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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각지대 이리 많나…스프링클러 없는 공장 수두룩

등록 2018.02.03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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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뉴시스】안지율 기자 = 26일 오전 7시35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32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3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소방대원들이 병원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2018.01.26.  alk9935@newsis.com

【밀양=뉴시스】안지율 기자 = 26일 오전 7시35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14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소방대원들이 병원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2018.01.26. [email protected]


화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 건물, 스프링클러 설치율 39.5%
공장 업종은 12.5%…"법적 설치 기준 벗어나는 공장들 많아"
연기 확산 막는 방화문도 건축물 면적·층수 따라 설치 의무
전문가들 "안전이 곧 복지, 방화시설 기준 전면 개선해야"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잇따른 대형 참사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법 미비로 곳곳이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으로는 화재가 대형 인명피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전면적으로 안전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190명의 대규모 사상자를 냈다. 특히 이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지만 '불법'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이 일반병원에 대해 건축면적과 층수별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법적 설치 의무 대상을 비켜나갔기 때문이다.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곳은 중소병원뿐만이 아니다.

 한국화재보험협회의 '특수건물 화재통계·안전점검 결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특수건물의 주요소방설비 설치율(설치건수/점검건수×100%)은 옥내소화전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가 각각 90.8%, 99%로 나타났다. 특수건물은 화재보험법상 의무 보험가입 대상인 1000m² 이상 국·공유건물, 3000m² 이상 병원·학교·공장, 11층 이상 건물 또는 16층 이상 아파트 등을 말한다.

 하지만 스프링클러설비의 설치율은 39.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공장의 설치율이 12.5%로 가장 낮았고 국유지는 35.7%, 공유지는 62.8%로 뒤를 이었다. 학교는 68.3%, 숙박업소는 79.7%, 병원은 81.6% 등으로 조사됐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설비는 법적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는 공장건물이 많아 설치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공장 업종은 연면적 등 규모가 설치 기준에 미치지 않는 군소 공장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행 소방법상 인화성 물품을 취급하거나 용접·용단 등 불꽃을 발생시키는 등 일정 조건의 공사 현장에서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간이소화장치는 연면적 3000m² 이상, 비상경보장치는 연면적 400m² 이상 등으로 면적과 층수 기준이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제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12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대책위원회가 2층 내부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3일 현장 방문 당시 유족들이 2층 방화문을 살피고 있다. 2018.01.12. (사진=유족대책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제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2층 방화문을 살펴보고 있다. (유족대책위 제공)


 다른 방화시설도 획일적인 방화시설 기준으로 화재 발생시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연소 확대를 방지하는 방화문이 꼽힌다.

 1층 계단 입구에 방화문을 설치하면 화재 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1층 방화문도 건축 면적과 층수에 따라 설치 의무 대상이 나뉜다. 세종병원도 1층에 방화문이 없어 2층의 인명피해가 커졌으나 설치 예외 기준에 해당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5층 이상이라도 바닥면적이 200㎡ 이하인 건물이면 1층 방화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 너무 범위를 넓혀놨다"며 "세종병원도 마찬가지로 법이 미비해 사망자가 늘어났다. 지금 상당수 건물이 1층에서 불이 나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방화시설이 설치됐다고 해도 안전관리가 허술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특수건물에 설치된 방화문, 방화셔터, 방화구획 등 '연소확대방지시설'의 양호율은 70%로 드러났다. 협회는 "화재발생시 연소확대로 인해 대형재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양호율은 60%로 화재발생시 경보·피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안전관리' 부문의 양호율은 40%에 그쳤다. 건물마다 소방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 훈련 실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화재안전대책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면적으로 안전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원철 연세대 시스템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안전이 곧 복지"라며 "건축물 규모에 따라 불이 나고 나지 않는가. 건축물의 안전을 층수나 면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후진국적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모든 화재 점검 시스템은 위험도를 따져야 한다. 건물 인근에 주유소가 있는지 없는지, 공장이라도 용접기나 가스를 사용해 불이 잘 날 수 있는지 등 위험성을 평가해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설치 기준에 벗어나더라도 자발적으로 방화시설을 설치할 때 보조금을 주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도 "현재 국내법상으로는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으로 안전에 저해되는 설비는 없도록 법이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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