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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땐 교회·은행·병원으로…다양한 '무더위 쉼터' 인기

등록 2018.08.0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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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백화점 등 쉼터에서 시민들 무더위 피해

요양병원·금융기관 등 자체 운영 쉼터도 마련

"병원 오래 다녀도 이런 쉼터 처음…너무 좋아"

지자체 지정 무더위쉼터는 전국 4만5284개소

"여기가 천국…연장 운영도 해서 편히 쉬다 가"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우리은행 종로YMCA지점 무더위쉼터. 2018.08.02 hummingbird@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우리은행 종로YMCA지점 무더위쉼터. 2018.08.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양소리 김진아 기자 =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대낮 열기를 식힐 곳이 절실하다.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은 도심 속에 있는 다양한 무더위쉼터를 찾고 있다.

 무더위쉼터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노인복지관, 경로당, 관공서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교회 등은 물론 금융기관이나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무더위쉼터도 신종 '폭염 대피소'로 각광 받고 있다.

 2일 오전 영등포구 마리아성모요양병원 1층 로비에 있는 '무더위쉼터'에는 여러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 병원은 별도 공간을 할애해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더위가 심해 시민들이 병원 외벽 쪽에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자체적으로 쉼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한다.

 병원 무더위쉼터에 들어서는 시민들은 헐떡이는 목소리로 "아이고 시원하다" "여기 와서 좀 쉬자"라면서 로비에서 폭염을 피했다. 신병선(60)씨는 "정말 마음에 든다. 더운데 갈 곳도 없었는데, 너무 시원해서 좋다"라면서 웃었다.

 금융기관도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공간이다. 은행연합회는 이달 말까지 전국 은행 점포 약 6000곳의 상담실이나 고객 대기 장소 등을 무더위쉼터로 운영키로 했다.

 우리은행 종로YMCA 지점의 청원경찰인 조모(31)씨는 "주변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편이고, 잘 모르고 은행을 방문하신 경우에는 안내를 하기도 한다"라며 "매일 10~15명 정도는 더위를 피하러 오는 것 같다. 은행 업무가 오후 4시에 끝나 좀 더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쉽다는 말씀들도 하신다"라고 전했다.

 마리아성모요양병원이나 우리은행 종로YMCA 지점 등 내 무더위쉼터는 민간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쉼터다. 주로 건물 내 별도 공간을 쉼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대중이 다수 이용하는 시설이어서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은평구에 사는 송운용(54)씨는 "병원을 오래 다녔는데, 무더위쉼터를 마련해둔 것을 처음 봤다. 시원하고 너무 좋다"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네이버카페 아이디 '인****'는 "은행 가서 쉰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너무 좋다. 4시 마감이라서 아쉽다"라고 했다. '스**'는 "은행 마감 시간이 아쉬운데 그래도 가장 더운 시간은 피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썼다.

 민간기관에서 자체 운영하는 쉼터 이외에 지자체 차원에서 지정하는 무더위쉼터도 전국에 산재해 있다.

 지자체는 노인과 신체 허약자를 비롯해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주변 장소를 택해 무더위쉼터를 지정한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전국 무더위쉼터는 4만5284개소에 이른다.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2일 오전 서울 구로구 가리봉교회에 있는 무더위쉼터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8.08.02 sound@newsis.com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2일 오전 서울 구로구 가리봉교회에 있는 무더위쉼터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8.08.02  [email protected]

무더위 쉼터는 과거 오두막이나 느티나무 아래 등도 지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냉방기기가 있는 장소가 우선적으로 지정되고 있다. 지정 장소는 관공서가 대부분이지만 교회나 성당, 백화점, 대형마트 등 민간 시설도 일부 포함됐다.

 구로구 가리봉동 교회 무더위쉼터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마련됐다. 이날 오전 방문했을 때에는 야쿠르트 배달원 2명과 인근 주민 등이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너무 더워서 머리가 아프다'며 탄식하고 있던 배달원 이경남(53·여)씨는 "날이 너무 더워서 들어왔다. 무더워쉼터인 것은 사실 몰랐다. 더위도 피하고 자판기에서 커피도 한 잔 뽑아 마시려고 자주 들르곤 했다"라고 전했다.

 다른 배달원 김윤희(51·여)씨는 "사실 더위 피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은행 중에 무더위쉼터가 있다고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은행에 오래 앉아있기 불편하다"라며 "잠깐 앉아서 쉴 수도 있고 화장실가기도 편한 이런 곳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부 백화점에서도 무더위쉼터가 운영된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11층 고객서비스 라운지와 12층 에스컬레이커 앞 공간에 시민 여럿이 앉아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자리를 제공한다.

 쉼터에서 만난 민단비(31·여)씨는 "문화센터 수업을 듣고 있는데 요즘은 더워서 40~50분쯤 일찍 온다. 집에서 에어컨을 켜느니 여기에서 편하게 기다리고 쉬기 위해서다"라며 "평소에도 수업 있는 날에 와서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무더위쉼터는 영미권의 쿨링센터(Cooling Center)를 본뜬 것으로 한국에는 지난 2006년 폭염 취약자 관리를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적정 실내온도로 26~28도가 유지되며 지역 또는 쉼터 특성에 따라 야간, 주말 운영 등이 탄력적이다. 관리책임자로 지정된 공무원은 매주 한 번꼴, 폭염이 발생하게 되면 매일 점검해야 한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일 오전 서울 강동구 현대백화점 천호점 무더위쉼터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8.08.02 hummingbird@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일 오전 서울 강동구 현대백화점 천호점 무더위쉼터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8.08.02  [email protected] 

그간 무더위쉼터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다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무더위쉼터에 지원되는 냉방비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으며, 올해 정부에서 지자체에 폭염피해 예방 목적으로 특별교부세를 100억원 규모로 지원키로하는 등 쉼터가 점차 피서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광진구 화양주민센터 무더위쉼터에서 만난 한선옥(88·여)씨는 "여기가 천국"이라며 "지난달과 이번 달에 더위가 심해서 구에서 추가 지원을 해줘 시원하게 지내고 있다. 폭염경보가 있는 날에는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도 하고 있어서 편하게 쉬다가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남구 학수정경로당 무더위쉼터에서 이삼순(86·여)씨는 편안한 표정으로 "밖은 더운데 이곳은 시원하다. 내부 시설도 4~5년 전에 신식으로 바꿨다"라고 했다. 허정희(82) 할머니도 "더울 때는 특히 일찍 와서 늦게 간다. 좀 덥다 싶을 때는 시간을 조금 더 보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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