며 믿을 만하다는 반응을 보여준다"고 했다.

박씨 영상은 아직 마니아 위주 장르인 뮤지컬에 문외한인 관객이 입문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그녀는 "댓글을 보면 뮤지컬에 막 입문을 한 분도 많다"면서 "아무래도 뮤지컬을 처음 보다 보면 함축적인 부분들이 많아 해석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얻는다는 반응이다"고 전했다.

이사배 X 라이온킹

이사배 X 라이온킹

11월7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한국 투어를 시작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홍보사 클립서비스는 스타 유튜버인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를 통해 '라이온 킹'의 독특한 분장과 의상을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클립서비스 노민지 차장은 "'라이온킹'에서 분장도 중요한 요소인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가진 친밀함과 전문적인 영역이 작품에 맞물리면서 일반 관객이 관심을 가졌다"고 봤다.

클립서비스는 뮤지컬을 본 적이 없는 영화 유튜버 '발없는새'에게 싱가포르 리뷰 관람을 청하기도 했다. 노 차장은 "뮤지컬을 처음 접한 설렘과 작품 자체에 대한 전문성이 맞물려 생동감을 생생히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랑했다.

노 차장은 뮤지컬을 알리는데 유튜브 같은 영상 콘텐츠가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뮤지컬의 특징인 이야기, 음악, 장면을 함축적으로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다. 영상으로 맛 보고 실물 공연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상을 통한 뮤지컬 알리기는 늘어날 것이다."

결국 유튜브는 낯선 문화 콘텐츠를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툴인 셈이다. 이 툴을 통해 좀 더 뮤지컬 관련 깊은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바람도 생겨나고 있다. 박 국장은 "뮤지컬은 비평이 자리 잡지 못한 문화다. '스테이지 감동정산'이 단초가 돼 뮤지컬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뮤지컬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 내고,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문화가 형성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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