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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전 안보보좌관 "한반도 위기 해법은 北核 용인"

등록 2017.08.11 12:55:00수정 2017.08.11 16: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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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AP/뉴시스】미국의 수전 라이스 국가안전보좌관이 항저우 G20 폐막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2016. 9. 5. 

【항저우=AP/뉴시스】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북한 문제는 너무 늦지 않았다(It’s Not Too Late on North Korea)’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과거 미국과 소련 간 방식처럼 북한 핵문제도 전통적인 전쟁 억제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스가 NSC 보좌관 시절인 지난해 9월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폐막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2017. 08. 11.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북한과 미국 간에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이 미국은 물론 미국의 우방국들에 대해 핵무기를 어떤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확증하는 전제 아래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을 한 사람은 바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이다. 그는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북한 문제는 너무 늦지 않았다(It’s Not Too Late on North Korea)’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과거 미국과 소련 간 방식처럼 북한 핵문제도 전통적인 전쟁 억제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역사를 통해 살펴볼 때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또한 해야만 한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해야 한다. 냉전 당시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한 수천 발의 소련 핵무기들을 용인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라이스 전 미 NSC 보좌관의 NYT 기고문 요지.
 
 북한이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와 날로 개선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신중하게 대처를 한다면 즉각적인 위기와 맞닥뜨리는 일을 없을 것이다.

 북한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쏟아내는 엄포들을 놓고 본다면 미국인들이 불안감 때문에 도망을 가더라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하며 미국에 천 배, 백배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안보리 제재안은 매우 강력한 것이었다. 모든 구멍을 틀어막았다. 북한에 대한 중요한 자금줄을 잘라버렸다. 8월은 또한 미국과 한국이 주요한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시기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항상 북한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강력한 대북 제재와 한미합동 군사훈련은 북한의 위협 수위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우리는 오랜 동안 북한 정권의 호전적이고 현란한 레토릭(수사)을 겪어 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미 대사로서 나는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 시킬 때마다 북한의 호전적인 레토릭을 예상하고는 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전례를 찾아보기도 어렵고 특히 아주 위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만일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위협을 제기한다면 그들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던 화염과 분노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말들은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이 이런 말을 믿고 성급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허한 핵전쟁 위협을 제기하고 있거나 아니면 실제로 전쟁을 할 의향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에서 선제적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한다면 이는 미친 짓이다.

 우리는 만일의 사태들을 면밀하게 연구했다. 이른바 “예방적 전쟁”은 수백 만 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 만 명의 희생자를 낼 수밖에 없다. 2600만 명이 살고 있는 거대도시 서울은 휴전선에서 불과 35마일(약 56km) 떨어진 곳이다. 북한의 미사일과 포들이 공격할 수 있는 넉넉한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2만3000명의 미군과 그들의 가족이 서울과 휴전선 사이에 살고 있다. 최소한 20만 명의 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다. 일본과 주일미군 4만 명 역시 북한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다.

 미 본토에 미치는 위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중국이 미국과 직접적인 갈등관계로 빠질 수도 있다. 엄청난 전쟁의 충격이 세계 경제에 미치게 될 것이다.
 
 허버트 R.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주 “만일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지니고 있다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위협을 줄이고 제거하기 위해 합리적인 모든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전쟁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와 동맹국들이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예방적 전쟁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역사를 통해 살펴볼 때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또한 해야만 한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해야 한다. 냉전 당시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한 수천 발의 소련 핵무기들을 용인하기도 했다.

  우리는 실용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설혹 우리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북한은 상당량에 달하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핵을 체제 생존용 필수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제 미국 본토에 미치는 ICBM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북한이 감히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하도록 확증하는 일이다.

 김정은이 사악하고 충동적인 성정을 지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비이성적인 인물은 아니라는 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조용히 우리의 군사적 옵션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인 전쟁 억제력에 의존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 미국과 우방에 대한 핵무기를 어떤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확증하는 방안이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아예 절멸될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하는 전쟁에 빠져드는 걸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무분별한 레토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에는 그의 보스인 트럼프 대통령도 포함된다.

 세 번째, 우리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포함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우방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보다도 재 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네 번째,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유지 비용을 높이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유엔은 북한을 들고 나는 의심스런 화물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정치적 고립을 가속화 시켜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을 높이는 정보들을 북한에 살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캠페인의 주요한 요소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중국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중국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 함께 만일의 사태를 논의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를 입증 가능한 방법으로 제한하거나 혹은 제거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할 수도 있다. 이런 협상의 가능성 여부를 시험하는 외교를 복원해야 한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미국의 리더십을 통해 위기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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