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찬반 인파 몰린 팽목항…아수라장 방불"
【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조형물을 살피고 있다. 2017.01.17. [email protected]
"위기의 대한민국을 희망의 나라로 이끌 수 있는 반기문.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유족을 치유할 반기문(광주·전남 반사모)"
17일 오후 세월호 사고 현장인 진도 팽목항은 반기문 전 총장 지지자와 반대자, 취재진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연상케 했다. 반 전 총장은 세월호 유족을 면담하고자 팽목항에서 55분간 가량 머물렀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0년간 국외 생활 때문인지 세월호특별법 등 현안을 다소 숙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반 전 총장 측은 반대 시위 행렬과 반 전 총장을 분리하려다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50분께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반 전 총장은 팽목항에 도착하자마자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참배하고 미수습 유족들과 10여분간 만나 위로했다.
반 전 총장은 '은화·다윤 엄마는 먹는 것도 잘 못 먹는다'는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의 소개에 "어머니의 애통하고 비통한 마음, 제가 충분히 이해한다"고 격려했다.
【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을 둘러보고 있다. 2017.01.17. [email protected]
반 전 총장은 팽목항 등대 끝자락에서는 '이 곳이 아이들 먹고픈 음식을 두는 곳'이라는 박 의원의 설명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먼 바다로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후 팽목항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돌려 도착 한시간 무렵인 오후 4시45분께 팽목항을 떠났다.
반 전 총장이 머문 한시간 동안 팽목항은 반 전 총장 지지자와 반대자, 취재진이 뒤엉켜 고성과 몸싸움이 속출했다. 반 전 총장을 따라 인파가 몰리면서 예정됐던 기자 브리핑도 취소됐다.
반 전 총장이 도착하기 전부터 팽목항에는 '통합과 화합으로 패권정치 청산은 반기문이가(반사모 호남본부)',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유족을 치유할 반기문(전남 반사모)', 'Mr Ban Stop the Show(반기문, 쇼를 멈춰라·박근혜 정권 퇴진본부)' 등 찬반 세력이 내건 손 팻말들이 넘실거렸다.
반 전 총장 측은 지지자와 반대자 50여명이 몰리자 수행팀에 "(팽목항) 입구 두군데 사이에서 내려라", "(차량) 라이트 끄고 들어와라"고 지시, 취재진과 반대 시위 행렬을 따돌리려고 하다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수행팀이 반대자들과 다른 곳에서 하차하도록 유도하면서 항의 시위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노란리본을 살펴보고 있다. 2017.01.17. [email protected]
반 전 총장이 세월호 유가족과 면담하고 이후 방파제로 이동할 때도 시위대는 "반기문 사죄하라", "여기는 정치쇼 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쇼 스탑", "10년간 미국에 있다 왔으면서 와서 한게 뭐 있어"라고 외치며 그를 쫓았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세월호 현안을 숙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여러차례 노출했다. 반 전 총장은 '이제 다당제니 세월호 특별법 통과가 쉬워질 것 같다'는 박 의원의 설명에 "어려울 것 같다고요"라고 되물으며 "세월호 이거는 이견이 없잖아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모두 공감하는 그런거니까"라도 말했다.
반 전 총장 측의 미숙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이도운 반 전 총장 대변인은 한 여성 지지자가 아이와 함께 반 전 총장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가 "여기선 찍는게 낫다. 여기서 이거 거절하면 이상해"라는 박 의원의 귓속말을 듣고 "아이구~오래 기다렸다"며 급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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