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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딜레마'...건설투자, 작년 3.1% 경제성장 견인

등록 2018.03.30 11: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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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 개관 첫날인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IC 인근에 마련된 견본주택 앞에는 예비 청약자가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8.03.1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 개관 첫날인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IC 인근에 마련된 견본주택 앞에는 예비 청약자가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8.03.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지난해 민간 건설사와 가계 부문이 이끄는 '건설 투자'가  8%에 가까운 고속성장을 유지하며 한국경제의 3%대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건설사들이 아파트, 빌라를 비롯한 주택을 새로 짓거나 허물고, 가계가 주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창출된 부가 가치가 '경제 몸집'을 키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투자(건설·설비)주도 성장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동안 채워야 할 이상과 현실 간 괴리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현 정부는 혁신 주도 성장을 통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등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를 거치며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성장문법을 새로 쓰기까지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확정) 및 2017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투자는 1년 전에 비해 7.6% 증가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 총생산(GDP)도 건설투자가 전년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설비 투자도 늘면서 3%대(3.1%) 성장에 재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건설 투자가 GDP성장률(3.1%)을 배 이상 웃돈 데는 '건물건설 투자'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주거용 건물 등 이 부문 투자는 전년보다 무려 12.1% 증가했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부문이 투자 증가를 주도했다는 뜻이다. 반면, 토목건설투자는 산업플랜트, 전력시설 등이 줄어 지난해 3.5% 감소했다. 달아오른 주택 경기가 경제성장률을 밀어 올리는 데 한몫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건설투자의 주역은 민간부문(가계+기업)이다. 건설사들이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올리는 재건축, 호텔을 비롯한 상업시설·토목 건설 등이 이러한 투자의 한 축을 차지했다. 아울러 가계가 구입하는 주택, 이 주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부과되는 취득세, 등록세 등 부대비용,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팔아 생기는 수익 등도 포함됐다. 가계 주택구입이 건설투자로 분류되는 데는 주택을 사들여 주거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서정석 한국은행 지출국민소득팀 차장은 설명했다.

 경기 흐름을 많이 타는 대표적인 업종인 건설업도 이러한 건설투자 증대에 힘입어 고속성장했다. 지난해 이 부문 성장률은 7.1%에 달했다. 전년보다 성장폭(10.1%)이 둔화됐다. 하지만 제조업·서비스업을 비롯한 다른 업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성장폭이 컸다. 지난해 제조업은 4.4%, 서비스업은 2.1% 각각 성장했다. 농림·어업 부문의 성장률도 0.3%에 그쳤다.

 가계, 기업 등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가 경기를 떠받치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투자(건설+설비) 주도 성장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현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를 거치며 뚝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소득·혁신 주도 성장으로 다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은 결코 간단치 않다는 뜻이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6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 참석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2016.08.26.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6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 참석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2016.08.26. [email protected]

보수 정부가 반면교사의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녹색 성장’을,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각각 새로운 성장문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 개념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혼선을 빚는 등 난맥상을 보이자 건설 규제 완화 등 경기를 진작하고 성장률 추락을 막는 ‘대증요법’에 기울었다. 이러한 사실은 박근혜 정부 당시 건설투자 증가율에서 확인된다.

 건설투자는 박 정부 출범 2년차인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투자 증가율은 ▲2013년 5.5% ▲2014년 1.1% ▲2015년 6.6% ▲2016년 10.3%로 상승추이를 보였다. 건설투자가 매년 쑥쑥 커진 데는 재건축 연한 축소 등 규제를 대거 푼 영향이 컸다. 박 정부가 창조경제를 성장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실상은 건설 경기를 부추겨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취했다는 뜻이다. 부동산 금단현상의 뿌리가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세들은 건설사 등을 '토건족'에 빗대며  부동산 투기가 한국경제에 백해무익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주택자, 건설사 등이 이익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아파트 매매가와 지가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결탁이 기업의 생산비를 끌어올리고, 가계의 소득 격차를 확대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겸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이사장은 저서 '한국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에서 "지금은 인구과잉 덕분에 자본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자본 과잉"이라며 "인구 절벽으로 생산성이 하락하는 시기인데도, 과거의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투자’를 외친다. 이것이 과잉 투자로 연결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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