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나눔도 이웃사랑"…새삶 선물한 시골교회 목사
6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충남예산의 작은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김덕주(51) 목사는 혈액암으로 오랜 시간 투병을 하다 지난 2014년 가까스로 골수를 기증받아 건강을 되찾은 성도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유독 교회 성도들 중 아픈 분들이 많았어요. 그 중 혈액암으로 고통 받는 성도가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골수를 기증받아 아주 건강해졌습니다. 지금 그 분은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모습을 목격한 후 김 목사는 장기기증에 대해 큰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의 지인도 몇년째 신장 이식만을 기다리며 애타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결심을 굳히게 됐다. 타인에게라도 신장을 기증해야겠다고.
"우리 가족들은 늘 아프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봉사해왔어요. 신장을 나누는 일도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 아들이 나중에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하면 저는 기꺼이 그러라고 할 겁니다."
평소 김 목사와 그의 가족들은 나눔에 헌신적이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복음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성직자로서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지난 10년간 교회에 모인 헌금을 모아 가난하거나 아픈 이웃을 돕고 마을의 발전기금으로 쓰곤 했다. 헌금이 모이는 족족 마을에 환원하는 탓에 그의 교회는 늘 가난했지만 성도와 가족들은 그런 김 목사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닮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윤모(38)씨는 김 목사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13년 전 사고로 인해 신장 기능을 잃은 윤씨는 어린시절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보육원에서 자랐다. 신장을 기증해 줄 건강한 가족이 없었던 윤씨는 13년 동안이나 외로운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생명을 나누겠다는 결심을 한 김 목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윤씨는 "신장을 이식받으면 꼭 취업을 해 사회에 필요한 일원으로 살아가겠다. 감사한 마음은 보육원, 아동보호기관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으로 답하고 싶다"면서 "나의 유년시절과 같이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건강해진 모습으로 희망을 전하며 기증인이 내게 준 사랑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신장 기증은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된다. 그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하는 960번째 기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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