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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대표연설 12년치 분석…"김태년은 긍정적, 주호영은 부정적 단어 多"(종합)

등록 2020.07.23 19: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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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대통령과 靑 정조준…與는 언급 삼가고 '긍정 표현'

레임덕 때는 野 '수권능력' 부각…"차기 대선 집권 염두"

21대 첫 교섭단체 연설, 여야 모두 '민주당' 많이 언급

"과반 이상 차지한 여당의 정치적 위상과 무게 반영"

김태년은 긍정 단어, 주호영은 부정적 단어 많아 대조

"집권세력 비판 위해 야당의 부정적 단어 사용 증가"

유승민은 예외 "결국 사퇴…원내대표 역할은 대리인"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0.07.2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0.07.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지난 12년간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여야 모두 대통령 지지율과 대선 주기에 따라 '말'의 수위가 오르내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21대 총선 후 처음으로 이뤄진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선 '민주당'을 지칭하는 단어 사용 빈도가 여야 공히 높게 나타나, 선거를 통해 변화한 여당의 정치적 위상이 연설에도 반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경희대 학술지 오토피아(Oughtopia)에 게재된 이승원(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이현우(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논문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본 한국 국회 정치의 특성'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도와 대선 주기에 따라 여야 화법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지난 18~20대 국회까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계열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문 65개를 분석했다. 18대 국회(2008년~)부터 20대 국회 첫해(2016년~)까지는 통합당 계열, 20대 국회의 나머지 임기(2017년~)는 민주당이 각각 여당에 위치했다.

특히 3회 이상 사용된 명사 4448개를 서울대학교 컴퓨터언어학 연구진 및 군산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공합과가 만든 한국어 감성사전과 다음(daum.met)에서 제공하는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을 참조해 긍정·중립·부정으로 +2점부터 -2점까지 분류해 '감성값'을 매기고, 이를 여야 지위 변동, 대통령 국정 지지도 등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우선 선호 단어로 보면, 정권교체 전후와 무관하게 야당은 '청와대', '무능', '최악', '국정조사', '수사' 등 부정적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았고, 여당은 긍정적 언어 사용이 많았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전 인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0.07.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전 인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0.07.21. [email protected]


특히 '청와대'는 야당이 주로 사용했다. 일례로 민주당 계열 정당은 야당 시절 '청와대'를 연설문에 즐겨 썼지만 여당이 된 후에는 6번의 연설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야당에게 '청와대'는 최고 권력기관의 상징이자 대통령을 지칭하며 이에 맞서는 상대로 자신을 인식하고 규정한다"면서 "반면 여당은 이러한 야당의 의도와 관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단어의 언급 자체를 꺼린다"고 분석했다.

'감성값'을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여당이 높고, 야당은 낮게 나타났다. 긍정적 단어 사용이 많을 수록 감성값이 높아지고, 부정적 단어 사용이 많을 수록 감성값은 낮아진다. 여야간 감성값 격차가 클 수록 갈등 수위가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대통령 국정지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될 때는 여당의 감성값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야당은 낮아 감성값 격차가 컸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여당의 감성값은 낮아지지만 야당은 상대적으로 상승하며 오히려 격차가 줄었다.

여야 감성값 격차는 대통령 임기 주기와도 상관관계를 보였다. 임기초에는 여야 격차가 컸지만, 차기 대선이 다가오는 임기말에는 격차폭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저자는 "이는 야권의 높은 감성값 때문이라기보다는 여당의 감성값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지지가 낮은 상황에서 야당은 인기 없는 대통령과 여당을 더욱 강하게 비판하고 공격하기보다 대안 제시를 통한 수권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갖게 되고 그 결과 갈등 해소와 긍정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전략을 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7.2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7.21. [email protected]


이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높은 경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라고 지적했다.

임기말로 갈수록 격차가 줄어드는 데 대해선 "한국 국회 정치는 대통령 선거의 강한 자장 안에 있다는 반증"이라며 "대선 직후 1년은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서로 선명성 경쟁의 결과 그 격차는 벌어 지지만 마지막 1년은 차기 대선에서 집권을 염두에 둔 2개의 예비 여당이 존재하는 셈"이라고 했다.

21대 총선 후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여야의 '언어'는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민주당 김태년, 21일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추가 분석한 결과 김 원내대표 연설의 감성값은 185점, 주 원내대표 연설 감성값은 -58점으로 나타나 양측 간 격차가 243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긍·부정 단어 숫자로 보면 민주당 연설은 긍정적 단어 181개, 부정적 단어 120개를 사용한 반면 통합당 연설은 긍정적 단어 104개, 부정적 단어 120개로 대조됐다. 빈도수가 높은 단어의 경우 여당은 '경제', '민주당', '세계', '디지털', '산업', '혁신' 등 긍정적 이미지의 언어가, 야당은 '정권', '대통령', '권력', '문재인' 등 권력투쟁과 관련된 단어 사용이 잦았다.

저자는 "여당은 긍정적 단어 사용을 통해 국정운영의 긍정성을 강조하는 반면 집권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야당의 부정적 단어 사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한국 국회는 여야의 정치적 경쟁이 이루어지는 경합형 국회(legislature as arena)로서의 특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이번 연설에선 여야 공히 '민주당'이라는 단어 사용 빈도가 높게 나타난 점이다. 저자는 "과반 이상(176석)을 차지한 여당의 정치적 위상과 무게가 여야 모두의 연설문에 반영되었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뉴시스】권주훈 기자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2015.04.08 joo2821@newsis.com

【서울= 뉴시스】권주훈 기자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2015.04.08 [email protected] 


이밖에 교섭단체 연설의 화자별로 보면, 당대표는 상대적으로 감성값 평균이 원내대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례적인 것은, 여당이던 유승민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당시 원내대표의 2015년 4월 교섭단체 연설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당시 원내대표의 같은 해 9월 교섭단체 연설의 경우 여당인 데도 부정값이 상대적으로 높거나(유승민), 야당인데도 긍정값이 상대적으로 높게(이종걸) 나타났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 비판해 화제가 됐으나,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뒤 당내 친박계의 집중 포화를 받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저자는 "유승민은 이 연설로 여당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하는 일로 번졌음을 상기하면 기본적으로 원내대표에게 기대되는 것은 개인의 철학이나 소신을 강조하는 수탁자 모습보다는 소속 정당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이 강조되는 자리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승민과 이종걸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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