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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감 현장] 광주인화학교 국감장은 '슬픈 바다'

등록 2011.09.30 13:38:13수정 2016.12.27 22: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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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광주·전남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30일 오전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가운데 인화학교 피해 대책마련에 나섰던 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mdhnews@newsis.com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광주·전남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30일 오전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가운데 인화학교 피해 대책마련에 나섰던 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송창헌 기자 = "아이들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광주인화학교 교사는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교사는 듣지 못하는 아픔을 지닌 장애 제자들이 교장과 행정실장 등 어른들의 그릇된 성욕에 능욕당하고 상처받을 때 지켜주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3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광주시 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벌어진 전남도 교육청 대회의실.

 영화 '도가니'의 실제 모델인 인화학교의 최사문 교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발언대에 서서 6년 전 끔찍했던 성폭력사건이 눈앞에 되살아나는 듯 시종 떨리는 목소리로 그날의 악몽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법인측 교사와 대책위원회를 꾸린 양심교사들로 학교가 양분됐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청와대 탄원과 교육청 진정도 숱하게 했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오히려 (진실을 위해 싸운) 교사는 품위를 훼손하고 (학생들을)배후 조종, 집단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사건이 은폐된 것과 관련 "아마 학교를 설립한 이사장의 자녀들이 가해자로 연루돼 있어 법인이나 학교측으로선 은폐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어렵게 말을 이어오던 최 교사는 해결책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감정이 복받치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005년, 사건이 처음 불거지고 사법처리가 이뤄진 후 잊혀져 가던 사건이 한 편의 영화를 계기로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게 됐지만 장애 학생들의 아픔은 당시 사건 이후로 계속돼 왔습니다. 어떻게든 학교가 정상화되길 바랐지만 이젠 도저히 아이들을 맡길 수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이어 "참고인으로 출석키로 한 뒤 우리 아이들이 당한 참담한 고통을 짧은 시간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밤새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들, 아픈 우리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얼굴을 감싼 채 국감장을 빠져 나갔다.

 그 순간 국감장엔 무거운 정적이 흘렀고 사람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국감장 뒤켠에서 '잔인한 진실'을 청취하던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도 긴 한숨을 몰아 쉬며 슬픔을 삭였다.

 교육감 뒤편에 앉아있던 교육청 실과장들도 고개를 떨구거나 물끄러미 천장을 쳐다보며 장애학생들의 인권과 인생이 유린당하는 걸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당국의 책임을 죄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정두언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이제와서야 이런 질의를 하는 것 자체가 부모로서, 의원으로서 부끄럽다"며 자성의 태도로 재발 방지책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신체가 부자유스런 자녀들을 둔 부모나, 건강한 아이들을 둔 부모나 모두 가슴이 아프고 자책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과연 아이들이 희생당할 때 우리가 뭘 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방청객은 "온 몸으로 아이들을 지키려고 한 교사들의 희생과 '학교는 아무 일 없다'며 부인하기 급급한 학교측의 태도를 한 자리에서 지켜보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것은 비단, 교사들만이 아닌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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