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회

'언딘과 유착' 해경 차장, 세월호 유가족도 속여

등록 2014.10.06 18:16:38수정 2016.12.28 13:28: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박상훈 기자 =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4.10.06. hyalinee@newsis.com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검찰 수사 결과 구난업체 언딘과의 일부 유착 관계가 사실로 드러난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골든 타임'인 세월호 초기 구조 작업 과정에서 '바지선을 빨리 투입해 달라'던 실종자 가족들까지 속이며 언딘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광주지검 해경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난 4월22일께 오전 9시46분께.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급하다. 큰일났다. 1시간이라도 도착 시간을 앞당겨달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구난 업체 언딘의 김모(47) 대표에게 보냈다.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호를 세월호 사고 해역에 서둘러 도착하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당시 오전 0시40분께 바지선 현대보령호가 사고 해역에 도착해 해경의 투입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최 차장은 이를 무시했다.

 '사고 현장에 빨리 바지선을 투입해 달라'고 요청한 유가족들에게는 같은 날 오전 6시47분께 진도 팽목항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바지선 현대보령호가 이미 도착한 사실을 숨겼다.

 브리핑에서는 유가족들을 속인 채 언딘의 리베로호가 우수하다는 취지의 설명만 이어졌다.

 그러나 리베로호는 당시 안전설비가 완비되지 않았고 복원성 시험 등 안전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여서 출항 자체가 불가능했다.

 2차 사고 위험 등 출항 해서는 안 되는 배를 최 차장은 우선 투입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리베로호의 위험성을 알고 있던 목포 해경 담당 직원이 울면서 지시를 거부했으나 리베로호의 투입을 막지 못했다.

 결국 사고 해역에는 1.4배 가량 더 크고 잠수팀 수용인원도 2배 가량 많은 현대보령호보다 이틀이나 늦게 도착한 언딘 바지선 리베로호가 투입됐다.

 전남 지역에만 1000t급 이상 바지선이 22척이 있었고 '바지선 투입'을 애 타게 기다리던 유가족들의 절규가 이어졌지만 최 차장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리베로호의 도착이 늦어질 경우 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자 최 차장은 오히려 언딘 김 대표에게 '급하다. 큰일났다. 서둘러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검찰은 최 차장이 사고 이튿날인 4월17일 오전 5시 57분께 언딘의 김 대표로부터 준공이 덜 된 리베로호를 "현장에 투입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해경청장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뺀 채 보고, 지휘부의 투입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최 차장과 구난업체 언딘과의 유착 관계가 일부 사실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해경과 구난업체 언딘과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3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검찰청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14.09.03.  hgryu77@newsis.com

 최 차장은 지난 2009년께 다른 해양경찰관의 소개로 언딘의 김 대표를 알게 돼 정기적으로 저녁모임을 갖는 등 개인적 친분을 쌓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가 인천에서 출항한 지난 4월15일에도 개인적으로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으나 사고가 발생해 실제 식사는 하지 못했다.

 최 차장은 지난 2011년부터 명절마다 언딘 김 대표로부터 20만~60만원 가량의 선물을 받았다.

 또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해경 경비안전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해양구조협회의 창설을 주도했으며 평소 해상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한국해양구조협회 소속 구난 업체에만 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세월호 사고 전까지 한국해양구조협회 소속 구난 업체는 언딘이 유일했다.

 최 차장은 이후 해경 수색구조과장 박모 총경, 수색구조과 재난대비계 나모 경감 등을 언딘 김 대표에게 소개했다. 박 총경과 나 경감 역시 김 대표로부터 20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받았다.

 최 차장의 소개로 김 대표를 알게 된 이들은 지난 4월16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계약담당자에게 언딘과 구난계약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언딘이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고 현장에서 구조와 구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청해진해운 측을 속이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무엇보다 인명 구조가 급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언딘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 등 구난 계약을 체결하도록 개입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선박안전법 위반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인명구조 골든타임이 지나버린 5일 이후에나 도착한다는 사정 등을 알면서도 리베로호의 현장 투입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