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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평화경제' 비난 北 자제 촉구…대화판 '유리그릇'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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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19 16:07:41
"평화경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선택 아닌 당위 강조
남북대화 동력 살리려 안간힘…"유리그릇 다루듯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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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8.1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언급한 것은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한 북한을 향해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이 '평화경제' 구상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막말 수준의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인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고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남측을 향한 가시 돋친 발언은 자칫 대화의 판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평화경제 추구로 인한 혜택이 비단 남한 뿐 아니라 남북이 함께 누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자신의 구상에 호응해 줄 것을 촉구한 설득의 메시지도 녹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보좌관·비서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라며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와 번영의 새 질서를 만드는 세계사의 과업이자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70년 넘는 대결과 불신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라며 "남북 간의 의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으로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평화경제 구상은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실현은 어렵지만 반드시 남북이 함께 이뤄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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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8.19. photo1006@newsis.com
평화경제란 문 대통령이 새로운 100년을 지속해 나갈 국가통치 철학으로 제시한 '신(新)한반도 체제 구상'의 중심 개념이다. 통일 한반도의 실현을 전제로 누릴 수 있는 경제효과가 막대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다른 이름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기도 하다.

남북 인구 8000만 명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면 1억3000만 인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일본 경제와 견줘도 크게 밀리지 않고, 오히려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남북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일본 경제까지도 극복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서 평화경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철도 연결을 전제로 한 '동북아 철도공동체 구상'도 큰 틀에서의 평화경제 구상에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미 간의 대화가 시작됐고 진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지금의 대화 국면은 그냥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평화경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최근 자신을 향해 막말 수준을 넘어 조롱과 비아냥거린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6일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때에 대화 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을 겨냥해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 대소할 노릇',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등 막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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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8.19. photo1006@newsis.com
특히 "남북대화의 동력상실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자행의 산물이자 자업자득"이라며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을 향한 북한의 노골적인 비난에 "성숙한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개 발언을 통해 직접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조평통 대변인 담화이지만 남북 대화의 중단을 선언한 것은 단순한 불만 표시로 넘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허락없이는 나올 수 없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중대하게 인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음 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의 공식 임기를 시작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에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의 허락 받고 하는 거라고 봐야 된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한테는 그렇게 험악하게 말하면서, 강자한테는 고분고분하고 있다"며 "그건 좀 북한이 비겁한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를) 만나면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타진하게 된 현재의 상황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상기시켰다.

문 대통령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고조 됐던 긴장에 대한 우려와 때맞춰 열리게 된 평창올림픽의 절묘한 활용, 남북미 지도자들의 의지와 결단이 더해서 기적처럼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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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19.08.19. photo1006@newsis.com
그러면서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며 "그런 만큼 남북미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과 우리 모두는 지금의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나가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이른바 '유리그릇'에 빗대며 신중함을 강조한 것은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한 달 전인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귀환한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의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남북 문제는 유리그릇 다루듯이 다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자칫 잘못하면 향후 남북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모든 것이 조심 스러웠던 당시의 '초심(初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정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며 평화경제 구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특히 "한반도가 분쟁의 장소가 아닌 번영의 땅이 되어 우리와 북한은 물론 아시아와 세계의 공동번영에 이바지하는 그 날을 향해 담대하게 도전하고 당당하게 헤쳐 나갈 것"이라며 공동번영을 언급한 것은 평화경제의 혜택은 남북이 함께 누린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kyustar@newsis.com,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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