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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파기' 변호사 "별건 수색" vs 검찰 "말할 자격 있나"

등록 2018.09.11 16: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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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법 수석재판연구관, 재판 기록 유출 의혹

유해용 "개인적 의견 작성…공공기록물 아니다"

"검찰 압박에 극심한 스트레스"…자료 폐기 해명

검찰 "명백히 압수수색 대상임을 알고도 파기해"

"보고 받은 문건이 개인 자료라는 말인가" 반박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사무실 앞에서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9.11.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사무실 앞에서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재판 기록 문건 등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고,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를 파기한 것으로 파악된 전직 재판연구관이 "개인적인 자료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은 1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이 같은 입장을 설명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유 전 연구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채윤씨 특허 소송 관련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정황 등을 수사하면서 대법원 재판 자료 다수가 반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유 전 연구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 7일 재차 영장을 청구했지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분 기각됐다.

 유 전 연구관은 첫 영장이 기각된 지난 6일 반출한 대법원 문건 및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파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 회수를 시도하던 대법원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전날 검찰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연구관은 먼저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1차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영장에서 허용한 범위 외에 다양한 검색어를 입력해서 무려 5시간 가까이 제 컴퓨터에서 최대한 많은 파일을 들여다보려 했다"며 "별건 압수수색 의도가 명백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질적인 압수수색이 끝난 후 형사소송법대로라면 압수물이 없다는 증명서만 교부하면 될 텐데도 장시간에 걸쳐 관련 자료 일체를 임의제출해줄 것과 현상을 보존하겠다는 확약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절차적인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료를 폐기한 이유와 관련해 "관련 자료를 계속 갖고 있는 한 검찰이 끊임없이 저를 압박할 것을 예상하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며 "어차피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폐기된 자료에 대해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한 문건들"이라며 "검토보고서나 의견서 등은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연필로 표시하거나 파일로 기재해 다시 돌려보낸 것으로 미완성 상태"라고 주장했다.

 정식으로 등록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기록물 및 공무상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유 전 대법관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저 자신에 대한 수사라기보다 (검찰이) 대법원에서 확보하지 못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별건 수색이 아닌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원이 사무실에 들어가고 있다. 2018.09.11.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원이 사무실에 들어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에 검찰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자료가) 명백히 압수수색 대상임을 알고도 이를 고의로 파기한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록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 전 연구관의 주장에 "보고 받은 문건이 개인 자료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해당 자료는) 유 전 연구관이 수석재판연구관으로서 사용한 것이다. 공공기록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또 '개인적인 목적에서 연필 등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에는 "굉장히 많은 양의 파일이나 문건이 있는데 그것을 다 연필로 썼다는 말인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한편 유 전 대법관은 최근 현직 판사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유 전 연구관은 이메일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유 전 연구관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판사들에게 구명 활동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연구관은 "구명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제자들과 동창 선후배, 동기들이 걱정해하고 궁금해해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관련 자료를 참고로 보내준 것"이라며 "5~6명에게 보내준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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