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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헬퍼봇에서 왜 엄마아빠가 보이는걸까…'어쩌면 해피엔딩'

등록 2020.11.01 10: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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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 한 차례 더 스트리밍

[서울=뉴시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온라인 스트리밍. 2020.11.01.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온라인 스트리밍. 2020.11.01. (사진 =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는 휴대전화 속에서 늘 로봇으로 살아가(We are everyday robots on our phones)."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스마트폰을 기계처럼 지니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정경을 그린 브릿팝 밴드 '블러'의 프런트맨 데이먼 알반의 솔로곡 '에브리데이 로봇' 노랫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미니멀한 트립합(음습하고 몽롱한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 사운드에 배인 도회적이면서 쓸쓸한 '에브리데이 로봇'의 정서가 차가운 기계 장치를 통해 전달되는 듯했기 때문이다.

공연의 매력은 한 공간 안에서 작품이 뿜어내는 정서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교감하는 데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에서 그 매력은 강제로 부인당하는 중이다. 온라인 공연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강요 받는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 여름 코로나19 가운데도 비교적 성료됐지만, 이번에 온라인 공연을 시도한 이유다.

'어쩌면 해피엔딩' 온라인 공연의 성과는, '좋은 이야기'는 랜선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이다. 작품은 사람과 완전하게 흡사하게 생긴, 그러나 구형이 돼 버려진 채 외롭게 살아가는 두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주인공이다.

'어쿠스틱한 분위기가 흐르는 미래의 메트로폴리탄 서울'이 콘셉트로 미래가 배경이다. 그러나 재즈 레코드, 반딧불이, 제주도 등을 등장시켜 감성을 자극한다. 미국인 작곡가 윌 애런슨이 만든 재즈와 실내악 기반의 뮤지컬 넘버들도 그런 매력을 부추긴다.

무엇보다 어느 시대와도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는 고전적 줄거리가 이 작품의 매력이다. 박천휴 작가는 "작품의 근원에 깔려 있는 정서는 클래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현재와 맞물리는 지점은 '혼자 살아가기'(혼살)다. 버려진 헬퍼봇들은 혼자 낡은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충전기가 망가진 클레어가 다른 호실의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멀리하게 되는 지금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클레어를 만나기 전 대인기피증을 앓는 것처럼 보이는 올리버가 종이컵으로 만든 실 전화기로 멀찌감치 떨어져 클레어와 소통하는 모습은 아날로그 정서를 풍기지만, 동시에 사람과 대면하기 힘든 지금을 반영한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온라인 스트리밍. 2020.11.01.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온라인 스트리밍. 2020.11.01. (사진 =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동시에 점점 녹이슬어가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두 헬퍼봇의 모습에서 늙은 부모가 떠오른 관객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현재 청춘의 삭막한 풍경도 발견 가능하다. '자율적 의지'에 의해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음에도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약속한다. 'N포 세대'로 결혼은 물론 연애까지 사치로 느끼는 젊은 세대의 힘겨움이 겹쳐진다.

결국 '어쩌면 해피엔딩'은 온라인 공연을 통해 각종 기계장치와 동기화(同期化)가 대세인 시대, 인간과의 동기화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묘를 발휘한다.

물론 이야기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연만의 장점을 부각시킨 장면도 있다. 실 전화기 장면은 드라마·영화에서처럼 클레어와 올리버를 각자 비추는 분할 화면을 사용,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반딧불이를 클로즈업한 장면은 더 로맨틱했다. 클레어 역의 강혜인, 올리버 역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해피엔딩' 온라인 공연은 2일 오후 8시 올리버 전성우, 클레어 한재아 역으로 한 차례 더 스트리밍한다.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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