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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앞길 개방 한달…"산책·시위 자유" vs "소음 공해"

등록 2017.07.25 16: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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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에서 1인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앞길이 개방된 뒤 인근에서 하루 평균 20여명의 1인 시위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7.07.25 chaideseul@newsis.com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에서 1인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앞길이 개방된 뒤 인근에서 하루 평균 20여명의 1인 시위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7.07.25 [email protected]


 사회적 목소리 내는 광장이자 여가 즐기는 공원
 24시간 개방 상징적 의미 높이 평가…"변화 실감"
 소음 피해 일부 주민 등 반발…경찰, 보안 우려도

 【서울=뉴시스】 심동준 채윤태 기자 =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제한적으로 출입이 가능했던 청와대 인근이 시민들에게 24시간 개방된 지 26일이면 한 달이 된다.

 청와대 앞길을 비롯한 주변 공간은 소수의 시민들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간간이 찾는 한적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앞길 개방 이후 한 달 새 청와대 주변은 사회적 목소리를 담아내는 광장이자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는 공원과 같은 장소로 변모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은 사이비종교를 규탄하는 1인 시위,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을 준비하는 시민 수십명이 몰려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랑채 주변에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 50여명이 경관을 구경했으며 지인과 산책 나온 시민들이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하기도 했다.

 이세중(28)씨는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한다는 상징성이 있을 것 같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며 "검문도 없었고 생각보다 편하게 1인 시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선(48·여)씨는 "여름 휴가 기간에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 예전에는 청와대가 위엄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아이들도 직접 오니 좋아한다"고 호평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했다. 개방 전 삼청동 청와대 춘추관에서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에 이르는 길은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특정된 시간 외에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개방 전에도 분수대 앞 등지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청와대 앞길을 출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행인의 신원을 묻거나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검사하는 일이 빈번해 시민들과의 심리적인 거리가 상당히 먼 공간이었다.

 그러나 개방 이후 한 달 동안 시민들은 가족, 연인, 지인과 함께 산책 등 여가를 즐기기 위한 장소로 청와대 주변을 선정했다.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우박피해농민들이 재해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17.07.25 chaideseul@newsis.com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우박피해농민들이 재해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17.07.25 [email protected]


 또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반대 ▲6·25 납북자 사망일자 변경 ▲사이비 종교 처벌 ▲KEB하나은행 특별근로감독 요구 ▲지하철9호선 민영화 반대 ▲실종 아동 찾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반대 ▲집배원 사망 진상조사 기구 추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1인 시위자들이 청와대 주변에 다수 등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청와대 인근 분수대에서는 종전에 하루 평균 10건의 1인시위가 열렸지만, 앞길 개방 이후 하루 평균 20건, 많은 날에는 30건의 1인 시위가 열리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라는 시기적인 요소와 청와대 앞길 개방이라는 조치가 맞물리면서 보다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게 경찰 측 해석이다.

 청와대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은 앞길이 '24시간 개방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크게 생각했다. 정부를 상대로 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한결 보장된 것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1인 시위 참가자인 강기중(68)씨는 "이번에 앞길을 개방한다고 하면서 청와대 주변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됐다. 그 전에는 청와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기가 어려웠다"며 "그래서 다른 곳에서 해왔었는데 이번에 많은 면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명자(55·여)씨는 "청와대 앞길이 개방되기 전에는 1인 시위가 허용 된다지만 막상 할 때에 경찰이 둘러싸 가리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 대통령, 청와대가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가 시간을 즐기려는 시민들과 인근을 통행하는 주민들도 한 달 간의 청와대 앞길 24시간 개방을 긍정적으로 봤다.

 자녀와 청와대 앞길을 산책하던 김영희(40·여)씨는 "아이들과 견학을 할 겸 왔다. 이렇게 나무가 많고 걷기도 좋은 곳을 24시간 개방을 한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밤에도 산책 오기 괜찮은 곳"이라고 밝혔다.

 인근 주민 정수현(38·여)씨는 "청와대 앞길이 야간에 통제될 때에는 반대 방향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매번 버스나 택시를 탔어야 했다. 하지만 길이 열려 밤에도 걸어서 다닐 수 있게 됐다. 편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 인근에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 일부는 1인 시위와 관광객들로 인해 소음 공해를 겪고 있다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주민 정세희(49·여)씨는 "전에는 집회 규모가 커도 언제, 어디서 하는지를 알았는데 이제는 산발적으로 계속 열리는 것 같다. 길이 통제되고 막히는 일이 잦다고 느낀다. 좁은 동네에서 그런 일이 있으면 길을 돌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청와대 앞길 통행이 24시간 개방된지 한달을 맞은 25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 앞길을 산책하고 있다. 2017.07.25.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청와대 앞길 통행이 24시간 개방된지 한달을 맞은 25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 앞길을 산책하고 있다. 2017.07.25. [email protected]


 심우섭(59)씨는 "소음이 더 커진 것 같지는 않은데 집회용 설치물들이 미관상 좋지 않다. 그들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만 외국인 관광객도 많은데 좀 그렇다"라고 부정적으로 평했다.

 경찰에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주민들도 있었다.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17일 열린 월례회의에서 경찰서 항의 방문을 결의하고 20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았다.

 이들은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주민센터 주변에 전국 각지의 시위대가 포진하고 있어 환경이 어수선하기 때문에 경찰이 더 이상 시위를 허가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치위원장 김종구씨는 "개인적인 일로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니 우리가 시끄럽고 피해를 본다. 그건 자기 동네에서 해결할 일"이라며 "정부가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시민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니 사람들이 아무거나 요구를 한다. 침묵하는 다수는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주변을 지키는 경찰도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다수의 1인 시위자와 집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주변으로 몰리는 점을 거론하면서 "개방도 좋지만 신원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사람이 출입해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청와대 정문이 일반인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노출될 수 있어 불안감이 커진다" "24시간 개방으로 야간 투입되면서 경찰들 부담이 늘었다" "위해요소가 있는지 분간이 어렵다. 검문 절차도 없어 경계심이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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