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이탈리아, 'ECB 통화긴축' 견딜까?···유로존 금융위기 촉발 우려

등록 2017.07.10 12:52:5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앙카라=AP/뉴시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하면서 이탈리아 등 유럽의 금융 취약국들이 과연 ECB의 통화긴축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금리가 오를 경우, 이탈리아의 차입 비용이 급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해 10월 6일 외무장관 시절 터키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2017.07.10.

【앙카라=AP/뉴시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하면서 이탈리아 등 유럽의 금융 취약국들이 과연 ECB의 통화긴축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금리가 오를 경우, 이탈리아의 차입 비용이 급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해 10월 6일 외무장관 시절 터키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2017.07.10.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하면서 이탈리아 등 유럽의 금융 취약국들이 과연 ECB의 통화긴축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금리가 오를 경우, 차입 비용이 급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ECB의 양적 완화 축소가 이탈리아 발(發) 유로존의(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위기를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아직은 즉각적인 비상조치를 요하는 어떠한 패닉 조짐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주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2.2% 올랐다. 그러나 이로 인해 독일 국채 금리와의 차이는 1.7%포인트로 소폭 확대되는데 그쳤다. 지난 5월 프랑스 대선 당시의 2.2%포인트 차보다 좁은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 금리 상승 추세를 우려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국내 차입 비용 상승이 언젠가는 이탈리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하고 있다. 올해 이탈리아의 GDP 상승률은 1.4%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률은 여전히 1%를 밑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입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이탈리아 부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프리스 인터내셔널(Jefferies International)의 마르셸 알렉산드로비치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가 국채 금리 2% 까지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3~4%까지 오를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CB 정책 담당자들도 이탈리아의 새로운 금융위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ECB는 개별 국가의 상황 때문에 전체 유로존 통화정책의 기본 노선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ECB의 자산매입프로그램 축소가 위기를 불러온다는 이유도 없다고 보고 있다. 금리 상승이 투자자들의 우려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탈리아 정부는 비교적 탄탄한 자국 내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쉽게 빌리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탈리아 가계 부문은 3조 유로 규모의 유동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매년 GDP의 8%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원천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부채를 차환하고 이자 비용을 충당하는 목적 외에는 새롭게 빚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이탈리아 정부의 기존 부채는 저금리로 고정돼 있다. 부채의 만기 역시 연장을 해 놓은 상태다.

 ECB의 정책 입안자들은 ECB의 금리 인상이 투자자들의 우려처럼 이탈리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역시 현재 세계 경제 회복세를 함께 누리고 있다.

 유로존의 지원도 이탈리아 금융안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이탈리아 3위 규모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를 구제하기 위한 54억 유로(약 7조원)의 구제금융 투입을 승인했다. EU집행위원회는 이날 BMPS 주주들이 43억 유로(약 5조 6,137억원)를 자체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54억 유로의 구제금융 투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최근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고 악성 부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최근 실시한 사법제도 및 노동시장 개혁, 자본시장 접근 제한을 완화해 주식 투자를 장려한 것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WSJ은 ECB의 테이퍼링은 단기적으로는 이탈리아 정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탈리아는 내년 2월 이전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 WSJ은 만약 유로존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성운동이 총선에서 승리를 한다면, 유로존은 그야말로 출구 없는 위기로 빠져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고 있는 오성운동이 승리한 상황에서는 이탈리아가 경제 위기에 봉착을 한다 하더라도 ECB에 구제금융 조차 신청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WSJ은 이탈리아의 개혁이 이탈리아의 장기적인 부채 지속가능성 우려를 없앨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 서비스의 질은 유로존 중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가장 낮다. 이는 이탈리아의 1인당 GDP 성장이 유로존 최하위에서 정체돼있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WSJ은 이탈리아 경제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은 구조 개혁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가장 생산적인 부분으로 자원을 재배치하고, 생산성 향상 및 GDP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대추구 활동을 위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WSJ은 현재 이탈리아는 이같은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안정적인 정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위기의 유령'은 이탈리아와 유로존을 쫓아다닐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