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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압수한 고춧가루 보관 잘못해 부패…국가 배상 책임 인정

등록 2016.07.29 12:00:00수정 2016.12.28 17: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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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물 경제적 가치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 취했어야"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판매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은 받은 한 농산물 업체가 "압수한 고춧가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폐기 처분해야 하게 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고춧가루 등 농산물 제조·판매 회사인 A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고춧가루의 유통기한이 지났을 당시 시가에 따라 국가가 A사에 1억6000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토록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압수물을 보관해야 하고, 위탁보관하는 경우에도 직접적인 보관책임을 지게 된다"며 "무죄추정의 원칙, 국민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에 기초해 유통기한 등으로 단기간에 부패되거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식품 등을 압수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에 대한 주의의무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압수물이 소유자에게 돌려줘야할 대상에 해당되지 않은 때에도, 추후 형사재판에서 무죄 등이 선고돼 돌려줘야 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압수물을 팔아 대가를 보관하는 등 경제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춧가루 유통기한은 1년 정도로, 수사 및 재판이 지속된 3년2개월의 기간에 비해 매우 짧고, 총량은 무려 1만2000㎏으로 그대로 보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수사기관으로서는 고춧가루를 냉동창고에 위탁보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매각해 대가를 보관함으로써 경제적 가치가 부당하게 감소하지 않도록 보관해야 했다"며 "고춧가루를 장기간 냉동창고에 보관한 채 방치해 상품가치를 상실하게 한 것은 직무집행상 과실로 인한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고춧가루 등 농산물을 제조, 가공해 판매하는 A사는 지난 2011년 8월 중국산 고춧가루와 국내산 고춧가루를 혼합한 뒤 '국내산 100%'라고 표시해 판매했다는 혐의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및 검찰 수사를 받았다.

 A사는 이듬해 1월 원산지표시법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014년 2월 A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은 A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같은 판단은 같은해 10월 재상고심에서 확정됐다.

 문제가 된 것은 A사가 보유하던 고춧가루 약 1만2000㎏였다. 품질관리원은 이 고춧가루를 압수한 뒤 농협에 위탁해 냉동창고에 보관했다가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인 2014년 12월 A사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고춧가루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약 1년으로, A사가 고춧가루를 받은 당시에는 이미 전량 폐기처분돼야 할 상태였다.

 A사는 "품질관리원 등은 압수된 고춧가루를 돌려주거나 또는 매각한 뒤 그 대가를 보관하는 등 방법으로 고춧가루의 부패 등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불법행위에 해당되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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