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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긴축 빨라지나···신중하던 유럽도 변화 조짐

등록 2017.06.29 09:53:25수정 2017.06.29 09: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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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긴축 빨라지나···신중하던 유럽도 변화 조짐

ECB 드라기 총재, 점진적인 정책 조정 가능성 시사
영국 카니 총재 "몇 달 안에 금리인상 논의 시작할 수도"
한국, 내수 회복·수출 상황 등 예의주시 '신중'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 정책을 본격화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9년 동안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돈을 풀어온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파티가 막을 내리는 셈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 총회에 참석해 "유로존의 신호들이 강력한 회복을 보여주고 있으며 디플레이션의 힘이 리플레이션의 힘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유로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유럽중앙은행이 꾸준히 시사했던 연말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을 높은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보면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점진적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ECB는 앞서 지난 4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월 800억 유로에서 월 600억 유로로 축소하며 본격적인 테이퍼링 국면을 알렸다.

6월 초 열린 정례회의에서는 추가금리인하 여지를 시사하는 '더 낮은 수준'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매파적 스탠스로의 전환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이번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사실상 유럽의 긴축 행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 드라기 총재의 점진적인 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발언 이후 유럽 주요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이 뒤를 이으면서 긴축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유럽 내에서 통화정책이 이전보다 매파적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중앙은행(BOE) 마크 카니 총재도 지난 27일(현지시간) "약한 소비 지출에도 성장이 지속한다면 앞으로 몇 달 안으로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발언해 긴축 가능성을 알렸다.

일본도 통화정책의 미묘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1분기 GDP가 전년대비 1.6%, 전분기 대비 0.5% 성장해 5분기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회복추세에 진입했다는 확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은 각각 전년대비 0.4%, 0.5%로 아직 저조하다.

일본은행도 출구전략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현행 -0.1%로 동결하면서 성명을 통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을 시사하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 5월 구로다 총재가 "현재 일본은행의 국채매입 속도가 목표치 80조엔보다 낮은 연간 60조엔 내외"라고 언급한 이후 테이퍼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이 미약한 경제 회복 속도를 감안해 기술적인 긴축 정책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일(현지시간) JP모건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지난달 사들인 국채 규모가 716억 달러로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BOJ가 통화정책의 고삐를 은밀히 조이고 있는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허진욱 연구원은 "점진적인 유로존 경기 회복을 감안할 때 ECB가 9월부터는 본격적인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BOJ도 전반적인 통화완화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지만 국채매입 속도는 점차 둔화시키는 사실상의 테이퍼링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긴축 정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통화 긴축'을 시사하는 신호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내수 회복세가 확인되지 않고 있고, 경기회복세를 이끌던 수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변수가 많아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7년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가 전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78을 기록하며 두달 연속 하락했다. 또 수출기업의 업황 BSI가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하며 2016년 10월 이후 8개월만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은 전반적인 국내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 내려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이후 지난 24~25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제87차 BIS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연이어 27~28일 ECB가 포르투칼에서 주최한 연례중앙은행 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출국하면서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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