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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롭스키, 런던필과 함께 온다···지휘자 세대교체 주역

등록 2019.02.27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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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유롭스키 ⓒ빈체로·Sheila Rock

블라디미르 유롭스키 ⓒ빈체로·Sheila Rock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약 10년 전 '젊은 지휘자 시대의 도래' 앞에 클래식 음악계는 흥분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구스타보 두다멜(37), 캐나다 출신 야닉 네제 세겐(44), 그리고 러시아 출신 블라디미르 유롭스키(47)가 '지휘자 세대 교체'의 선봉에 섰다.

이 가운데 유롭스키는 군더더기 없는 해석, 실험적인 프로그래밍으로 젊은 지휘자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충족시켰고, 이후 정상의 자리에 군림해왔다.2003년 런던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됐고 2007년 이 악단의 수석 지휘자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이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런던필이 내한하는 것은 9년 만인데, 유롭스키와 조합으로 한국을 찾는 것은 11년 만이다. 3월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그간 유롭스키는 런던필과 함께 얼마나 성장했을까. 빈체로를 통한 e-메일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와 관계는 긴 여행과도 같다. 런던 필하모닉은 긴 여행 속 탐험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오케스트라"라고 전했다.

"우리가 평생을 일구어 음악을 탐구한다고 해도 런던필만큼 넓은 음악세계를 다룰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먼저 드는 나의 스타일과 잘 맞았다고 볼 수 있겠다."

런던필은 자신에게 우정이자 동반자 그리고 복잡함이라고 한다. 이 오케스트라와 자신이 13년간 음악감독으로 있었던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을 매년 여름 방문했다. 이 경험은 오페라 레퍼토리를 관현악 레퍼토리와 동등한 관계에서 작업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줬다고 했다.

특히 2009년 글라인드본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함께 공연한 경험이 악단과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모두를 위한 진정한 탐험이었다고나 할까? 우리의 결혼관계와 같은 관계를 더 좋게, 그리고 강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새로운 레퍼토리와 스타일에 대한 나의 관심과 호기심도 관계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좋은 쪽으로 진화했다고 말하고 싶다."

ⓒDrew Kelley

ⓒDrew Kelley

유롭스키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드레스덴과 베를린에서 음악공부를 했다. 1995년 웩스포드 페스티벌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 오페라 '5월의 밤'으로 국제무대 데뷔를 했으며 같은해 오페라 '나부코'로 영국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데뷔했다.

유롭스키는 "나는 다양한 문화와 거주지에 잘 적응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내가 18세의 나이로 조국(러시아)을 떠났다는 사실은 나의 적응력과 직업, 그리고 지금껏 해 온 모든 여행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내가 살고 일했던 나라에서 그 나라의 사람들과 문화적 전통을 공부하는 것을 즐긴다. 이젠 거의 모든 문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하."

새로운 상황들에 대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 "내가 공부하는 것은 언어와 역사 정도일까? 단지 내가 처음으로 마주치는 새로운 장소와 상황들에 대한 첫인상이 느껴질 때까지 스스로 기다렸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하는 부분은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문화에서 다양한 음악을 보고 듣고 지휘해 왔고, 이 부분은 새로운 프로젝트나 현대음악을 접했을 때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는 영양소가 된 것 같다."

199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의 데뷔로 만능 지휘자의 가능성을 보여준 유롭스키는 2021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한다. 이전까지 런던필에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사이클,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에 대한 탐험 등을 계속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슈트라우스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선보인다. 유롭스키는 이번 프로그램이 오케스트라에게 있어 꽤나 '표준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보지만, 핵심이 없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브람스의 두번째 교향곡은 어느 오케스트라나 갖고 있는 자연 식단(natural diet)이라고 할까? 런던 필하모닉 또한 이 작품을 수 없이 함께 연주해 왔지만, 브람스가 오케스트라에게 필요로 하는 조화로움, 그리고 연주자들이 서로 듣고 반응하는 방식에 있어서 우리는 연주할 때 마다 새로운 부분을 발견한다.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은 공연을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작품이다. 오케스트라 솔로 파트가 나올 때마다 해가 그들을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Matthias Creutziger

ⓒMatthias Creutziger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한국에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한국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의 국제적인 이미지가 놀랍도록 상승했기 때문에 한국의 관객들 또한 어서 만나보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4월 내한공연하는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USSR)도 유롭스키와 인연이 있다. 2011년부터 이 곳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이 악단의 내한에는 그가 지휘봉을 들지 않지만 "역사와 명성만큼 러시아 레퍼토리를 연주하는데 있어서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탄탄한 앙상블과 긴장감 있는 해석으로 차이콥스키가 담은 러시아의 모습을 온전히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본능적인 아티스트다. 뛰어난 머리와 완벽한 테크닉, 모든 음악에 대한 진중하고 탐색적인 접근과 그를 바탕으로 한 해석력이 뛰어난"이라고 유롭스키가 치켜 올린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가 이번 런던필 내한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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