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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화평법' 비상]中企,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등록 2015.08.03 06:00:00수정 2016.12.28 15: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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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화학물질 보고 · 등록 로드맵 minho@newsis.com

화평법 및 화관법 대상업체 96%는 중소기업 전담 인력 배치하기 어려워 '속수무책' 상태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1. 경기 파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불안한 마음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시행됐지만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화평·화관법이 시행된 것은 알지만 손을 놓고 있다"며 "중소기업에서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친하게 지내는 동종업계 사장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모두 대책 없이 유예기간 동안은 영업에 문제가 없으니 지켜보자는 반응이 많다"며 "마냥 하늘(정부)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사장은 "뻔한 중소기업 살림살이에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화학물질 정보를 가진 외국업체들이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을 경우 해당 화학물질을 제대로 사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 중소기업의 환경규제 대응을 지원하는 국책기관 KOTITI 시험연구원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한다. KOTITI 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정작 법이 시행됐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업체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화평·화관법 뿐 아니라 화학물질 관련법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이는 전문가도 만만치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학물질관리 제도 개선이 세계적인 흐름이다보니 언젠가는 겪어야 할 성장통이나 다름없지만 당장은 어려움이 크다보니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평법·화관법이 시행된지 반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역량 부족으로 대응책 마련은 물론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해 환경부 자료를 보면 국내 화학물질 업체 중 96%(1만6547개 중 1만5905개)가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국내 화학물질 유통량의 26%(4억7000만t 중 1억1000t)를 담당한다.

 대기업들은 법 이행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협회 21개 회원사들은 화학물질 공동등록을 위한 컨소시엄을 출범했다.

【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화학물질 보고 · 등록 로드맵 minho@newsis.com

 화평법에 따르면 등록대상 기존화학물질의 등록 의무가 확인되면 등록의무자는 물질별로 대표자를 정해 환경부가 제시한 등록신청 자료를 공동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공동대응이 그리 쉽지 않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기업 A사의 사장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동등록이 필요하지만 대다수가 잠재적 경쟁자"라며 "정보 유출 가능성, 비용 분담 등 넘어야할 난관이 너무 많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공동대응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영세 중소기업들은 역량 부족과 환경규제에 대한 무관심으로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환경규제 대응을 지원하는 KOTITI 시험연구원에 따르면 화평·화관법은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시행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대다수 기업이 어떤 게 화평·화관법 대상인지도 모를 뿐더러 안다고 하더라도 대응방법을 모르는 상황이다.

 KOTITI 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환경규제나 화학물질 규제를 전담할 직원을 배치할 여유가 없다. 품질이나 경영부서에서 부수적인 업무로 진행하는데 그런 인력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그나마 이직율이 높아 담당이 계속 바뀌다보니 제대로 대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화학물질을 소규모로 취급하다보니 국외 제조사에 화평법에 따라 등록을 요청하면 다른 업체 제품을 사용하라고 큰 소리를 치는 경우가 많다"며 "알려주지 않으면 직접 성분울 의뢰해야하는데 대기업은 몰라도 중소기업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중소기업이 화평·화관법을 자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제도적·행정적으로 불명확한 게 많다"며 "중소기업은 비용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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