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진정한 사랑 필요한 때, 쾌락 아닌···영화 '러브리스'
마리아나 스피바크
영화 속 주인공 '제냐'의 대사 중 일부다. 영화 '러브리스(Loveless)'는 '사랑'이 사라진 가정에서 '행복'을 찾아 각자의 길을 떠나는 가족의 이야기다. 사랑과 행복이 사라지고 찰나의 쾌락과 불행감이 팽배한 '헬조선'에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다.
이혼을 약속한 부부가 각자 새로운 연인과 함께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처연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혼자 소리없이 울던 때 나오던 음악과 그 결이 다르지 않다. 극중 인물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조차 '실상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순간'이라는 감독의 뜻이 담겨있는 장치다.
영화는 유독 섹스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15세 관람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부부가 각자의 새로운 연인과 잠자리를 가지는 모습이,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기'보다 그저 '간편한 쾌락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혼율이 50%에 육박하는 러시아의 현실과 별개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쾌락주의(단순히 성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궁극적 행복보다 찰나의 기쁨에만 몰두하는 경향)를 연상시킨다.
알렉세이 로진
각자의 연인과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그들에게 아이는 그저 서로에게 떠밀고 싶은 짐일 따름이다. 이미 각자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을 정도로 서로에게서, 둘 사이의 아들로부터 영혼은 이미 떠나있는 이들 부부는 아들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혼을 앞둔 부모가 자신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열두 살 소년 알리오샤(마트베이 노비코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의 실종을 뒤늦게 알아챈 부부는 함께 아이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마트베이 노비코프
"우리는 타인을 단지 수단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사랑을 흉내내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의 대표적 영화감독이다. 첫 번째 장편 영화인 '리턴'으로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리바이어던'으로 제 67회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각본상을 받았다. '러브리스'는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상위원상을 거머쥐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