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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준 "악역 황철범, 피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당했다"

등록 2019.04.29 16: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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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고준(41)은 이제 악역 연기를 잠시 쉬고 싶다. 

SBS TV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를 지난 20일 마쳤다. 성취감보다는 극중 배역인 '황철범'이란 인물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인터뷰]고준 "악역 황철범, 피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당했다"

"처음에는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제작진으로부터) '황철범'이 끝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약속을 받고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악역이어서 처음에는 고사했다. "그동안 계속 악역과 조직폭력배만 연기해서 더는 보여줄 색깔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결이 다른 조직폭력배를 보여주고 싶다는 제작진의 제안을 받고 출연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인터뷰]고준 "악역 황철범, 피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당했다"


1997년 연극부터 시작한 고준은 '와니와 준하'(2001), '과속스캔들'(2008), '그림자 살인'(2009), '써니'(2011), '타짜: 신의 손(2014), '밀정;(2016), '청년경찰'(2017), '변산'(2018) 등 영화와 SBS TV 드라마 스페셜 '대물'(2010),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2016), OCN 수목드라마 '구해줘'(2017),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등 드라마까지 활동의 폭을 넓혀왔다.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 미디어 데이터에 따르면 20일 제39·40회 전국평균시청률은 17.2%, 수도권에서는 20.5%(39회18.9%· 40회 22.0%)를 올렸다. 이날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다. 닐슨코리아의 미디어 데이터에서도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전국 20.3%, 수도권 22.9%다.

마지막 장면에 '위 윌 비 백'(우리는 돌아온다)이라는 메시지를 남겨 시청자들의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고준이 이번에 연기한 '악한 놈'은 이전과 달랐다.
[인터뷰]고준 "악역 황철범, 피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당했다"


"독립영화를 60여편 정도 했을 때는 악역을 전혀 하지 않았다가 영화 '타짜2'에서 악역을 처음 해봤다"면서 "이번 '열혈사제'에서는 서울 정서와 전북 정서가 있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간관계에서 절대악과 절대선은 없다는 신념으로 '황철범'을 '이유 있는 악인'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찍어놓고 방송되지 않은 '황절범'에 관한 장면이 많다"며 "(제작진이)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내가 생각해도 비약해서 그려진 장면에 아쉬움이 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고준 "악역 황철범, 피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당했다"

"이유 있는 악역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시청자에게 이렇게 생각해 달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고도 했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김해일 신부'(김남길)를 상대한 면회실 장면의 삭제가 가장 아쉽다. ''황철범'은 고아여서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극중 '내 식구들 챙기는게 중요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면회실 장면이 나왔다면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왜 잘렸는지는 모르겠다"고 두고두고 아까워했다.

 고준도 시청자들처럼 '황철범'의 개과천선을 바란다. "시청자들이 '이중권'(김민재)을 잡기 위해 '어벤져스'처럼 합류해서 악당들을 물리치기를 원한 것 같은데 너무 빨리 잡혀갔다"며 "사실 '황철범'이 한 건 없다. 주요 악당이지만, 욕도 한 번 못하고 99% 존댓말을 썼다"고 짚었다.

 시청자들이 "덤으로 좋아해주는 것  같다"며 자신의 인기도 실감하지 못했다. "이 인기가 허상이 아닐까 싶다. 내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 얘기 같다"며 얼떨떨해했다.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시즌2가 나온다면 정의로운 '황철범'을 연기하고 싶다.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 안 주는지가 기준이 된다. '황철범'은 생각보다 크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이 당했다"며 안쓰러워했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적대적 등장인물이었다가 '어벤져스'에 합류하는 '헐크'처럼 '황철범'도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로키'도 악인으로 출발해 선인으로 갔다가 다시 악인으로 간다. 요즘에는 그런 입체적인 성격의 등장인물이 매력적이다. 선과 악의 구분은 사라진다는 생각으로 '황철범'도 의로운 쪽에 속해서 공조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히든키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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