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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뉴시스 초대석]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복지과다? 1인 월7만원 꼴"

등록 2014.09.29 11:33:19수정 2016.12.28 13: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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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한규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회관에서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김주영 위원장이 본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09.24.  chk@newsis.com

【서울=뉴시스】대담 염희선 뉴시스아이즈 편집장·정리 김정환 기자·사진 최한규 기자 =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권 2년차인 박근혜 정부로서는 사실상 올해가 공기업 개혁을 단행할 마지막 해나 다름없다. 집권 3년차가 돼 레임덕이 시작되면 서슬 퍼렇던 정권의 칼날도 무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역대 정부들도 집권 초반 공기업 개혁 대명제로 내걸고 칼을 빼들기는 했다. 최근 새누리당은 독자적인 공기업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입법권을 손에 쥔 집권여당까지 공기업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박근혜 정부로서는 공기업의 지원세력일 수 있는 관료가 주축인 행정부와는 또 다른 추진 동력을 확보한 셈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26일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부채가 많은 상위 12개 공기업의 복지비가 최근 5년간 3000억원을 넘는 등 방만경영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누군가가 대통령께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을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 건물 내 사무실에서 만난 김주영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 위원장은 작금의 사태로 피로한 기색 속에서도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토로했다.

 “12개 공기업의 근로자가 약 7만2000명이다. 3000억원을 5년간 12개 기업으로 나눈다면 엄청난 액수다. 내가 일반 국민이라고 해도 욕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5년간 7만2000명으로 나눈다면 근로자 1인당 연간 84만원에 불과하다. 월 7만원 꼴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공기업 개혁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마녀사냥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지금껏 공기업 근로자들의 사기가 이렇게 떨어지기도 처음이다. 공기업 근로자들은 지금껏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 국가에 대한 충성심 등으로 일해 왔다. 그러나 너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바닥까지 추락하다 보니 ‘이럴 바에는 모두 다 내다 팔아라’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침체됐다. 생산성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최한규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회관에서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김주영 위원장이 본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09.24.  chk@newsis.com

 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도로공사 등 23개 공기업 노조의 연합체인 한국노총 공공노련은 박근혜 정부가 집권 1년차였던 지난해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공기업 정상화’ 대책에서 ‘모럴 헤저드의 주범’들로 지목된 공기업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공공노련측 주장의 골자는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적 이유로 공기업들에 떠넘기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부채들까지 공기업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실제 원인은 내버려두고 지엽적인 것만을 대상으로 섣부르게 개혁 작업을 벌이면 오히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기업들의 총부채 규모는 2008년 290조원에서 2012년 493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감사원을 통해 확인한 것처럼 4대강, 보금자리주택, 해외자원개발 등 이명박 정부가 국가 부채 규모를 줄이고, 국회 통제나 예산 심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만만한 공기업을 동원해 각종 국책사업을 수행하게 하면서 그 비용이 전가돼 불어난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뿐만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물가 관리에 나서 전기, 수도, 고속도로 통행료, 철도 등 공공요금을 원가 이하로 강요했다. 전기를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산업용이라는 이유로 대기업에게 아주 낮은 전기료를 책정해줬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약 20조원의 흑자를 거뒀는데 이 중 낮은 전기료의 혜택을 본 것은 약 3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적자 공기업 한전이 흑자 민간기업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도와주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대기업 중에는 이렇게 거둔 이익 중 일부로 사회 환원도 한다. 공기업이 못 받은 돈으로 자신들이 생색을 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그만큼 비어 버린 공기업의 지갑은 국민이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포스코는 자체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비싸게 팔고, 한전으로부터 산업용 전기를 싸게 구입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공기업의 적자가 누적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의 낮은 산업용 전기료를 노리고 전기 먹는 공룡인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고 한다. 데이터센터는 고용창출 효과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해외투자 유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를 무방비로 허용하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부와 달리 집권여당까지 가세한 것이 눈에 띈다. 최근 새누리당은 자체적인 공기업 개혁안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화살을 퍼부었다.

【서울=뉴시스】 최한규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회관에서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김주영 위원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9.24.  chk@newsis.com

 “새누리당은 공기업 개혁안을 준비하면서도 우리에게 ‘함께 머리를 맞대자’는 제안조차 하지 않았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라면 공기업 근로자, 시민사회를 향해 문을 열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그는 “새누리당은 부인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공기업 개혁안의 종착역은 결국 공기업 민영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민간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입을 보장해줘야 한다. 전기라면 민간은 돈이 되는 대형빌딩에만 전기를 팔려고 할 것이고, 농가, 공장, 가로등, 저소득층이나 국가유공자 가구 등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는 일은 계속 한전이 맡게 될 것이다. 철도의 경우 민간은 돈이 되는 KTX 여객 수송만 맡으려 할 것이며, 산간 오지나 화물 수송처럼 돈이 안 되는 것은 역시 철도공사(코레일)가 수행하게 될 것이다”며 “결국 민간기업은 돈을 잘 벌겠지만 공기업의 적자는 계속 쌓여갈 것이다. 새누리당의 개혁안이 실효성이 없는 것은 그런 이유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공기업 근로자들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고통 분담을 하기 위해 다 내놓을 각오를 하고 있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공기업 근로자 1인당 감축하기로 한 복리후생비 144만원씩으로 공기업 전체 부채 520조원을 해소하려면 무려 3250년이나 걸린다는 사실이다”며 “그 사이 소비 위축을 초래해 오히려 경제 활성화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왜 모르나. 진짜 공기업 정상화의 방법과 부채 해결책은 따로 있는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한 채 공기업 근로자들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벌이는 정부 당국자들이야말로 진짜 모럴해저드의 주범들이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를 끝마치며 “정부와 정치권이 진정 공기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지금이라도 모두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공기업이 만들어지고 존재하는 진짜 이유는 국민 때문임을 우리 모두 잊어선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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