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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예인도, 당신도 V라인…" 위험한 양악수술 권하는 성형외과

등록 2011.09.05 13:40:23수정 2016.12.27 22: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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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학원 강사인 김모(30·여)씨는 최근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지난 4월 의사의 권유로 받은 '양악수술' 부작용으로 웃을 때 치아가 보이지 않고, 입을 벌릴 때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등 겉보기에도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양악수술을 하면 지금보다 더 예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수술을 받았다"며 "지금은 부모님이 주신 얼굴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거울을 볼 때마다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현재 김씨는 학원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연예인들이 몇 달 새 과거에 비해 확 달라진 외모가 화제가 되고 있다. 수술 전후를 비교한 사진을 보면 턱선이 갸름해지는 등 확 달라진 얼굴 때문에 단번에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한 모습이다. 대부분 턱의 위치나 모양을 변형시키는 양악수술을 받았다.

 배우 신은경과 신모양, 최모양 등이 양악수술 사실을 밝혔다. 특히 이들의 성공적인 수술 결과가 공개되자 네이버와 다음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양악수술이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강한 이미지를 교정하기 위해 양악수술을 한 신은경의 경우에는 강인한 여성에서 청순미녀로 이미지를 바꾸며 화장품 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양악수술 후 달라진 연예인 모습을 보니 나도 수술을 받아야겠다', '양악수술 비용은 어느 정도냐', '수술 후 회복 기간은 얼마나 되냐' 등의 댓글을 남기며 양악수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양악수술이란 위턱과 아래턱의 뼈를 잘라낸 뒤 이상적인 위치로 옮겨 얼굴형과 치아의 균형을 바로잡는 수술이다. 특히 주걱턱이나 돌출입, 부정교합 등 안면비대칭을 교정하는 효과적인 수술이다.

 하지만 각종 신경이나 혈관이 많은 턱뼈를 절개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도가 높고 전신마취도 받아야 한다. 또 수술 후 회복기간에도 무통주사를 맞아야 할 정도로 통증도 극심하다. 여기에 수술 비용이 평균 1000~15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수술이다보니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양악수술이 일반인들에게 '연예인처럼 예뻐지기 위해 하는 수술'로 인식되고, 덩달아 과다경쟁으로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외모개선에 획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하며 수술을 권유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의 A성형외과. 이곳은 인터넷에서 양악수술 전문병원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유명세를 증명이라도 하듯 병원에는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또 양악수술과 관련한 전화상담을 전담하는 코디네이터가 수시로 울려대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병원 곳곳에는 양악수술 전후사진을 비교한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고, 양악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수술 후기 등의 내용이 담긴 인터뷰 동영상도 방영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30~40분 정도 기다리자 성형외과 코디네이터가 상담실로 안내했다.
 
 코디네이터는 상담을 받는 동안 '동안얼굴을 갖게될 것이다',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등 온갖 감언이설로 계속해서 수술할 것을 권유했다.  

 "연예인처럼 갸름한 얼굴을 만들려면 뼈를 깍는 고통 정도는 참아야 돼요. 양악수술을 받으면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져요.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수술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하자 코디네이터는 현금으로 결제할 것으로 유도하며, 수술 비용을 깍아줄 수 있다고 했다.   

 "수술 받으면 예뻐질 수 있는데 1000만원 정도는 자신을 위해 투자하세요. 현금으로 할 경우에는 10~20%를 저렴하게 해드릴 수 있어요."

 수술비용은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코디네이터와 협상(?)을 통해서 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곧이어 만난 의사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의사는 "치과 교정만으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한계가 있다"면서 "연예인들처럼 이쁜 턱선과 갸름한 얼굴을 원하면 양악수술 하는게 더 좋다. 수술도 어렵지 않고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수술을 권유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올해 초 대학입학을 앞둔 여고생이 양악수술을 받은 뒤 호흡곤란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정도로 위험한 수술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접수된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사례 172건 중 양악수술은 부작용 피해가 5번째로 많았고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사례로는 턱관절 장애로 입이 안 벌어지거나 턱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경우, 수술 후 기도가 좁아져 숨을 쉬기 힘든 경우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주걱턱이나 돌출입, 부정교합 등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적은 치아교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위험한 수술인 만큼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학교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의룡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구강외과와 소수의 경우 이비인후과에서 양악수술을 집도하고 있다"며 "하악과 상악의 위치를 이동해 판을 다시 짜야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교합이나 턱관절 등을 전공으로 한 의사와 상담을 받고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의료계 과다경쟁으로 치과교정으로도 충분히 해결되는 환자에게까지 양악수술을 권유하는 병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정밀진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 의료인이 아닌 상담실장이 나서서 수술을 권유하는 개인병원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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