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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근 행보는 우리 안보 능력 무력화 겨냥한 포석

등록 2019.08.16 08:11:37수정 2019.08.16 08: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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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한미훈련 불만 터트려 동조 끌어내는 한편

우리에겐 신형 무기 실험 거듭하며 군사적 압박 강화

핵보유한 북에 맞서봐야 소용없다고 한껏 조롱

【서울=뉴시스】 북한이 지난 2일 발사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왼쪽)와 지난달 25일 쏜 신형 전술유도무기. (조선중앙TV, 노동신문)

【서울=뉴시스】 북한이 지난 2일 발사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왼쪽)와 지난달 25일 쏜 신형 전술유도무기. (조선중앙TV, 노동신문)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이 16일 대변인 담화로 발표한 글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을 대거 동원해 비난하고 비꼬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조평통은 북한에서 정부 차원의 남북대화를 전담하는 대남 공식기구다. 그런 기구가 문대통령에 대해 온갖 상스러운 표현과 조롱을 거침없이 사용한 것은 앞으로 우리 정부와 대화할 생각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담화는 문대통령을 남조선당국자로 표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렇더라도 문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직접 거론함으로써 문대통령을 상대로 발표한 글임을 분명히 하면서 문대통령에 대해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는 등 원색적이고 상스러운 표현을 마구잡이로 사용했다.

조평통이 나서서 이처럼 문대통령을 지목해 욕설과 비난을 퍼부은 것은 남북관계가 최악 수준이었던 박근혜 전대통령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와의 차이점은 예전에는 종종 박근혜 전대통령의 성명을 직접 거명했지만 이번에는 문대통령을 '남조선당국자'로 간접 표현한 정도다.

그러나 문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거론함으로써 문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북한의 대남 행보에 근거해 평가할 경우 현재의 남북관계는 지난 정부 수준으로 다시 악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평통 담화는 문대통령을 비난하는 이유로 한미합동 군사연습과 우리 군의 '국방중기계획'을 꼽고 있다.

담화는 "우리 군대의 주력을 90일 내에 괴멸시키고 대량살륙무기 제거와 주민생활안정을 골자로 하는 전쟁 시나리오를 실전에 옮기기 위한 합동군사연습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 무슨 반격훈련이라는 것까지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버젓이 대화를 운운하는 사람의 사고가 과연 건전한가 하는 것이 의문스러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담화는 또 "공화국(북한) 북반부 전 지역을 타격하기 위한 정밀유도탄, 전자기임펄스탄, 다목적 대형수송함 등의 개발 및 능력확보를 목표로 한 국방중기계획은 또 무엇이라고 설명하겠는가"라면서 "명백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괴멸시키자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리 군의 방어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과 중장기적인 전력 강화 계획을 모두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최근에 부쩍 한미합동 군사연습이나 우리 군의 전력증강계획에 대해 시시콜콜이 시비를 걸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미 동맹을 와해시키고 한국의 대북 군사 억지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핵무기를 보유한 채 위협적인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 등 대남 공격 무기들을 대거 선보이면서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한편으로 우리 군의 안보 능력을 무력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무릎꿇리겠다는 저의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 시험 사격 참관 때 한 발언)이라고 대남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조평통 담화는 특히 문대통령에 대해 "북쪽에서 사냥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득 질린 것이 역력하다"고 상스러운 원색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같은 표현은 우리가 아무리 전력을 강화하고 군사연습을 해보았자 핵무기와 신형 유도미사일을 가진 북한에 맞설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목적이다. 이같은 저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저속한 표현을 대거 동원했을 뿐이다.

최근 김정은이 직접 트럼프 미대통령에게 한미군사연습에 대해 불평하는 편지를 보내고 트럼프는 이에 맞장구를 치는 전에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북한이 문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남북대화를 차단하도록 고무하는 셈이다. 

한편 지난 11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명의로 청와대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은 것에 대해 청와대는 북한 일부 부처의 실무자가 한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무시했었다. 그러자 북한은 이번에 대남 공식기구인 조평통을 동원해 문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고 나섰다. 자신들의 최근 주장이 문대통령을 상대로 한 것임을 내용과 형식 면에서 더욱 강조한 셈이다.

북한이 최근 연이어 보이는 대남 비난과 군사적 압박 행위에 대해 정부는 애써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고 있다. 어떻게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평가되지만 북한의 의도와 한미동맹의 위기는 우리 정부의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임을 예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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