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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김중도, 그는 아버지 앙드레김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등록 2019.03.08 15:18:20수정 2019.03.08 16: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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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궁금‘ 궁금한 금요일

“‘앙드레 김이 확실히 부활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앙드레 김, 살아있네~.’”

김중도 대표(39·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내년이면 10주기다. 아버지 앙드레 김(1935~2010)이 세상을 떠난 후 5~6년 간 방황했다. 빈자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아버지를 추모하는 패션쇼 ‘리마인드 앙드레 김’을 열며 재기의 움직임을 보였다.

“아직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많이 느낀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리마인드 패션쇼 이후 다시 기억해주는 분들이 생기고, 일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접 디자인한 옷 12벌도 패션쇼에 올렸다. 지난해 연말 남성복을 론칭했고, 올해 매장도 따로 오픈할 예정이다.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도 계획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이 나오고, 중국에서 여성 가방도 출시하려고 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의상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2019.03.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의상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2019.03.08. [email protected]

앙드레 김은 대한민국 패션업계 거장이다. 지금도 ‘대한민국 대표 디자이너’하면 열명 중 아홉 명은 앙드레김을 꼽지 않을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더 이름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김 대표는 먼저 “젊은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다”면서 “컬래버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는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니멀하지만 임팩트 있게 디자인해 후드집업, 티셔츠 등을 평상시에도 편하게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전에는 ‘앙드레김 아들’이라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조금만 잘못하면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아들로서 아버지의 명성과 브랜드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크다. ‘재미있게 해보자’라고 마음을 바꿨다.

“재작년부터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왠지 모르게 아버지가 ‘이제 해도 돼’라고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다시 마음을 잡은 특별한 계기는 없다. 가족의 힘이 컸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일을 열심히 한 것은 나를 잘 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았을까. 나도 아버지가 돼 보니 그 마음을 알겠더라. 아버지가 나한테 해준 것처럼 나도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email protected]

고인의 아들 사랑은 각별했다. 독신이었지만 1982년 김 대표를 입양한 후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아들에게는 엄했지만, 자상한 면도 많았다. 일할 때는 완벽주의자에 가까웠다. 꼼꼼해서 하나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었다. “아버지가 6년 동안 투병을 했다”면서 “의지가 강해서 꼭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못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평소에는 소탈하고, 남모르게 선행도 많이 했다. 김 대표는 ‘내가 세상을 떠나도 기부 활동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 별세 후 ‘앙드레 김’이라는 이름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명단에 올렸다.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정이 많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모른 척 하지 못했다”며 “마지막까지 치료를 받은 서울대병원에도 기부를 많이 했다. 해외 연수 가기 힘든 인턴·레지던트들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email protected]

서울 논현동 앙드레김아뜰리에 매장은 앙드레 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생전 고인이 수집한 장식품들로 가득하다.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과 고인이 가장 아끼던 금장식 클래식 시계가 시선을 끈다. “크리스털, 인형 등 장식품은 모두 아버지가 사서 모은 것”이라면서 “하나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다”며 추억에 젖었다.

생전 앙드레 김은 ‘스타 마케터’나 다름없었다. 당시 톱스타들은 그의 패션쇼를 거의 다 거쳐 갔다. 이영애(48), 김희선(42), 김태희(39), 이병헌(49), 송승헌(43), 원빈(42) 등이다. 앙드레김 패션쇼 엔딩 포즈로 유명한 ‘이마키스’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김희선, 이병헌씨와는 연락을 자주한다”며 “다들 ‘아버지는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분’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개그맨 이혁재(46) 등이 아버지를 성대 모사하는 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까. “방송에서 많은 분들이 따라했지만, 아버지도 보면서 전혀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따라한다고 생각해 쿨하게 넘기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email protected]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로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을 꼽았다. 잭슨이 내한했을 때 고인의 옷을 입은 후 ‘전속 디자이너가 돼 달라’고 제안했지만, 앙드레 김이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에도 잭슨은 콘서트, 시상식, 백악관 행사 등 공식석상에서 앙드레 김의 의상을 입었다.

고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앙드레 김’(감독 손영성·가제)에도 관심도 높다. 5년 전 제작에 들어갔지만, 잠시 중단된 상태다. “제작사에서 먼저 의뢰가 왔다. 전기 영화가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다”며 “희화화하는 부분 등이 신경 쓰여서 1차 시나리오를 봤는데 크게 걱정스럽지는 않았지만 조금 교정이 필요했다. 잔잔한 예술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 투자 등 세부적인 부분이 조율되면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뮤지컬도 협의 중이다. 김 대표는 최종적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로 변용·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원소스 멀티유즈를 목표로 한다. 캐릭터 브랜드 계약도 논의 중이라며 “언젠가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연필, 공책 등 학용품에도 앙드레김 브랜드가 입혀지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요즘 패션 트렌드를 보면 아버지가 10년 전 이미 내다본 부분이 많다. 아버지는 영화, 책을 보거나 여행을 가는 등 많은 분야에서 영감을 얻었다. 음악도 팝, 가요, 클래식을 가리지 않았다”면서도 “아버지 의상은 흰색, 검은색, 골드가 주를 이뤘고 화려한 수가 많지 않았느냐. 나는 심플하고 댄디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게 디자인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email protected]

김 대표는 어느 때보다 자신 있고, 여유로워 보인다. 아버지의 강단 있으면서도, 센스 넘치는 모습을 많이 닮은 듯하다. 물론 개인적인 꿈도 있다. 앙드레김의 아들이 아닌 ‘김중도’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내는 것이다. 이전에 앙드레김의 명성을 되찾는 데 온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요즘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 K팝을 알리고 있지 않느냐. 아버지가 생전에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때가 많이 생각나더라. ‘방탄소년단이 아버지 옷을 입고 전 세계 무대에 오르면 어떨까?’하는 상상도 했다. 앙드레김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만 있다면, MBC TV ‘라디오스타’ 등 출연도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 나중에는 디자니어 꿈나무 육성을 위한 재단도 설립하고 싶다.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도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하나씩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봐달라.”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8. [email protected]

최지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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