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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바뀐다⑥]"동북아는 불확실성의 연속" 日미치시타 교수

등록 2019.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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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한꺼번에는 안돼”

“한일 역사문제 갈등 안타까워”

“중국, 한반도 긴장 상황 내심 즐길 수도”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의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교수가 4일 도쿄에서 뉴시스와 한반도 및동아시아 새해 전망에 관해 인터뷰를 갖고 있다.미치시타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정권 때 2년간 내각관방실(총리보좌부서)에서 안보 및 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2019.01.04.yuncho@newsis.com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의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교수가 4일 도쿄에서 뉴시스와 한반도 및동아시아 새해 전망에 관해 인터뷰를 갖고 있다.미치시타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정권 때 2년간 내각관방실(총리보좌부서)에서 안보 및 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2019년 새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일본의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교수에게 새해 전망을 들어 보았다.<편집자주>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교수는 4일 "2019년 동북아 정세 역시 북미 협상의 향방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북미 협상의 진전과 정체가 반복되고 있어 그에따라 동북아 정세 전반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미간 갈등이 고조되면 미중 갈등은 미국 관심에서 다소 멀어질 수 있어 중국이 내심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바랄 수도 있다"고도 예측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일본 즈쿠바(筑波)대학교를 졸업한 뒤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에 들어갔다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현재 재직 중인 GRIPS는 석박사 과정만 있는 대학원대학교로, 국제기구나 일본의 행정부처 공무원들이 공동으로 정책연구를 하기 위해 1997년에 설립된 공무원용 국립대학교다. 미치시타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정권 때 2년간 내각관방실(총리보좌부서)에서 안보 및 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새해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은 한 해가 될 것이다. 동북아 정세의 관건인 북미관계를 보면 북한은 미국과 처음 협상에 나섰을 때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이 조금 내주고 미국에게 얻고 하는 이른바 군축협상 형태의 살라미 전술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북한의 생각에 미국이 잘 응해줄 것인지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미국 내에서는 이전 북한과의 협상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북미협상의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그에따라 동북아 정세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 다루겠다는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북한 문제를 이용해 자신의 정권 안정과 유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따지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미국 내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먼저 양보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미국이 협상에 나선 이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이 없기 때문에 이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 즉, 이대로 있어도 트럼프 대통령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북미협상은 어떻게 되나.
 
 “북미협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잘 하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올해 말부터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높아질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아무 진전이 없지 않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태도로 전환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도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도발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질 것이다.”

-중국은 어떤 입장인가.

 “유념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중국이 한반도 긴장 상황을 원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높아진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과의 긴장이 높아지면 미중 갈등은 미국 관심에서 다소 멀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면 중국은 적극 개입하기보다는 관망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 핵협상의 역사를 살펴보면, 1993년 3월에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고 6월에 북미 협상이 시작된다. 곧이어 1994년 5월 본격적인 북핵 위기가 왔다. 그리고 1996년 북한 미사일 협상이 시작됐으나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어 2003년 6자 회담이 시작됐고, 2006년에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다. 이를 살펴보면 북한은 협상을 하다가 진전이 되지 않으면 뭔가 일을 저질러 위기 상황을 만든 뒤 상대방이 이를 타개하도록 만들어 왔다.
 이런 패턴을 보면 올해 한반도는 북한의 도발로 인한 긴장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북미가 협상을 하려는 자세는 갖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진전되고 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국면들이 교차되면서 올해 동북아 정세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은 단계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보상을 얻어가면서 비핵화 조치를 취할 의지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자신의 핵 능력을 한꺼번에 불가역적인 상태로 만드는, 그런 비핵화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올해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드러나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이 한꺼번에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키워갈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한국 정부 스스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비핵화에 비해 남북관계 진전이 앞선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내적인 측면에서 보면 경제 정책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측면도 높은 것 같다. 그래서 철도, 군사 등 남북관계의 눈에 보이는 부문에서 성과를 내려 한다.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 범위까지 남북관계 개선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진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한국 정부도 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의 견인력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북한 비핵화 등과 관련해 한·미·일의 분석과 판단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놓고 각국이 갖고 있는 생각, 의도가 다르기 때문에 강조하는 포인트가 다른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이유 등으로 한국 정부는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일본은 자신의 군비 증강 등을 유념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을 크게 본다. 미국은 동북아 안보환경과 미국 국내 정치 등을 다 봐야하기 때문에 양쪽에서 저울질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한미일의 입장 차이는 안보에 대한 준비 차이에 따른 것도 있다. 한국은 나름대로 준비가 되어 있다. 미사일 등 군사적인 태세도 계속 증강해 왔다. 미국도 군사적인 대응도 되어 있고 대북제재도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부터 군사 태세를 갖추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에게 북한은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일본이 5년만에 방위대강을 개정했다. 군비 증강이 두드러지는데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번 방위대강은 처음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에 의미 있는 안보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의 방위대강 개정은 함정 몇 척 전차 몇 대 정도의 군사력 증강의 측면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사이버전, 우주, 전자파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종합적인 안보 청사진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중국을 ‘주적’으로까지 느낄 정도로 일본 안보 환경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따른 위협에 대해 잠수함 수량을 늘리는 등의 군사력 증강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잠수함은 사실 전쟁이 일어나야 활용할 수 있는 무기이다. 평시에 상대국의 위협에 의미있는 대처가 가능한 수단이 아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평시 중국의 위협’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이 사실상의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등 공격적 무력증강을 꾀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
 
 “이번에 구축함의 항모 변경이 전수방위에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공격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이를 다른 국가를 침략하는데 쓸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군사적으로는 공격적인 무기이지만 쓰는 목적은 방위적인 측면, 즉 억지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좋은 방위는 상대국의 위협에 ‘우리도 너희들을 바로 칠 수 있어’라면서 ‘때리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키는 능력만으로는 비용이 더 든다. 따라서 방위대강은 ’때리는 능력‘을 통해 ’지키는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일본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봐야한다. 중국은 방위비가 10년 동안 100%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 속에서 지역사회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으로 보면 좋겠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다. 안보적인 측면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야하고, 중국도 위협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미중관계도 안 좋다. 한일 양국이 안보적인 측면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럴 때 한일관계가 안 좋은 것은 안타깝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역 안보환경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다소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럴 때일수록 한일간의 지엽적인 갈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큰 틀에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일관계가 너무 안 좋아도 미국이 걱정하지만, 너무 좋아도 미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각각 끼치는 영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북아 안보 문제 등에 관해 미국에 할 말을 해야할 때 한국과 일본이 함께 힘을 합하면 영향력이 세진다. 지역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한일 양국간에 갈등요인보다 협력적 요소가 훨씬 크다. 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절실한 것이다. 역사문제 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더 시급하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관계를 개선시켜 양쪽 모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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