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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리뷰]구멍=인간의 상처,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 1·2

등록 2014.07.04 06:11:00수정 2016.12.28 13: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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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나의 모든 구멍을 채워줘”라는 자극적인 카피는 힌두교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의 “인간의 몸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거대한 상처”라는 경구를 떠올린다.  tek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나의 모든 구멍을 채워줘”라는 자극적인 카피는 힌두교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의 “인간의 몸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거대한 상처”라는 경구를 떠올린다.

 ‘덴마크의 김기덕’ 라스 폰 트리에(58) 감독의 문제작 ‘님포매니악’ 볼륨1이 6월19일 개봉한데 이어 볼륨2가 3일 개봉했다. 1에서 그려진 중년여성의 천일야화 같은 성적 여정이 이어진다. 그녀가 왜 추운 겨울날 피투성이가 된 채 거리에 쓰러져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마침내 풀린다. 성에 대한 학구적이며 지적, 때론 감성적 비유가 천재적이지만 재기발랄하다 못해 유치하게 느껴지는 표현법도 그대로다. 뜻밖의 결말은 감독의 악동 같은 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5시간30분 가량의 감독판은 감독이 빠진 채로 4시간 정도의 길이로 재편집,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됐다. 작품의 본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까지 봐야한다. 전반부인 1은 여주인공 조(사를로트 갱스부르·스테이시 마틴)의 유년기와 10대 시절이 주로 비춰지며 성적 호기심과 다양한 경험이 다소 경쾌하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2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바뀐다. 주인공이 나이를 먹은만큼 현실적이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돈다. 보다 자학적이고 폭력적이 되면서 비극적 색채마저 감지된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나의 모든 구멍을 채워줘”라는 자극적인 카피는 힌두교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의 “인간의 몸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거대한 상처”라는 경구를 떠올린다.  tekim@newsis.com

 여자 색정광을 뜻하는 제목처럼 야릇한 시선으로 접근했던 1과 달리 2에서 본격적인 삶의 무게가 부과된다. 일종의 중독성 질환인 성도착증이 어떻게 일상을 파괴하고 인생을 무너뜨리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감독의 의도와 달리 편집된 탓인지 왜 조가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성에 빠져들게 되는지, 트라우마와 콤플렉스 등의 심리적 요인은 미궁에 빠진다.

 불감증과 피학증 등을 넘나드는 변태적 집착이 파트너십과 모성애 등의 인간적 유대를 파괴하고 결국 배신과 고통이 넘치는 생의 찌꺼기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은 감독의 비관적 세계관이다. 수천 명과의 섹스 후 남은 것은 피가 나는 음부와 염증으로 쓰라린 사타구니뿐이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나의 모든 구멍을 채워줘”라는 자극적인 카피는 힌두교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의 “인간의 몸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거대한 상처”라는 경구를 떠올린다.  tekim@newsis.com

 실제 우울증을 앓으며 ‘멜랑콜리아’ 같은 영화를 선보였던 폰 트리에 감독은 자기비하와 죄의식에 빠져 자신을 벌주며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여인에게 자기를 반영했다. 거울 속에 비친 어린 자아, 무의식, 프로이트에 대한 언급 등을 통해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노출하기도 한다. 병원같은 건조한 공간에서 침대에 누워 무성욕자로 살아온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카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정신치료 진료실을 연상시킨다.

 감독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신성모독적인 면도 여전하다. 가장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며 체제와 고정관념에 대한 반항을 넘어서, 예수의 십자가 고행과 같은 고통과 병치시킨다. 결국 삶은 상처와 그로 인한 괴로움으로 점철된 노정이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나의 모든 구멍을 채워줘”라는 자극적인 카피는 힌두교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의 “인간의 몸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거대한 상처”라는 경구를 떠올린다.  tekim@newsis.com

 한편, 칸영화제에서 나치 옹호발언으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지목되며 곤욕을 치른 폰 트리에 감독은 ‘님포매니악’을 통해 자신이 반유대주의자가 아님을 ‘신경 써’ 표시하려 한 듯하다. 유대계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 사망 직전 친부가 종교음악가 집안 출신의 독일계라고 밝힌 후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주요인물인 샐리그먼을 유대계로 설정했으며, 조의 첫사랑 제롬 역에는 대표적 할리우드 유대계 배우 샤이어 라보프를 캐스팅했다. 같은 유대계를 선호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발탁돼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출연하며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남우다. 배역에는 그의 유명세도 고려됐겠지만, 라보프의 어색한 영국식 영어 액센트는 최근 이어지는 각종 기행과 더불어 또 하나의 웃음거리가 됐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나의 모든 구멍을 채워줘”라는 자극적인 카피는 힌두교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의 “인간의 몸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거대한 상처”라는 경구를 떠올린다.  tekim@newsis.com

 조를 비롯한 여인들의 성적 판타지를 해소시켜주는 ‘클리닉’을 운영하는 K역은 ‘빌리 엘리어트’의 아역 제이미 벨, 조의 후계자가 되는 P역은 모델 출신 신예 미아 고스가 맡았다. 조의 아버지 역에 크리스천 슬레이터, 조의 수많은 섹스파트너 중 한 명인 유부남 H의 아내 미시즈 H 역에 우마 서먼, 조에게 어둠의 직업을 알선하는 L역에 윌렘 대포 등 할리우드 배우가 출연한다.

 발기한 남성성기가 나오는 장면을 비롯해 블러 처리가 된 부분이 많고, 그나마 포르노배우들을 보디더블로 기용해 찍은 신들이므로 신체노출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않는 것이 좋다. 상업적 타협을 하며 1시간 반 분량이 잘리면서 감독의 의도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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