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회

"북에 있는 가족 때문에"… 전향 간첩의 변절

등록 2010.08.18 17:39:40수정 2017.01.11 12:20:5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박성규 기자 = 수십년간 남한 사회에 적응해 잘 살아오던 전향 간첩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변절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18일 북한 정찰국 남파간첩 출신 전향자 한모씨(63)를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의 협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3번째로 남파된 1969년 이후 전향, 남한에서 고정간첩을 잡는 데 협조하는 등 공을 세웠고, 그 이후 국내 대형건설사 등에 입사해 고위직까지 올랐다.

 이후 그는 수십억원대의 재산까지 모았고, 한 때 남파간첩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잊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듯 했다.

 때문에 남한에서 가정까지 꾸리며 잘 살던 그가 다시 북한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그의 변절은 남한에서 이룬 가족관계에 조금씩 금이 가면서 시작됐다. 단란하던 가정은 이혼으로 허물어졌고, 한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어졌다.

 한씨는 힘든 시기를 보내다 우연한 기회에 탈북브로커를 만나게 됐고, 그를 통해 한씨는 북한에 있는 남아있는 가족들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한국인 접촉자 등 민간인 주요범죄를 수사하는 북한 보위사령부의 공작원을 만나게 됐다.

 한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공작원의 도움이 필요했고, 북한 역시 남한에서 성공해 살고 있는 한씨를 이용, 남한의 정보를 빼낼 유인이 있었던 것이다.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한씨는 가족이 보고싶다는 자신의 속내를 내비췄고, 이에 공작원은 한씨에게 남한에 가서 필요한 정보 등을 빼내오라는 등의 지령을 내렸다. 

 이후 한씨는 우리나라 기무사에 해당하는 북한 보위사령부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2008년과 지난해 북한 군 출신 탈북자 등으로 구성된 비공개 탈북자단체의 기밀과 북한 사회안전부 및 보위부 근무 경력을 가진 반북활동 탈북자 정모씨의 정보를 탐지했다.

 또 1997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중국 북경 등지에서 북한 정찰국 문화연락실 공작원과 접선, 남한에 입국해 지령대로 탈북자로 구성된 '하나원'의 정보를 알아봤다.

 한씨는 전화·인터넷·개인블로그 등을 통해 보위사 공작원과 수시로 접선 일정 등을 협의했고, 특히 공작원과 연락 할 때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 개인 블로그를 이용했으며, '접선'을 '골프투어'로 표현하는 등 약정된 음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변절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행동을 수상히 여기던 사정기관은 오랜기간 행동을 추적했고, 결국 그는 체포했다.

 결국 한씨는 북한 공작원들과 연계, 반북 탈북자 신상 정보와 비공개 탈북자단체 현황 등을 탐지한 혐의 등으로 이날 구속 기소됐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