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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아버지의 추억‘ 재미한인작가 NYT 기고문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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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4-05 15:57:43  |  수정 2016-12-28 14: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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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재미한인작가가 뉴욕타임스에 메이저리그와 아버지의 추억을 기고한 글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페이지에 게재된 '야구로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하기('Saying ‘I Love You’ With Baseball)'는 한인1.5세 우성준(44 Sung J. Woo) 작가의 기고문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야구의 추억을 통한 성장기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2008년 단편소설 'Limits'로 레이몬드 카버 문학상을 수상한 우 작가는 신작장편 'Love Love'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15.04.04. <사진=sungjwoo.com/Sandra Nissen>  robin@newsis.com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재미한인작가가 뉴욕타임스에 메이저리그와 아버지의 추억을 기고한 글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둔 지난 3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페이지에 게재된 '야구로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하기(Saying ‘I Love You’ With Baseball)'가 화제의 글이다.

 이 글은 한인1.5세 우성준(44 Sung J. Woo) 작가의 기고문으로 어린 시절 미국에 먼저 이민 온 아버지와 야구를 통한 성장기의 추억을 담은 글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팀은 뉴욕 양키스지만 뉴욕에 이민 온 한인들은 뉴욕 메츠의 팬들이 많다. 한인타운 플러싱 퀸즈에 메츠의 홈구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미국에 이민온 것은 열 살 때인 1981년이다. 미국에 먼저 와서 가족들을 초청하기 위해 7년간 고생한 아버지의 헌신이 있었다. 가족이 합친 후 부모님은 뉴저지 저지쇼어에 작은 선물가게를 냈고 대부분의 이민가정이 그러하듯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했다. 어린 시절 그도 가게 일을 돕곤 했다.

 우성준 작가는 기고문에서 중학생이었던 1985년 뉴욕 메츠의 에피소드를 통해 부자간의 은근한 사랑을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그는 메츠의 광팬이었다. 친구 대부분이 양키스 팬이었지만 그는 메츠가 그해 카디널스에 아깝게 패한 것을 계기로 팬이 되었다.

 아버지는 야구에 무관심했고 무뚝뚝한 성격이었다. 부자간의 대화도 거의 없었다. 그 해 여름 야구 글러브를 사고싶다는 아들의 얘기에 아버지는 "나도 하나 사겠다"고 말했다.

 "정말이요?" "그렇다니까."

 '아버지는 뚱뚱한 편이었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아버지보다 더 뚱뚱한 투수 시드 페르난데스가 기가 막힌 커브볼을 던지는데, 못할 이유가 뭔가? 그날 밤 아파트 근처 공터에서 우리는 캐치 볼을 주고받았다. 난 학교에서 야구볼을 캐치하는 훈련을 해봤지만 아버지는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볼을 받을 때마다 "철썩 철썩" 소리가 났다. 글러브로 부드럽게 잡지 못하고 손바닥 부위로 받았기때문이다. 아픈 표정을 짓는 아버지와 5분여 캐치볼을 하고 나서 "이젠 그만하자"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배려(mercy)가 아니었다. 우리를 지켜보는 동네아이들 앞에서 야구공 잡는 법도 모르는 나이먹은 사람과 캐치볼 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글러브를 벗은 아버지의 손바닥은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11년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전에 나를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아버지가 야구공을 받을 때 "철썩"하던 소리는 계속하여 내 귓전을 울리고 있다. 그것은 또다른 언어로 말하는 듯 했고 그때마다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1986년 메츠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중력을 무시하는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을 던지는 간판투수 마이크 스코트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따돌리고 메츠는 통산 세 번째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상대는 '밤비노의 저주'를 풀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던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5차전까지 혼자서 TV로 경기를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3승2패의) 레드삭스는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겨두었고 메츠는 벼랑끝이었다. 6차전이 열린 토요일은 선물가게가 가장 바쁜 날이었지만 "메츠에겐 내가 필요하다"며 집에서 TV를 보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말도 안돼" 하셨지만 아버지는 "그래라. 우리가 알아서 할께"하고 허락하셨다. 밤 10시쯤 두 분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침대로 직행했고 아버지는 내 주위를 서성거렸다.

 "왜 안들어가요?" "나도 야구좀 볼까 하는데.."

 난 대꾸하지 않았다. 부모님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다. 이유는 없었다. 힘든 사춘기였으니까. 메츠가 무너지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졸음에 겨워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모습에 더욱 화가 치솟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아버지는 TV 앞에서 잠이 들었다. 종일 선물가게에서 바쁘게 일한 아버지에겐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그러나 난 화가 너무 치밀었다. (3-5로 뒤진 연장 10회말 메츠는 마지막 공격에서 주자도 없이 투아웃에 몰린 상황이었다.) 한명만 아웃되면 메츠는 끝이었다. 마치 그것이 아버지의 잘못처럼 느껴졌다. 그리고나서 우리 모두가 아다시피,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안타와 폭투 등으로) 2점 만회에 성공, 동점이 되었다. (2사3루에서) 평범한 1루 땅볼을 빌 버크너가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게 아닌가. 믿을 수 없는 역전극에 자리를 박차고 집안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돌연한 소란에 아버지는 눈을 꿈뻑꿈뻑 뜨시더니 손뼉을 쳤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젠 알고 있다. 아버지와 나는 함께 경기를 시청한 것이다.'

 우성준 작가는 코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저지 워렌카운티 커뮤니티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창작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08년 단편소설 'Limits'로 레이몬드 카버 단편컨테스트에서 수상한 그는 2009년 장편데뷔작 'Everything Asian'을 출간했고 신작 'Love Love' 출간을 앞두고 있다.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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