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코로나지만 웃음꽃 활짝...'스웨그에이지: 외쳐, 잔칫날'
[서울=뉴시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26. [email protected]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이 열렸다.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전 배우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드문 풍경으로 뮤지컬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공연이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주요 배역을 여러 명이 날마다 번갈아 연기하는 더블 또는 트리플 캐스팅이 일반화됐다. 각기 다른 매력을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한 배역에 캐스팅된 이들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면? 이날 주인공 '단' 역에 동시 캐스팅된 양희준·이휘종·이준영이 1막에서 핵심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한명 씩 등장해서 부를 때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됐다.
천둥벌거숭이 같던 단이 세상의 지난함을 깨닫고 자각하는 장면에서 이날 전반부 메인 '단'으로 나선 양희준에 이어 이휘종, 이준영이 가세하면서 부르는 '새로운 세상'의 삼중창은 본 공연의 독창이 주는 쾌감을 넘어섰다.
이밖에도 '진' 역의 김수하와 정재은이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 연기했다. '조노'역의 이동수와 심수영은 쌍둥이 조노로 등장했다.
이날 공연의 또다른 특징은 영화 감독판 같은 구성이었다. 기존 본 공연과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다. 주로 이 공연을 봤던 관객들이 몰린 덕에 달라진 부분에서 큰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막의 오프닝 '조선시조자랑' 장면이 대표적이다. 남, 녀로 각기 구성된 두 팀이 노래를 바꿔 불렀고 극 중 강압적인 절대 권력자의 모습으로만 비춰졌던 홍국 역의 최민철·임현수가 예선의 참가자로 등장해서 양준일의 '리베카'를 열창하기도 했다.
깜짝 게스트도 등장했다. 15년 만에 열리는 '조선시조사랑'을 축하하러 온 초청 시조 꾼으로 배우 조형균이 얼마 전 열연했던 뮤지컬 '시라노'의 '거인을 데려와'를, 윤공주는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의 '마리아'를 불렀다.
코로나 19에도 객석에는 관객으로 가득 찼다. 최근 혼란한 시국에 불안, 걱정이 앞섰던 관객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웠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26. [email protected]
부당한 세상에서 약자로 살아오며 마음 속에 켜켜이 쌓여 굳어진 슬픔을 한자락 시조에 담아 털어내는 백성들의 흥을 그렸으니 잠시나마 걱정을 접어둘 수 있다.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며 물음표를 찍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연 관계자들에게 공연은 생업이다. 회사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과도 같다. 재택근무는 불가능하다.
관객들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마스크도 없이 노출되는 배우들, 그리고 근접거리에서 사람을 맞이하는 스태프들은 더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공연을 열어도 관객은 평소보다 적으니 올릴수록 손해다. 하지만 사명감이다.
그러니 주최 측이든 관객이든 더 조심한다. 공연장은 저마다 방역을 강화했다. 관객들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손 세정제를 수시로 사용한다. 오히려 이곳은 안전지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날 공연이란 배우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연장과 스태프만 있다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관객들이 있을 때 배우들은 놀라운 에너지와 집중력을 보여주고, 그 순간만큼은 유일무이한 경험이 만들어진다. 이런 시국에 우리가 함께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연대,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공연을 통해 확인한 자리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그 유명한 문구를 빌려온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한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4월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28일 100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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