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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미국민 안전이 목표'… '先미사일 後핵무기 폐기' 북에 제안한 듯

등록 2019.01.14 1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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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폐기로 신뢰 구축 뒤 제재해제'

폼페이오 장관, 문대통령 발언 비슷해

북, 검토 끝나야 2차 정상회담 시기 결정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2017.12.02.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2017.12.02.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2월 중순에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빈번하게 정상회담이 곧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는데 따른 것이다. 

다만 북한쪽에서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움직임은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징조로 해석되는 정도다. 지난해 6월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한달 앞두고 김정은위원장이 두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것을 들어서 이번에도 김정은 방중이 이뤄진 뒤 한달 뒤쯤인 2월 중순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과 11월에도 트럼프 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조만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수시로 내놓은 적이 있다. 10월초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직후만 해도 11월6일에 있는 미 중간선거 이전에라도 2차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대두됐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공수표였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회담(스티브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물론 폼페이오 국무장관-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회담도 '보이콧'했다. 미국이 '비핵화 전에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 북한은 '정상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 결과 2차 정상회담 개최 예상 시기가 지난해 11월에서 1월초로, 다시 2월 중순까지로 늦춰졌다.

그렇다면 지난해 10월, 11월과 현재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이 "제재완화 없이 정상회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계속 버티면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고 완곡하지만 분명하게 경고까지 했다. 2차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조건으로 제재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다소 입장을 바꾸는 분위기다. 우선 미 국무부가 대북 인도지원 허용 방침을 인도지원 단체들에게 통보했다. 또 지난 11일 폼페이오 장관이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이라고 발언해 북한 비핵화를 중장기 목표로 미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를 우선 순위에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미국이 '완전한 핵리스트 신고 없이 제재완화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수정해 단계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재 해제 역시 이같은 단계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 제시됐을 수 있다.

일부에선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현재 핵 무력화' 단계를 다시 나누어 우선 ICBM부터 폐기하고 핵무기 폐기는 그 다음에 하자는 뜻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2차회담과 관련한 북한의 반응이 늦어지는 것은 미국이 제시한 단계적 해결 방안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적어도 충분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폼페이오 장관이 곧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되풀이 전망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에 단계적 해결 방안을 최근에 전달했음을 시사하며 이를 계기로 북한에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려는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새로운 해결 방안을 북한에 전달한 시점은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최근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중 정상회담 뒤 나온 발표문에 북중 양국이 북한의 "응당한 요구"를 미국이 받아 들여야한다고 강조한 대목(북한측 발표문에만 있다)이 이를 반증한다. 미국의 입장이 북한에 전달된 뒤라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 대목에 공감을 표시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2차 정상회담이 2월 중순에 열릴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른 듯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뒤 미국이 단계적 해결방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북한이 아직 입장표명을 미루는 시점일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보면 미국이 과감하게 제재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은 아닌 듯하다. 완전한 핵리스트 신고를 요구하던 것에서 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보인 것은 맞지만 단계별 제재 완화의 내용이 북한이 만족할 수준일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으로선 일단 제재완화가 시작되면 봇물이 터지는 것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있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간에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논의를 통해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고위급회담은 열릴 수도 있고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측 대표가 김영철 통전부장에서 리용호 외무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고위급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고위급수준'에서 재확인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실무선에서 미국이 북한에 전달한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야 회담 일정이 최종적으로 정해질 것이다.
고위급회담이 열린다면 2차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와 성과에 대한 전망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으로선 1994년 제네바 핵합의와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선언 등 여러 차례의 핵합의가 차관급 수준의 합의임을 의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이유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미간에 진행중인 회담 내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중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정부보다는 부담이 적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는 정도다.

다만 문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주목할 발언을 했다. "ICBM이나 IRBM(중거리 미사일)의 폐기라든지, 또는 그에 대한 생산라인의 폐기라든지, 또는 나아가서는 다른 핵단지들의 폐지라든지, 그런 것을 통해서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그 상응조치에 따라서 신뢰가 깊어지면 그때는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서 전체적인 비핵화를 해나가고 이런 식의 프로세스들이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이다.

문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단계별 해법이 '미사일 폐기→미사일 생산라인 폐기→핵단지 폐기→전체적인 비핵화' 순서로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핵문제 해결은 차후 목표로 미루고 미사일부터 먼저 폐기한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한다고 한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ICBM만이 아니라 IRBM까지 언급한 것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을 차단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지는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폼페이오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미루어볼 때 북한의 비핵화를 중장기적 목표로 늦추고 미사일 폐기부터 한 뒤 제재를 풀고 북미간에 충분한 신뢰관계가 마련(예를 들어,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된 이후에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폐기하자는 정도의 내용이 북한에 전달된 듯하다.

문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은 연말 김정은위원장이 보낸 친서에 대한 답서에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한미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을 토대로 했을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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