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구멍=인간의 상처,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 1·2
‘덴마크의 김기덕’ 라스 폰 트리에(58) 감독의 문제작 ‘님포매니악’ 볼륨1이 6월19일 개봉한데 이어 볼륨2가 3일 개봉했다. 1에서 그려진 중년여성의 천일야화 같은 성적 여정이 이어진다. 그녀가 왜 추운 겨울날 피투성이가 된 채 거리에 쓰러져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마침내 풀린다. 성에 대한 학구적이며 지적, 때론 감성적 비유가 천재적이지만 재기발랄하다 못해 유치하게 느껴지는 표현법도 그대로다. 뜻밖의 결말은 감독의 악동 같은 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5시간30분 가량의 감독판은 감독이 빠진 채로 4시간 정도의 길이로 재편집,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됐다. 작품의 본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까지 봐야한다. 전반부인 1은 여주인공 조(사를로트 갱스부르·스테이시 마틴)의 유년기와 10대 시절이 주로 비춰지며 성적 호기심과 다양한 경험이 다소 경쾌하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2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바뀐다. 주인공이 나이를 먹은만큼 현실적이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돈다. 보다 자학적이고 폭력적이 되면서 비극적 색채마저 감지된다.
불감증과 피학증 등을 넘나드는 변태적 집착이 파트너십과 모성애 등의 인간적 유대를 파괴하고 결국 배신과 고통이 넘치는 생의 찌꺼기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은 감독의 비관적 세계관이다. 수천 명과의 섹스 후 남은 것은 피가 나는 음부와 염증으로 쓰라린 사타구니뿐이다.
감독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신성모독적인 면도 여전하다. 가장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며 체제와 고정관념에 대한 반항을 넘어서, 예수의 십자가 고행과 같은 고통과 병치시킨다. 결국 삶은 상처와 그로 인한 괴로움으로 점철된 노정이다.
주요인물인 샐리그먼을 유대계로 설정했으며, 조의 첫사랑 제롬 역에는 대표적 할리우드 유대계 배우 샤이어 라보프를 캐스팅했다. 같은 유대계를 선호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발탁돼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출연하며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남우다. 배역에는 그의 유명세도 고려됐겠지만, 라보프의 어색한 영국식 영어 액센트는 최근 이어지는 각종 기행과 더불어 또 하나의 웃음거리가 됐다.
발기한 남성성기가 나오는 장면을 비롯해 블러 처리가 된 부분이 많고, 그나마 포르노배우들을 보디더블로 기용해 찍은 신들이므로 신체노출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않는 것이 좋다. 상업적 타협을 하며 1시간 반 분량이 잘리면서 감독의 의도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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