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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 4차산업혁명시대의 신흥안보

등록 2019.03.15 23:10:42수정 2019.03.25 1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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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킬러로봇, 바이오, 빅데이터, 드론 등 안보 위협하는 신무기

남북간 군사긴장완화이후 질병 사이버 이주 등 신흥안보위협이 새 숙제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 교수 안민정책포럼 강연서 발표

【서울=뉴시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4차산업 혁명시대의 신흥안보”를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4차산업 혁명시대의 신흥안보”를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 “핵과 미세먼지, 대포와 바이러스 중 어느 것이 더 무서울까요? 핵과 대포가 공격을 할 경우엔 무섭겠지만 늘 위협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는 방치 할 경우 일상생활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훨씬 무서운 무기가 될 것입니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됨에 따라 또 다른 안보와 위협이 남북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등장할 것이라며 사이버 안보, 보건안보, 이주난민 안보 등이 남·북간 풀어야 다음 번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15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조찬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의 신흥안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미사일이나 핵과 같은 전통안보 뒤에 가려진 4차산업 혁명으로 새롭게 대두되는 신흥안보위협들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신흥안보위협으로는 대규모 자연재해, 사이버안보와 포스트 휴먼위협, 이주·난민 안보와 사회안보, 기후안보, 보건안보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인간이 위협의 행위자가 아니라 기술시스템 자체가 위협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이미 원자력, 인공지능, 빅데이터, 킬러로봇, 바이오기술 등이 새로운 위협의 주체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의 협력과 교류가 확대될 경우 상호간 군사적 전통적 안보 외에 질병, 사이버, 포스트휴먼기술, 이주 난민에 따른 사회 안보, 사이버 루머와 가짜 뉴스 등을 이용한 괴담정치 등을 둘러싼 안보가 새로운 숙제거리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전통적 안보는 콘트롤타워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신흥안보는 위협자체가 복잡한 시스템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대책도 다양하게 해야  한다며 실패를 보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거버넌스 즉 메타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는 이날 김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2019년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한 전망이 험난한 여정 속에 낙관과 비관을 오가고 있다. 그 동안 남북갈등의 현안이었던 비핵화의 물꼬는 터졌지만 남북한의 미래에는 그야말로 갈등의 새로운 지평이 동시에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핵무기의 위협이 좀 더 가벼워졌다고 해도 남북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신흥안보 협력, 남북이 풀어야 할 다음 숙제

오랫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북핵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조짐이 보이는 지금, 사이버·전염병·기후변화·난민·환경 문제와 같은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분야의 협력은 남북이 풀어야 할 다음 번 숙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신흥안보이슈들의 특징은 위협유발의 당사자가 명확치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일국 차원을 넘어서는 국제협력과 민간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위협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안보위협이 핵무기 같은 전통안보와는 그 성격이 질적으로 다른 신흥안보의 이슈들이라는 사실이다.

신흥(新興)은 복잡계 이론에서 말하는 창발(emergence)의 다른 번역어이다. 신흥안보는, 원래는 미시적 안전의 문제이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그 양이 늘어나서 어느 순간에 갑자기 거시적 차원의 국가안보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 안보위협을 지칭한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공격보다 해킹 공격이 더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도 있고, 총이나 대포보다 신종 플루나 미세먼지가 우리의 생명에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초국적으로 발생하는 신흥안보의 위험을 간과하고 방치하면 그것이 오히려 전통안보 분야의 위기를 촉발할 정도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협력과 갈등의 지평에 놓게 될 남북관계는 이렇게 변화된 환경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된 환경의 기저에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있다. 이 발표에서 4차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이나 산업의 부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서 새롭게 출현한 우리 삶의 물적·지적 조건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야기한 변화는 남북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새로운 환경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남북한이 경쟁과 갈등을 벌이는 새로운 장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달한 과학기술은 이 분야의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새로운 해법을 제공하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발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흥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과정에서 제기되는 기회와 도전의 요인을 살펴보았다.

◇北 비핵화 이후 新위협·갈등국면 닥쳐올 수 있어

특히 신흥안보 분야에서 제기되는 남북한의 갈등과 협력 가능성을 대규모 자연재해, 사이버 안보와 포스트 휴먼 위협, 이주·난민 안보와 사회안보, 기후변화 안보와 보건안보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사이버 안보와 포스트 휴먼기술의 위협이라는 변수는 그 자체가 새로운 위협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으며, 남북한도 이를 차세대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의 갈등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향후 남북관계의 활성화는 이주·난민 문제나 사회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갈등을 낳을 가능성이 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기후변화나 보건안보 문제와 연계될 경우 남북한이 여태까지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가용해진 과학기술 변수들은 이러한 갈등을 풀어가는 해법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요컨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남북관계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직면할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협력과 갈등의 양상을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남북한의 여정은 험난할 것이며, 이러한 ‘비핵화의 고개’를 무사히 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고개를 넘고 나서 새롭게 닥쳐올 다음 고개의 도전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협력의 지평이 열리는 만큼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위협과 갈등의 국면이 닥쳐올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에서 필요한 것은 어제 풀지 못해서 오늘까지 밀려온 눈앞의 숙제를 푸는 작업과 함께 내일 닥쳐올 숙제를 동시에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복합적인 대응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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