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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학가는 지금 전세방 구하기 전쟁중'…'하늘의 별 따기'

등록 2016.01.14 06:00:00수정 2016.12.28 16: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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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알림판이 하숙집 등 임대를 알리는 광고물로 가득하다.  2016.01.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알림판이 하숙집 등 임대를 알리는 광고물로 가득하다.  2016.01.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은 이혜원 기자 = #올해 홍익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학생 박진수(19·가명) 군은 고향 대구에서 올라와 학교 앞 5000만~6000만원 전세방을 구해보려 했지만 매물이 없어 결국 포기했다. 10여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박군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5만원인 원룸으로 계약했다.

 개강을 앞둔 서울 대학가에는 지금 방 구하기 전쟁이다.

 지난 12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개강을 한달여 앞둔 요즘,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은 넘쳐나지만 기숙사와 전셋집은 턱없이 부족해 아우성이었다. 저금리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고, 선호도가 높은 원룸의 경우는 월세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신촌 대학가에는 전세매물 가격표를 붙여놓은 부동산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광고지가 붙은 담벼락이나 전봇대에는 월세 매물로 가득했다.

 이화여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전세대란 때문에 기말고사가 시작할 무렵인 12월부터 미리 전세방을 알아보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도 전세나 반전세 매물은 거의 없다"며 "월세 매물도 저렴하거나 학교와 가까운 방을 구하려면 발빠르게 움직여야한다"고 말했다.

 또 서대문구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엔 경기가 어려워서 저렴한 방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며 "전세, 반전세 등 월세부담 줄이려는 매물은 아예 없다. 요즘 가장 많이 찾는 방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인데 깔끔하고 좋은 방을 찾기에는 맞추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대학생 원룸 주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가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월 임대료로 평균 42만원 가량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비까지 하면 한달 평균 약 50만원을 주거비용으로 내는 셈이다.

 기숙사가 턱없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0.4%에 불과했다. 재학생 10명 중 1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숙사에 배정받아도 비싼 기숙사 비용 때문에 좌절하는 학생들도 많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기숙사 비용은 월 62만원(1인실 기준)으로 대학가 주변 원룸 월세보다 비싼 수준이다.

 인천에서 통학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2학년 최지연(21·여)씨는 "매 학기 등록금 내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학교 기숙사나 자취 비용까지 마련하기는 벅차다"며 "왕복 3시간 정도 되는 거리지만 차라리 통학하는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정남진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은 "대부분 사립대학에서 기숙사를 민간 자본을 투입해 짓다보니 기숙사비가 높게 책정돼 있다"며 "(기숙사 설립)비용에 대한 부담이 온전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거비 부담 줄이려… 고시텔·셰어하우스 선택

 학비에 생활비까지 부담해야하는 대학생들은 주거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잠만 자는 방'인 고시텔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셰어하우스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가에 가면 '잠만 자는 방 있음'이란 안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잠만 자는 방은 책상 하나와 성인 한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전부다. 주방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이용한다.

 보증금은 없고 월 15~20만원 정도이다. 주거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알림판이 하숙집 등 임대를 알리는 광고물로 가득하다.  2016.01.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알림판이 하숙집 등 임대를 알리는 광고물로 가득하다.  2016.01.12.  [email protected]

 홍익대 재학 중인 박모(26)씨는 "신입생 때는 원룸에서 자취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고시텔을 선택했다"며 "취업 준비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월세 부담을 아끼자는 차원에서 고시텔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대 근처에 위치한 한 고시텔 주인은 "요즘 기숙사에 떨어진 재학생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신입생들이 방을 보러 많이 찾아온다"며 "창문이 없어 어둡고 환기가 안되는 방도 있지만 월세가 저렴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또 최근 빌라나 아파트에서 거실, 주방, 욕실 등은 공유하고, 침실 등 개인 공간만 따로 사용하는 셰어하우스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거실, 베란다 등 원룸에서는 누릴 수 없는 공간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도 협동조합 큰바위얼굴과 함께 셰어하우스 프로젝트인 '모두의 아파트'를 진행했다. '모두의 아파트'는 상도동, 신림동 등 인근 지역의 48평형 아파트에 보증금 300만원과 월세 20만원으로 서울대 학생 8명이 아파트를 함께 쓰는 방식이다.

 임대료 걱정없이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장점에 16명 모집에서 50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반응도 높았다. 다만 공동생활을 하는 관계로 개인의 습관이나 생활태도 및 일상생활이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단점은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 "무분별한 임대료 증가 막아야"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 정부가 주거난 대책으로 내놓은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이 '빛 좋은 개살구'라며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주택 소유주와 전세계약을 맺어 학생에게 재임대 해주는 방식으로, 입주자로 선정된 학생들은 월 10~20만원 가량만 부담하게 된다. 1회 2년 계약, 최대 3회까지 재계약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에 LH 계약이 가능한 주택이 드물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고, 재계약 과정도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신촌에 위치한 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LH를 통한 계약을 꺼리기 때문에 전세임대주택으로 방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정 사무국장은 "재계약할 때 집주인이 전세를 올려받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여기에 대한 정부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보증금이 올라가는 건 민간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애초에 계약할 때 갱신권을 주는 방식 등으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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