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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차이나]'빚 늘고 성장률 뚝'…中, 신용등급 한단계 하락

등록 2017.05.24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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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만찬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16.04.0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4일(현지시간)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린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와 ▲둔화되는 경제성장률을 향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다.

 무디스가 이날 중국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1단계 강등하며 그 배경으로 꼽은 중국의 총부채(정부와 기업)는 유럽과 미국의 공매도 투자자들이 늘 먹잇감으로 삼아온 단골 메뉴다. 중국의 총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에 달했다. 미국에서 리먼 사태가 발발한 2008년 부채비중은 160%에 불과했으나, 불과 8년 사이 10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정부와 민간 부문의 부채가 급증한 데는 2008년 리먼 사태가 한몫을 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경기부양에 4조 위안(약 650조46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철도를 보수하거나 새로 깔고, 다리나 공항, 학교를 짓는 등 금융위기 진화의 소방수 역할을 했지만 빚이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절대적인 석탄, 에너지, 철강, 조선 등 국영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총대를 멨다. 국영은행에서 저리로 자금을 차입해 설비 투자를 늘렸다. 또 이러한 시설에 남아도는 근로자들을 묶어두고 급여를 지급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화마가 세계경제를 삼키는 것을 막는 소방수 역할을 했으나, 그 후과는 컸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에는 정부나 준 정부기관의 부채 못지않게 지난해 이후 급증한 민간의 부채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둔화되는 경제 성장률을 떠받치기 위해 은행들의 팔을 비틀어 부동산 대출을 독려하며 민간의 빚 또한 급증한 영향이 컸다. 경제성장률과 부채는 선순환의 구조를 지닌다. 부채를 늘리면 대개 경제성장률도 높아진다.

 부채의 위험을 경고한 대표적 인물이 2001년 엔론사태를 예견한 유명 헤지펀드 운영자 짐 차노스다. 그는 18일 중국은행들의 예대 비중이 사실상 80% 중반대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치 67.3%(올해 3월 기준)을 훌쩍 웃도는 규모다. 이재상품(WMP)을 비롯한 부외 대출 상품까지 더하면 예대 비중이 큰 폭으로 늘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부채 증가의 이면에는 뚝뚝 떨어지는 경제성장률이 자리잡고 있다. 무디스는 중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을 사실상 '만병의 근원'으로 꼽았다. 성장률 둔화가 부채 증가를 부르고, 부채 증가는 중국 경제의 거시적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뜻이다. 무디스도 이날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며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부채 증가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GDP)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성장률은 ▲2010년 10.61% ▲2011년 9.46% ▲2012년 7.7% ▲2013년 7.7% ▲2014년 7.3% ▲2015년 6.9%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2010년만 해도 10%를 훌쩍 넘었으나 이후 꾸준히 하강했다. 지난 2015년에는 시진핑 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7%벽이 무너졌다. 무디스는 앞으로 5년의 잠재성장률도 5%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으로 부채가 흐르는 배경도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에 폭넓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민간의 소비를 늘리는 ‘부의 효과’를 지닌다. 전후방 연관효과도 크다.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 내장재가 들어가야 한다. 이사 업체들도 특수를 맞는다. 중국 정부가 유혹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매년 대졸자들이 750만명 가량 쏟아져 나온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25일 금융안정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총대를 메고 나선 것도 이러한 위기 의식의 발로라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차노스는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달 대대적 단속에 나선 배경에 대해 “(예대 비중이 늘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funding)이 힘겨워졌고, 이들은 이재상품(WMP)에 의존하고 있다”며 “은행은 대출이 많고(loaned up), 여전히 부채는 중국경제 성장속도의 2~3배로 증가하고 있다”며 고삐 풀린 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무디스도 "중국이 개혁을 통해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바꾸어 나가겠지만 경제 전반적인 부채의 급증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부의 우발채무(contingent liabilities)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치 못한 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무디스는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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