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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 결과, 북핵협상에 미칠 영향 크지 않을 듯

등록 2018.11.07 10: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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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이면 북한 강경해질 듯

공화당 압승이면 파격적 진전 가능

뉴욕 고위급회담 성과 크지 않을 듯

【싱가포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2018.08.12

【싱가포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2018.08.12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미 중간선거 결과가 북미 핵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년전 예상을 깨고 당선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시 의회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함으로써 민주당의 견제를 거의 받지 않으며 파격적인 대내외 정책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중간 선거에서는 의회 권력이 야당인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몇시간 뒤면 판세가 드러날 것이다.

일단 의회 권력을 어느 당이 잡든 북한 비핵화 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외교적인 핵문제 해결을 선호한다는 평가에 근거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전쟁 위협에서 정상회담으로 급선회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외교적 해법 중시라는 큰 줄기는 같더라도 세부 항목에서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한층 견제하고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 행보는 기존의 관행과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북한과 당장 전쟁을 할 듯이 으르렁대다가 일순간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말끝마다 칭찬하는 모습이다.

또 중간선거를 한달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평양으로 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스스로 띄운 전쟁 분위기를 한순간 뒤집은 것을 두고 '전임 정부가 70년 동안 못한 일을 해냈다'고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결국 최근 두어달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중간선거 전략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그럼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달라질 것인가. 이를 시나리오별로 살펴본다.

전반적으로는 이번 선거 결과 대통령이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들이 있다. 특히 북한이 선거 결과를 자신들의 대미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1. 민주당 하원, 공화당 상원 승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가 지금보다 강화되지만 트럼프의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되지 못한다. 법률보다 대통령 행정권의 행사가 주로 작용하는 대외정책에는 특히 그렇다. 

다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문제에만 집중하면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더 많은 주문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인권문제를 대외정책 수단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는 북미 핵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 비핵화에 앞서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비핵화 이후에도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이 일부 작용한다.

특히 2년 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낮아졌다는 판단 아래 북한은 입장을 다소 강경하게 미세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2. 상하원 민주당 승리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전반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려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미국 정계의 관심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부각되는 등으로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북한에 대한 '무시 전략'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정치적 입지를 넘기 위해 북한 핵문제에 돌파구를 만들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고 누차 강조해온 그가 민주당의 비판을 무릅쓰면서 입장을 대북제재를 먼저 풀고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트럼프는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 비판을 의식해 "시간 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북한도 이런 상황에 맞춰 대미 강경입장을 강화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보고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진행하던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나설 수 있다.

3. 상하원 공화당 승리
북한으로선 이 상황이 가장 바람직스럽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대북정책을 2년 뒤 재선에 유리하도록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컨대 2년뒤 대선 유세에서 '7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내가 2년만에 완전히 해결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특히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나아가 동북아시아 정세 안정이 크게 진전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

4. 뉴욕 북미 고위급회담 전망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폼페이오 국무장관-김영철 통일전선부장 회담이 뉴욕에서 열린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한때 미국이 기피하는 협상 파트너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할 때 김영철이 아닌 김여정이 배석한 것은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 김영철을 내보낸다. 북한의 입장이 강경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도 선거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판단하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뉴욕 고위급회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파격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희석하기 위해 파격적인 대북 제재를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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