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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음란행위 맞다" 경찰 발표… '검찰 66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 사건'

등록 2014.08.22 11:19:50수정 2016.12.28 13: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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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훈 기자 = 김수창 특임검사가 28일간의 김광준비리검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7일 오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hyalinee@newsis.com

검찰 "무슨 말을 하겠느냐"… 극도로 말아껴  '검사잡는 검사' 명성 뒤로하고 나락으로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경찰이 22일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의혹을 인정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7시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폐쇄회로(CC)TV 영상 속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김 전 지검장과 동일 인물이라는 분석 결과를 통보받았으며, 이에 따라 이날 김 전 지검장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2일 오후 11시32분께 약 20분 동안 제주시 이도이동 왕복 7차선 도로변 등에서 5차례에 걸쳐 공연히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0시45분께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분식점 인근을 지나다 '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는 여고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댔다가 지문조회 결과 신원이 일치하지 않자 뒤늦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고,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의혹에 휩싸였다.

 ◇사상 초유의 사태…檢 분위기 '뒤숭숭'

 김 전 지검장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이는 검찰 66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이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도 유례없는 일이거니와 현행범으로 체포돼 관내 경찰서 유치장에서 밤새도록 구금돼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 전 지검장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자신의 신분을 속인 것 역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 전 지검장은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서울고검 기자실을 전격 방문해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그는 "제주에서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철저하고 명백하게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만 해도 검찰 내부 분위기 역시 김 전 지검장의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간부들조차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혐의에 대해 '설마 그랬을까'라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발표 소식이 전해지면서 검찰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경찰의 발표에 대해 "경찰의 수사에 대해 검찰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 전 지검장이 맞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 "사실이 아니길 바랐지만 안타깝다" 등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인 '성(性)'과 관련한 문제에서 검찰 조직 고위간부의 일탈 행위가 벌어진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그동안 스폰서 검사, 성추문 검사, 브로커 검사, 해결사 검사, 장부 검사 등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음란행위 검사' 의혹은 검사장이라는 신분때문에 그 충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법무부(法務部)인가, 법무부(法無部)인가"…'꼬리 자르기' 비난도

 검사장(차관급)은 '검찰의 꽃', '검찰의 별'로 불린다. 전국 1900여명의 검사 중 모두 검사장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된 49명만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특히 김 전 지검장은 검사를 구속한 검사, 일명 '검사 잡는 검사'로도 명성을 떨쳤다. 그는 지난 2012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10억 비리 검사' 사건의 특임검사로 임명돼 활약했다.

 김 전 지검장은 수뢰 의혹을 받고 있던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를 수사해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 등으로부터 10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김 전 부장검사를 구속기소했다. 뇌물을 제공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동생 유순태 대표 역시 함께 재판에 넘겼다.

 당시 그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2년6월을 구형했다. "검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과 검사가 가진 권한 등을 고려해 김 부장검사에게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발표로 '검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과 검사가 가진 권한'이라는 말은 김 전 지검장에게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별'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법무부가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과 관련해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8일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의원면직' 처분한 바 있다. 의원면직 처분은 강제로 직위를 박탈하는 '징계면직'이나 '직권면직'이 아니라 사표가 수리될 경우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처분으로, 변호사 개업이나 퇴직금 및 연금 수령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임은정(40·여·30기) 창원지검 검사는 지난 20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김 전 지검장에 대한 사표 수리는 부당하다"며 "법무부(法務部)입니까, 법무부(法無部)입니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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