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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종기 "아버지 전집 저작권·인세, 문학과지성사에 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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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5-26 17:00:12  |  수정 2016-12-28 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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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동화 개척자 '마해송' 전집 10권 완간  아들 마종기는 5년 만에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 펴내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아버지 전집의 저작권과 인세, 모든 사용료를 문학과지성사에게 귀속시키겠습니다. 앞으로 문학과 지성사에서 마해송문학상과 함께 잘 건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 아들인 재미시인 마종기(76·사진)씨는 2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마해송 전집 8~10권 완간 및 자신의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간 여러 출판사에서 단편으로는 나왔지만, 전집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이 책이 팔려 인세 등을 받게 됐을 때, 한국어를 잘 모르는 아이가 그런 것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확실하게 가져가야 될 곳이 '문학과 지성사'라고 생각해서 내가 결정한 일이다"며 "오해 안 했으면 좋겠다. 문학과지성사에서는 이와 관련해 단 한 마디도 안했다"고 덧붙였다.

 마종기 시인의 아버지 마해송은 국내 창작동화 영역을 개척한 아동문학가로 1905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1921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 예술과에 입학했으며 재학 중 유학생 극단을 조직해 신극 운동을 했다. 1920년대부터 아동문학 작품 집필에 전념했으며 1957년 '대한민국어린이헌장'을 기초하는 등 아동 인권운동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

 문학과지성사는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마해송 선생의 문학세계를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부터 '마해송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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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문학과지성사는 2013년부터 마해송의 전집 발간을 시작했다. 전집은 장편과 중단편, 수필, 노래가사, 미완성작까지 마해송 문학의 모든 것을 담았다.

 마 시인은 "나의 시집 출간보다 아버지 전집 완간이 더욱 기쁘다"며 "미국에서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간적인 유대가 많이 훼손된 상태에서 살다보니 신성함, 찰나적 아름다움에 자꾸 매료되게 된다. '이슬의 눈'(Eyes of Dew)이란 시를 쓴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이슬에 대한 애정이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젊은 시인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며 "한국 국적을 다시 얻는 게 부모님한테 효도까지는 아니어도 버림받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시인 마종기는 미국 의사로 일하며 평생을 타국에서 살아야 했던 고독과 그리움을 시로 녹여내 왔다. '하늘의 맨살'(2010년) 이후 약 5년 만에 열세 번째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을 내놨다.

 시집 제목의 의미에 대해 그는 "'42개'라는 게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한테 좋은 뜻으로 전해진다"며 "미국 야구에서 1947년 흑인 최초로 메이저리거가 된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가 42번이다. 그 후로 메이저리거에서 42번을 아무도 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받는데도 의연하게 야구에 집중했다"며 "'42번'하면 미국 사람들은 '독립적인' 혹은 '자부심을 가진' 등으로 좋게 생각한다. 상징적인 숫자가 된 것도 작용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많다'는 것을 좋게 이야기해서 42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마 시인은 의사였다.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1959년 연세대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본과 1학년 재학 중 박두진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 '해부학교실' '나도 꽃으로 서서' 등을 발표하며 1959년 등단했다. 이어 1960년에 출간한 첫 시집 '조용한 개선'으로 제1회 연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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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쳐 방사선과 전문의가 됐다. 오하이오 의과대 방사선과 교수 시절 '올해 최고의 교수상'을 수상했으며, 톨레도 아동병원 방사선과 부원장을 역임했다.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한국에서 시를 발표했으며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2002년 의사 생활에서 은퇴한 뒤 모교인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초빙교수로 '문학과 의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마 시인은 "'의사'란 직업은 자기 자신이 틀리면 환자의 건강이 문제되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점점 듣지 않고 시야도 좁아지게 된다"며 "그래서 인문학적 교양을 키워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데 많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많은 의과대학에서는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며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본과 2학년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쳤다. 이후에 각 의과대학에서 관심을 갖고, 인문학에 대한 강의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해송 전집 8·9·10권에는 그의 시대정신과 비판정신의 기록인 '편편상'(片片想)'류의 수필들과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등 혼란의 시대를 살아낸 그의 진솔한 삶, 아동인권 문제를 비롯해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그의 다양한 관심이 담긴 글이 수록돼 있다.

 편수로는 309편이며 원고지 6200여 매 분량이다. 10대 후반이던 1923년부터 1966년 작고하기 전까지 쉼없이 달려온 그의 문학적 편력이 시대 순으로 정리됐다. 특히 기출간됐던 단행본 외에 신문과 잡지 등에는 발표됐으나 책으로는 엮이지 못했던 53편의 미발간 수필들이 출간됐다.

 시인 마종기의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은 어머니와 지인들을 떠나보내는 상실의 아픔을 간절하고 지순한 목소리로 전하는 한편, 수십년 만에 이룬 국적회복의 감격과 기쁨을 희망찬 시어에 담았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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