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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알고계셨나요?]우리동네 골목길 순찰대

등록 2015.09.05 06:00:00수정 2016.12.28 15: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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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광진경찰서 '우리동네 골목길 순찰대'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어르신들 여기서 화투도 치시나요?" "에이, 돈이 없어서 못 쳐. 허허."

 9월의 첫날 오후 4시께 서울 광진구 중곡동 긴고랑공원에 형광 조끼를 착용한 무리가 몰렸다. 정자 모양을 본뜬 자리에서 한낮 열기를 피하고 있던 노인들이 멀리 두었던 눈을 거둬 가깝게 본다. 고개를 갸우뚱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앞서 같은 날 오후 3시께 중곡4동 파출소. "택시 타고 왔잖아" "아무개는 못 온대. 여기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네" 안부를 주고받은 이들이 파출소로 들어선다. 이미 도착해 있던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이내 형광 조끼가 지급됐다.

 파출소에 모인 50여명이 조끼를 입고 밖으로 나섰다. 동네 구석구석을 순찰하는 주 임무의 시작이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오르막길을 오른다. 등 뒤로 '우리동네 골목길 순찰대'라는 이름이 박혔다. 마주친 유치원생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지난 7월9일 발대식을 통해 공식 출범한 '우리동네 골목길 순찰대'다. 경찰관과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이들은 광진구 내에 존재하는 2633개 골목을 모두 밟는 것을 목표로 매주 2회 순찰을 한다. 화요일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목요일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다.

【서울=뉴시스】광진경찰서 '우리동네 골목길 순찰대'

 '범죄 예방'에 방점이 찍힌 순찰 활동이지만, 자기 동네이면서도 걸어본 적 드문 골목을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그래 여기 우리 딸 방 구해준다고 이 근처 왔었는데 너무 어둡더라고. 으쓱하고." "이 차는 예전부터 여기 세워져 있었어."

 무리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하는 경찰들은 골목 곳곳을 소개했다. "이걸 누르면 상황실에서 바로…." "저 건너편에서 차량이 들어서면 이 바닥에 있는 불이 깜빡거리는 겁니다. 여기가 어린이 보호구역이거든요."

 이들은 혼자 근무하는 편의점에 들러 무(無)다이얼링 신고 시스템을 점검하기도 했다. 계산대 인근에 설치된 수화기를 내려놓고 몇 마디가 오가자 순찰차가 도착했다. "짜고 치는 거 아니냐"는 말에 "신고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순찰차가 도착하게 돼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순찰대를 바라보던 식당 주인 이모(60·여)씨는 "골목이 외지다 보니 저녁에는 더 삭막한 느낌이 든다. 순찰차가 돌기는 하는데 이런 도보 순찰 활동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찰에 참여한 동사무소 직원은 손상된 아스팔트 등을 꼼꼼하게 메모해나갔다. 

【서울=뉴시스】광진경찰서 '우리동네 골목길 순찰대'

 오후 5시 종착지 해오름공원에 도착한 이들은 하나둘 조끼를 반납했다. 무더운 날씨를 보낸 저마다의 등에 소금꽃이 피었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소속으로 순찰대에 참여한 임모(62·여)씨는 "동네를 위한 일인 만큼 될 수 있으면 참여하려고 한다.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순찰대에 함께한 광진경찰서 김정환 생활안전과장은 순찰 내내 웃었다. 그는 관내에서 비타민 과장으로 불린다. 주말이면 지구대, 파출소를 돌며 경찰관들에게 비타민을 건네다 생긴 별명이다. 그는 "범죄가 발생한 뒤에는 어떤 노력을 해도 피해가 100% 복구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범죄 예방이 중요한 이유"라며 순찰대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과장의 말처럼 '우리동네 골목길 순찰대'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9일부터 이달 2일까지 관내 발생한 침입 절도 건수는 1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발생한 절도 침입 건수 87건보다 73건 줄어들었다. 84% 감소한 수치다.

 김 과장은 "요즘의 골목길은 으슥하고 범행의 현장이라는 인식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동네 골목길 순찰대'는 지금의 골목길을 예전의 그 정감 있던 골목길로 되돌리는 게 목표"라며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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