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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개발공사의 민낯…잘못된 인사가 비리의 원인

등록 2019.03.18 09:00:12수정 2019.03.18 10: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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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뉴시스】충남개발공사 전 직원 청탁금지법 교육 모습

【홍성=뉴시스】충남개발공사 전 직원 청탁금지법 교육 모습

【홍성=뉴시스】유효상 기자 = "충남개발공사 간부 A씨가 뇌물, 배임 등의 비위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개발업무를 잘 모르는 공직자 출신이 공사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현장관리가 느슨했기 때문입니다." 

 충남개발공사(이하 충개공) 전 사업부장 A씨가 최근 뇌물수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비리행위로 법의 심판대에 선 원인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한마디로 축약해 밝혔다. <뉴시스 3월 12일자 참조> 

 A씨의 범죄를 한사람의 잘못으로 덮고 가기에는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조직(충개공)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A씨의 범죄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충개공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A씨의 비리행위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적폐인 학연, 지연은 물론 함께 근무했던 동료애까지 발휘됐다. 여기에 사장과 본부장의 느슨한 현장관리까지 더해져 업체로부터 정기적인 뇌물수수와 향응을 받고도 죄의식이 없었다.

 충개공은 지난 2008년 공공수익사업을 위해 설립된 충남도 지방공기업이다. 충개공은 그동안 내포신도시 개발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내포신도시 개발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니다. 도에서 위탁수행을 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 과정에서 업체들은 공사현장 관리감독을 맡은 A씨에게 잘봐달라고 휴가, 명절 때마다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했다.    

 A씨의 비리행위를 감독해야 할 충개공 사장은 공사현장 업무와는 거리가 먼 비전문가들이 맡아왔다. 

 지난 2010년 당시 안희정 지사는 취임 이후 충남도청 고위직 공무원들의 인사 돌려막기용으로 충개공 사장직을 활용했다. 안 지사 재임기간 동안 충개공 사장은 도청에서 행정 고위직을 지낸 공직자 출신이 3명이나 내리 맡았다.

 행정 고위직 공직자 출신 사장들은 회사의 수익이나 현장 업무에는 관심을 갖기보다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자리에 연연하다가 임기를 마치면 공직에서 퇴임하듯이 사라졌다.  심지어 2년전 도의회에서는 이들이 "공공사업을 통한 수익은 커녕 자본금까지 잠식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만 해도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 도와 충개공은 의원들의 '지나친 걱정'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최근 검찰조사에서 A씨를 통해 충개공의 주먹구구식 운영 실태가 밝혀졌다.

 A씨는 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공공사업장에서 나온 토사(6억원 상당)를 자신의 고교 선후배들이 사용하도록 무단 반출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문제 제기를 피하기 위해 문서와 사인까지 위조하는 등 공기업 직원으로서 해서는 안될 위법행위를 했다.

 또 함께 근무했던 전 직원들의 청탁으로 여러 건을 특정업체에게 공사 하도급을 주는가 하면,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의 감사에서 자신의 비위가 적발되자 그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료 직원을 무고하는 등 공기업 조직관리 실태 부실을 드러냈다.

  A씨는 공기업 직원 및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 부패 행위로 해임된 경우에는 5년간 관련 기업 등에 취업을 못하도록 돼 있는 데도 자신이 근무했던 충개공 공사 시행을 맡은 하도급업체에 재취업을 했다.

 이에 따라 충개공은 A씨를 즉각 고발조치해 그는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충개공은 A씨 사건으로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직원들 간에도 서로 믿지 못하고 반목과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이 직원들의 귀띔이다.

 근본적인 원인이 충개공 직원들은 공채 출신도 있지만, 도지사 임기 때 입사한 직원들도 있다는 데 있다.

 이완구, 안희정, 현재 양승조 등 3명의 도지사가 바뀌는 동안 추천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있다. 여기에 도청 간부들의 입김에 의해 입사한 직원까지 더하면 사실 형형색색의 조합이다.

 당연히 서로 살기 위해 견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충개공의 의식 구조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공공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일상적인 기업의 구조라기보다는 청렴도나 유지하면서 자본금이나 축내지 않으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직원들에게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성과를 창출하는 사업'을 기대해야 하는데 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A씨를 뛰어넘는 또 다른 비리유형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다. 결론적으로 충개공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인사에 있다는 것이다.

 충개공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담당했던 전 충남도의회 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도지사가 도청 고위직 인사 숨통을 트이게 하기 위해 충개공 사장 자리를 계속 활용한다면 구조적인 공기업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직을 과감하게 대개혁하고 수술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공모해야 한다. 임기 동안 조직을 안정화시키면서 성과를 내고 공기업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전문경영인 영입이 절실하다"며 "막대한 연봉을 지불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책임도 질 수 있는 전문경영인 영입은 충개공의 절실한 과제"라고 했다.

 충남도의회의 한 현역 의원도 "최근 충남 모의료원장에 대해 도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점 등이 이슈로 부각돼 부적합 의견을 도지사에게 올렸는 데 오히려 직권으로 임명했다"며 "도의회에서 다양한 창구에서 합산한 자료들을 토대로 부적합 의견을 올렸는데 도지사가 이를 임명한 것은 향후 충개공과 같은 부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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