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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12 아동학대 사례 연구집' 살펴보니…

등록 2012.12.18 11:26:55수정 2016.12.28 01: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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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만성 알콜중독자인 엄마와 폭력적인 새 아빠 사이에서 고등학생 김모양(17)은 항상 공포에 떨었다. 아빠는 집기를 던지고 폭력과 변태적인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 집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알콜중독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김양의 피해사례는 지역사회로 퍼졌고 주민들은 이를 아동복지센터에 신고했다. 경찰서 조사과정에서 우여곡절은 거듭됐지만 검찰의 보강수사를 통해 관계기관은 보호조치를 취했고 학대행위자인 아빠에 대해서는 6개월 보호관찰 처분을 내렸다.

 #초등학생 박모군(11)은 아빠 박씨(38)와 홀로 살고 있다. 평범했던 가정은 갑작스런 아빠의 건강악화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허리를 심하게 다친 후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이틀에 1번 이상 술을 마셔댔다. 담당 구청과 센터가 집을 찾아가니 집의 거실에 곰팡이가 핀 옷가지가 쌓여 있고 싱크대와 방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식사마련과 빨래조차 하지 못하는 생활이 반복되며 박군은 위축돼 있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표현을 거의 하지 못하는 등 심리적인 불안감을 보였다. 아동복지센터는 격리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부자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에 센터는 원가정 기능회복으로 개입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월하지 않았다. 주거환경 개선을 비롯해 상담과 심리 치료 등을 병행하려 했지만 박씨는 치료 및 상담을 거부했고 기관에서는 강제력이 없어 한계에 부딪혔다.

 서울시가 이같은 아동학대 사례를 포함해 7개소 아동학대예방센터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엮어낸 '2012 아동학대 사례 연구집'을 펴냈다.

 책자는 신고접수→ 현장조사→ 사례판정→ 조치결정→ 사례종결→ 사후관리 과정을 거쳐 이뤄진 11가지의 아동학대 상담사례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자들의 수기, 전문가의 자유기고, 학대피해아동이 경험한 아동글짓기로 구성돼 있다.

 특히 자유기고란에는 아동학대 조기예방을 위한 팁이 들어있다. 부모뿐만 아니라 직무상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교사와 시설종사자, 의료직군 등은 아동학대예방교육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센터 관계자는 "여전히 가정 내 아동학대는 '부모가 양육하다가 그럴 수 있지'라는 시각이 팽배해 있고 아동의 생사가 걸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관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곳도 있었다"며 "아마도 제일 힘든 부분이 아동학대에 대한 이러한 인식부족이지 않을까 싶다. 학대행위자와 싸우는 것이 아닌 이러한 사회전반에 걸쳐 있는 전극대적인 사고방식과 선입견 가부장적인 가치관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토로했다.

 이 연구집은 아동복지센터 홈페이지(http://child.seoul.go.kr/)에서도 볼 수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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