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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김태용 "판소리 듣다가 이상한 기운···국악 정체 찾았다"

등록 2017.08.30 16: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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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김태용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개막해 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2017.08.3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김태용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개막해 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2017.08.30. [email protected]


■국립국악원 '꼭두' 연출···10월 공연
 "영화+무용+연극같은 무대 될 것"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스타 영화감독인 김태용(48)이 국립국악원과 협업한다. 김 감독은 국립국악원이 오는 10월 4~22일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야심차게 선보이는 '꼭두' 연출을 맡는다. 국악 공연과 영상이 만나는 이색적인 무대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 감독은 30일 오후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영화를 만들 때 어느 순간 어떤 소리를 듣고 이상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다"면서 국악과 처음, 제대로 만났던 순간을 돌아봤다.

 김 감독이 말하는 그 순간은 김 감독의 27분짜리 단편 영화 '그녀의 연기'(2012)속 장면이다. 제주 남자 철수(박희순)가 시한부 환자인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서울에서 배우 생활을 하는 영희(공효진)을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영희는 병실에서 철수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가 느닷없이 판소리 '춘향가' 중 '갈까부다' 대목을 부른다.

김 감독은 "영희가 장난처럼 부르는 대목이라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면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죠. 소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이상한 기운이 표출되는 방식이라고 할까요. 당시 현장에 있던 모두가 이상한 경험을 했고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는 듣기 좋아서 그냥 들어왔는데 판소리를 처음 체험한 순간이었다고 할까요. 눈물이 떨어진 정체가 무엇일까 고민이 됐어요. 저는 국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거든요."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김태용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개막해 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2017.08.3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김태용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개막해 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2017.08.30. [email protected]

이후 김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정체를 찾아가는 작업이 시작됐다. 영화와 무대가 어우러진 작업들이 그 일련의 과정들이었다.

2013년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감독 안종화)에 악단의 연주 등이 어우러진 라이브 버라이어티쇼 '청춘의 십자로'를 연출했다. 이후 작년에 같은 영화제에서 영화 '성춘향'(1961·감독 신상옥)에 판소리,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복합영화공연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을 선보였다.

올해 4월 역시 이 영화제에서 스톱모션 인형 애니메이션 '흥부와 놀부'(1967·감독 강태웅)에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레게와 판소리가 어우러진 음악극 '레게 이나 필름, 흥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국립국악원과 손잡은 이번 '꼭두' 공연도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지난달 촬영해놓은 단편 영화가 상영되는 가운데 연극과 무용적인 요소가 합쳐진다. 김 감독은 "영화도 아닌 것이 무용도 아닌 것이 연극도 아닌 것이 국악 콘서트도 아닌 것이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것이 될 거 같다"고 했다.

중화권스타 탕웨이의 남편으로도 유명하지만 김 감독은 영화 '만추'와 '가족의 탄생' 등을 통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균형 감각의 감수성으로 이미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만으로 입지를 다진 인물이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이번 공연에서도 그의 장기가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본래 꼭두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따로 작업을 준비 중이었다고 했다. 예전에 대학로에 위치한 꼭두박물관을 찾았으며 김옥랑 꼭두박물관 관장이 쓴 꼭두 관련 저서들도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꼭두에는 한국만의 장례 문화가 녹아 있어요. 천사, 저승사자가 저승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들을 따듯하고 황송하게 데려가는 방식이 묘하게 울리더라"고 말했다.

 "그 인형을 볼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어도 끌고 간다는 부분이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삶과 죽음에서 위로를 주는 꼭두가 모두의 역할인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 바람을 극적인 요소로 만들어 영화로 선보이는 건 어렵겠더라고요.

"처음에 이 공연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일까라는 생각 때문에 망설였어요. 하지만 무주산골영화제 등에서 낯선 체험들을 통한 조금씩 시도를 해왔고, 이번에 본격화하게 된 거죠. 지금도 국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누게 될 것 같아요. 국악을 잘 모르는 많은 분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방준석 음악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개막해 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2017.08.3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방준석 음악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개막해 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2017.08.30. [email protected]


 이번 공연의 음악은 대중음악계 전설로 통하는 블루스 록 2인 밴드 '유앤미블루' 출신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베테랑' '사도' 등 영화음악 작업을 아우르는 기타리스트 겸 음악감독 방준석(47)이 맡는다.

극적 전개에 따라 음악으로 옷을 입히는 작업에 익숙한 음악가로 주제곡과 주선율을 모두 맡는 방 감독은 사극영화인 '사도'에서 전통악기의 색다른 사용을 통해 국악으로만 규정하기 어려운 우리 음악을 들려준 바 있다.

방 감독은 "국악이라는 것이 멀리 있다고 느꼈는데, 뼛속까지 깊숙이 침투된 선율이며 몸 동작에서도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면서 "국악에서 그런 걸 발견하는 순간 순간이 흥분된다"고 했다.

국악이라는 전통예술과 영화 장르가 결합되는 이번 공연은 상여에 장식된 나무 조각을 가리키는 '꼭두'를 소재로 한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통한다. 이 꼭두를 중심으로 한 어린 남매의 모험을 담았다.

할머니의 꽃신을 찾으러 떠난 남매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게 되고, 저승길목에 들어선 남매는 4명의 꼭두를 만나 꽃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이승에서 일어나는 남매의 현실 이야기는 전남 진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스크린에 투영되며, 꼭두를 만난 판타지의 저승세계는 무대에서 예술로 드러낸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수민 역의 김수안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개막해 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2017.08.3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수민 역의 김수안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개막해 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2017.08.30. [email protected]


이번 '꼭두'는 국립국악원 공연 사상 최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특히 어린 남매의 누나 수민 역에 블록버스터 영화 '부산행'(2016)과 '군함도'(2017)로 존재감을 과시한 김수안(11)이 캐스팅돼 눈길을 끈다.

김수안은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무대이고 연극이라 영화랑 같이 하는 것이 처음이라 떨리고 심장이 두근두근하다"면서 "빨리 연습을 많이 해서 관객들을 얼른 만났으면 한다"고 웃었다.

네 명의 꼭두역 중 시중꼭두역의 영화배우 조희봉, 안내자꼭두역은 극단 골목실 출신의 연극배우 심재현, 광대꼭두역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이하경 단원, 무사꼭두역은 무용단의 박상주 단원이 맡는다.

'꼭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 공연 대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기획한 공연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적절히 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은 "국악과 영화가 본격적으로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 음악임에도 낯설어 하는 것에 대해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태용 감독이 따듯함을 가지고 있는 연출이라 그런 것들도 풀어낼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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