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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올린 北, 미국에 평화협정 요구 본격화

등록 2017.08.03 13: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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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 아래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의 2차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29일 보도했다. 2017.07.29.(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 아래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의 2차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29일 보도했다. 2017.07.29.(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대화 제의 南에는 묵묵부답
 머쓱해진 文정부 대응책 고심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지난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몸값을 올린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적대시정책 철회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 목표 달성을 위한 협상 요구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 2일 대변인성명에서 "미국은 우리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전환해 본토를 포함한 미국 전체의 안전을 보장받겠는가, 아니면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다가 핵참화 속에 아메리카제국의 비참한 종말을 맞겠는가 하는 두 길 외에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며 제재 철회와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요구했다.
 
 이 위원회는 화성-14형 1차 시험발사 직후인 지난달 7일에도 대변인담화를 통해 "미국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로켓을 보유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미사일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때는 이번 성명처럼 노골적으로 '미국의 안전 보장'을 운운하며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지금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기술 발전을 고리로 보다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성명에 대해 "계속해온 사안으로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겠다"고 평가했으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ICBM 시험발사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북한은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경우 자신들의 도발 중단을 조건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행정부의 대북제재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순순히 북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적지만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진전에 따른 셈법이 복잡해진 것은 분명하다. 더욱 강하게 압박하느냐, 어느정도 북한 제의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느냐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1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열어 "어느 시점에 북한과 앉아 미래에 대해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또한 북한의 정권교체와 붕괴를 노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 국무부는 당장 오는 7~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틸러슨 장관이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경우에 따라 물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한국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며 그 첫 조치로 북한에 남북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공개 제의했으나 외면당했다. 북한은 거부 의사조차 표명하지 않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100여건에 가까운 민간 대북 인도지원 교류 접촉 신청을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측의 거부로 인해 단 한 건의 방북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아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라며 기다려보겠다는 방침이지만, 북미, 북중, 미중 간 힘겨루기 구도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사실상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 성격의 새로운 대북제재 법안에 서명하면서 개성공단 문제 등 남북 간 특수성을 기반으로 한 대북 정책의 입지도 더욱 좁아졌다.

 정부 한 당국자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기반 조성 관련 우리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공동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각급에서 북한 문제 관련 모든 사항에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이달 하순에 한미 합동으로 진행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돼 있어 한반도 긴장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UFG 종료 이후, 오는 9월 정도는 돼야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조치를 추진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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