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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원태 "절대선·절대악은 없다, 이미지 메이킹일뿐"

등록 2019.05.10 14:39:13수정 2019.05.10 19: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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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인전' 감독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처음에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해외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물 설정에 주제가 집약되어 있고, 서사 구조가 탄탄하다. 이야기 자체가 외국에서 먹힐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일이다. 하지만 수출로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돈도 돈이지만, 우리나라 배우들도 알려지는 기회다. 너무 기쁘다."

이원태(51) 감독이 영화 '악인전'이 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중국·일본 등 104개국에 선판매된 것에 흡족해했다.

1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해외에서 잇따라 낭보를 들어왔다. 제72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정됐으며,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된다. 배우 겸 감독·프로듀서인 실베스터 스탤런과 발보아 픽처스의 대표 프로듀서 브레이든 애프터굿,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 배우 마동석 등이 공동 프로듀싱을 맡는다. 마동석은 리메이크작에서도 연쇄살인마의 습격을 받는 조직 보스 역을 맡는다.

"내가 리메이크 제작에 참여하게 될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감독 후보 중에는 들어가 있다. 가능하다면 리메이크에 참여하고 싶다.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고 오랜 꿈이다. 방송할 때부터 할리우드에서 연출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email protected]

이 감독은 MBC PD 출신이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아름다운 TV 얼굴' 등을 연출했으며 영화 '가비'(2012) '파파'(2012)의 기획에 참여했다.

영화 '대장 김창수'(2017)를 연출했다. "원래 역사를 좋아했고 혼자서 공부했다. 그래서 전작과 같은 영화가 나왔다. 진짜 하고 싶은 영화는 악인전에 가깝다."

선과 악이 대결해서 선이 이기는 권선징악 스토리가 아니다. 악과 악이 대결하는 모순적 상황이 펼쳐진다. 우연히 연쇄살인마 'K'(김성규)의 표적이 됐다가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 '장동수'(마동석)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형사 '정태석'(김무열),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K를 쫓으며 벌이는 범죄액션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email protected]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살면서 들은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상상으로 만든 부분이 제일 많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워들은 이야기도 꽤 많다. 충청도 깡패가 제일 무섭다는 말을 듣고 장동수 캐릭터를 만들었다. 전라도·경상도 사람은 말이 거칠어서 표가 나는데, 충청도 사람 말은 직설적이지 않다. 돌려서 말하는 화법에 무서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장동수 대사가 길지 않다. 단답형인데 무서운 느낌이다.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연쇄살인마 'K'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원래 누아르나 범죄 액션을 엄청 좋아한다. 늘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평소에 기사를 많이 읽고 책도 많이 본다. 조폭과 형사는 기본상식이 있는데 연쇄살인마는 쓰기가 너무 힘들었다. 미국에서 범죄자 프로파일링을 해놓은 것을 봤는데 정말 끔찍한 사건이 많았다. 읽다가 멘털이 무너지는 때도 있었다. 우리가 현실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영화 같다고 하는데,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게 현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원한, 치정, 돈 등의 이유가 있는데, 연쇄 살인범들은 명확한 살해동기가 없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은 작품이다. 주연배우 마동석(48)은 7~8년 전에 알게 됐으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보낸 사람이 마동석이었는데, 초고를 읽자마자 바로 수락했다. 마동석이 '마블리'로 불리면서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다. 연기가 좋은 배우인데, 비슷하게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마동석은 머리가 좋고 아이디어도 많다. 장동수는 냉정하지만 마블리에는 냉정함이 없다. 마동석이 냉정하고 집요한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들이 덜 본 캐릭터를 꼭 만들고 싶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email protected]

김무열(37)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무열은 배역을 위해 15㎏ 정도 살을 찌웠다. 선악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마동석과 팽팽한 캐릭터로 가려면 비주얼도 중요했다. '몸을 좀 키우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먼저 김무열이 말했다. 촬영 내내 운동과 음식을 조절하면서 몸을 유지했다. 고생을 엄청 많이 했다."

강렬하게 몰아치는 액션이 압권인 작품이다. 조직보스는 거칠고 전문적인 액션, 형사는 덜 잔혹하면서 몸을 쓰는 액션, 살인마는 기습적으로 치고 빠지는 액션을 기본으로 했다. 조직 보스와 형사가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설정이 독특하다. 악인으로 상징되는 조직 보스가 한 순간에 피해자가 되고, 선인으로 상징되는 형사는 가장 큰 악인을 잡기 위해 악인과 손을 잡는다. '먼저 잡는 사람이 놈을 가진다'는 조건까지 내걸고 서로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는다.

감독은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늘 쥐고 있는 주제가 인간의 본성, 선과 악의 본질, 윤리와 비윤리의 경계였다. 명확하게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에 계속 마음이 사로잡혀 있었다. 사람 자체가 오롯이 평가가 안 될 때가 많다. 인간성이 나쁜데 포장을 잘해서 선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 선과 악은 이미지 메이킹이다. 거기에 사람들은 영향을 받는다. 선한 의도로 했어도 결과가 안 좋으면 나쁜 짓이 되기도 한다. 그런 현실이 너무 싫다고 해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게 세상인데'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영화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2019.05.09. [email protected]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다. "주제 자체가 나쁜사람들 간의 마찰이다. 애초에 시나리오를 쓸 때도 수위에 대해 생각했는데, 조폭, 형사, 살인마가 나오니까 잔인한 신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누가 센 사람인지에 대한 느낌도 있다보니까 장동수가 잔인해지면 살인마가 더 잔인해져야 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시사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잔인한 장면을 많이 덜어냈다. 관객들이 만나게 되는 영화에서는 대놓고 잔인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편집할 때 빼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운명적으로 얽힌 세 사람은 끊임없이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간다. 최종적으로 누가 이길지를 떠나 '악인'의 개념, 사회의 상식과 정의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 사는데, 그 한계가 분명히 있다. 경찰 수사도 안 되고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때도 있다"고 짚었다. "정말 나쁜사람인데 법을 이용해서 처벌을 받지 않기도 한다. 권선징악이 이뤄지지 않을 때 답답함을 느낀다. 관객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안기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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