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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국발 스모그에 유독 약한 환경당국

등록 2018.11.20 1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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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국발 스모그에 유독 약한 환경당국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환경부도 시험을 치렀다. 한파 대신 수험생들을 괴롭힌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고난도의 문제였지만, 환경부는 수능 하루 전날인 14일 오후 이미 답을 내놓았다.

환경부는 수능일 초미세먼지(PM2.5) '나쁨(36~75㎍/㎥)' 예보가 발령된 경기 지역 사업장을 대상으로 대기오염방지시설 적정 운영 여부 등을 점검했다. 배출원을 줄여 더 나은 수험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풀이과정은 이런 식이다. '수능 당일 고기압 영향에 의한 대기 정체로 국내 생성 미세먼지가 축적됨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 상승'→'국내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 중 하나인 사업장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을 놓고 이의신청이 줄을 이었다. 불만은 답 자체보다 답을 도출하는 데 쓰인 전제에 집중됐다.

이번 미세먼지 원인이 국내가 아닌 중국 등 국외에 있다는 게 상당수 국민들 생각이었다. 발단은 수능을 앞둔 13일 중국 베이징 등에 내려진 대기오염경보 소식이었다. 베이징환경보호관측센터에 따르면 14일엔 초미세먼지 농도가 259㎍/㎥까지 치솟고 강한 스모그에 고속도로 일부가 폐쇄될 정도여서 중국발 스모그에 대한 국민들 걱정은 커졌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이런 풀이과정을 원했을 터다. '수능을 앞두고 발생한 중국발 스모그 영향으로 국내 미세먼지 농도 상승'→'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을 당부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갖고 있던 불만이 인터넷을 통해 다른 불만들과 결합되면서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너도 나도 중국발 스모그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국내요인'만을 강조하는 환경부의 풀이과정은 설득력을 잃었다. 중국에서 생성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그런 기상조건이 아니란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예보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국내 요인을 언급하는 순간 미세먼지 예측은 거짓 취급을 받았다.

일부 언론에서도 수능 당일 아침 수험생을 괴롭힌 미세먼지를 두고 '중국발'이라고 단정 지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보도에 "가짜뉴스"라며 억울해 했지만 댓글은 환경당국 발표를 향해 '가짜'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정부는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전포고하지만, 이런 대응에 '발 빠르다'고 느낄 국민이 몇명이나 될까.

정작 정부에게 재난이나 다름 없는 상황은 과학적 분석마저 '가짜뉴스'가 되는 현실이다. 지금 정부가 어떤 효율적인 대책을 내놓더라도 그 대책이 국내 요인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내년 2월1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비상저감조치 의무참여 대상이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확대될 때 국내 배출원 저감 노력에 대국민 참여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제 국내 요인 분석만큼이나 국외 요인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노력과 결과물을 내놓을 때가 됐다는 얘기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정확히 규명하자면 첫걸음은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공동연구 보고서 발간이다. 보고서는 애초 올해 6월 공개하기로 했으나 중국 정부 반대로 1년 연기된 상태다. 어렵더라도 미세먼지 문제는 정치·외교적인 해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6월 중국에 문을 연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통한 공동 연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에 대기측정망을 설치하고 배출시설에 대한 저감 실증사업 등도 추진한다. 여기에 일본과 북한, 몽골,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NEACAP)을 활용해 다자협력 체계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지난 8일 정부는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에서 국제협력 강화 분야를 네번째로 소개했다. '미세먼지=중국발' 공식을 외우고 있는 국민들이 가장 먼저 듣기를 바라는 내용이 뒤로 밀려난 셈이다.

미세먼지 수능을 치르는 환경당국이 어떤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할지 아직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국민 감독관들이 시험 종료를 알리기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환경당국이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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