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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형·안영수 "피범벅 이블데드, 클럽처럼 꾸며 재미"

등록 2017.07.16 16: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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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오른쪽) 연출과 배우 안영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오른쪽) 연출과 배우 안영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과연 B급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예산이 적게 들거나 재미있는 B급 작품은 많았지만 공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은 그렇지 않았죠. '이블데드'는 즉각적으로 즐길 수 있어요.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이해하면 이보다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없죠."(연출 임철형)

"'이블데드'는 자기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인 작품이에요. 이런 작품을 만나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누군가 용기 있게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배우 안영수)

배우 겸 연출 임철형(43)과 공연홍보사 '랑'의 대표로 뮤지컬 '이블데드'의 '에드' 역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안영수(42)가 대학로에서 사고(?)를 치고 있다.

여전히 개성이 넘치는 획기적인 작품으로 통하는 B급 코믹 호러 좀비 뮤지컬 '이블데드'를 통해서다. 2003년 토론토에서 초연된 라이선스 물이다. B급 저예산 공포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의 영화 '이블데드' 시리즈 중 1, 2편을 뮤지컬 무대로 옮겼다.

숲 속의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젊은 대학생들이 좀비와 대결한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영화의 공포를 과장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내고, 객석까지 피가 쏟아지게 하는 등 기존 뮤지컬 무대에 볼 수 없던 충격적인 연출들로 호평 받았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두 사람의 좀비 흉내 등을 낸 인터뷰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뮤지컬 못지않은 개성으로 점철된 이들로 인해 '이블데드'는 마치 날개를 단 듯 호응을 얻고 있다. 김대현, 강동호, 박강현, 정가희, 서예림 2AM 조권 등 젊은 배우들이 두 사람을 천군만마처럼 여기는 이유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오른쪽) 연출과 배우 안영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오른쪽) 연출과 배우 안영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6. [email protected]

개봉을 앞둔 '로마의 휴일' '게이트' '1987'을 통해 영화계에서 배우로서 존재감을 점차 드러내고 있는 임 연출은 2008년 '이블데드' 국내 초연 연출이기도 하다. 당시 이 작품으로 연출 데뷔했다. 우비를 받아든 관객들이 피를 뒤집어쓰게 하는 등의 과감한 시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류정한, 조정석, 정상훈, 양준모 등 뮤지컬 스타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임 연출은 이번 재연에 대해서 "관객들이 다 같이 흥에 겨워 어우러질 수 있는 청각적인 부분에 대해서 고민했다"며 "콘서트나 클럽의 느낌을 녹여냈다"고 했다.

예컨대, 노래 '네크로노미콘'에서 최근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사운드를 가미한 것이다. 임 연출은 나이트클럽이나 락카페 세대라서 젊은 배우들을 통해서 EDM 장르를 고민했고 그에 맞는 조명까지 생각했다고 했다.
 
'이블데드' 초연 이후 10년 간 뮤지컬 업계의 풍토 또한 바뀌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스위니 토드' 지난해 재공연은 9년 전 초연 때 부진과 달리 성공했다. 역시 9년 만에 돌아온 또 다른 B급 뮤지컬 '록키호러쇼'도 호응이 좋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오른쪽) 연출과 배우 안영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오른쪽) 연출과 배우 안영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6. [email protected]

백설공주·인어공주 등 동화를 발칙하게 PMC프러덕션의 B급 뮤지컬 '난쟁이들'에 대한 독특한 홍보 영상으로 업계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던 안 대표는 '이블데드'에 대한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솔직하게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요소가 있어 색다른 뮤지컬이에요. 그래서 새로운 걸 원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다만 아쉬운 건 대중화할 수 있는 채널이 아직 부족하다는 겁니다. 현재 관객수를 대극장 뮤지컬은 최대 10만명, 소극장 뮤지컬은 최대 3만명으로 봐요. 아직 어떤 공연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의 관객수가 있다고 보는 거죠. 다양한 작품에 대한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돈을 지불할 관객은 있어요."

안 대표는 이번 '이블데드'에서 섹시하면서도 야망이 넘치는 고고학자 애니의 최근 남자친구인 감초 '에드' 역을 맡아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호평 받고 있다. 그가 배우로 데뷔한 건 임 연출의 공이 크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약 20년 전. 당시 배우가 되고 싶었던 안 대표는 대학로에 들어와 포스터를 붙이고, 팸플릿을 나눠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그 때 대학로에서 이미 활약한 임 연출이 보기에도 안 대표의 입담과 감각은 화려했다고 했다. 실제 안 대표는 현재 공연 제작발표회 등의 MC를 맡아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고 있다.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 인사다.

임 연출은 "배우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인격적인 부분과 사람 관계에서 역할도 중요하다"며 "'이블데드'는 팀워크가 중요한 작품인데 후배들과 관계에서 한 축을 담당해줄 배우라고 생각했고 실제 기대 이상으로 부흥해주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 연출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 연출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6. [email protected]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안 대표는 임 연출의 또 다른 연출작인 '벽을 뚫는 남자'를 호감을 가졌고, '이블데드'를 2주간 경험한 뒤 이 작품을 이보다 잘할 수 있는 연출은 없을 거라는 확신을 더했다고 화답했다.

이런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두 사람이 B급 뮤지컬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역시 소통이었다. 예를 들어 공연 도중 관객들이 피범벅이 되는 객석 맨 앞 좌석인 '스플레터석'에 대한 피드백이다. 지난달 24일 공연 첫날 피를 너무 뿌려 항의(?)를 받았는데 그 다음날은 또 너무 적게 뿌렸다는 뾰로통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후 정량의 피를 뿌리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안 대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소통하지 않으면 딱딱한 벽이 생기는데 그걸 계속 부셔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연업계에 종사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이해할 수 없는 특징 중 하나는 공연 소비를 해주는 이들에 대한 이해 없는 멸시라고 지적했다.

"공연을 여러 번 보는 마니아를 위한 할인 정책 등이 정말 감사한 마음인지, 상업적인 수완인지 헷갈리는 거죠. 할인만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해줄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에 출연중인 배우 안영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7.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이블데드'에 출연중인 배우 안영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7.16. [email protected]

임 연출 역시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과 객석이 소통을 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마케팅이 일방적이고 단호하면 안 됩니다.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죠"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런 소통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솔직함을 꼽았다. '이블데드'에서 주인공 '애쉬'  일행이 산으로 가는 설정 과정에서 무선조종 자동차가 등장하는데, 이 자동차가 엎어졌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에 대해 다시 강조했다.  

"공연 전개와는 크게 상관없는 장면이니, 그냥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갔어도 됐어요. 하지만 그러면 소통이 단절되는 시발점일 수 있다고 생각해 전복됐던 차량은 애쉬 일행이 탄 차량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안내 멘트를 했죠. 그랬더니 더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그 다음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죠. B급 등 작품의 성향에 대해서는 고집을 부리되 잘못한 것이나 실수에 대해서는 인정하자는 겁니다.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를 구별하자는 거죠."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임 연출은 "우리가 못 사는 듯 보이지만 우리 방식으로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일부가 깨진 뚝배기라도 잘 내놓으면 멋있지 않냐"라고 웃으며 말했다. 오는 9월17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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